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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 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여행
줄리오 토노니 지음, 려원기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평점 :
파이(Φ)는 통합된 정보를 나타내는 기호다.
저자는 제목처럼 뇌로부터 영혼(의식)까지 여행에 대한 가설을 이리저리 예를 들어 묶는다.
가령 장 도미니크 보비는 사망하기 전 <<잠수종과 나비>>를 온몸이 마비된 상태에서 오른쪽 눈의 깜박임만으로 글을 쓰도록 했다.
여기서 저자는 말과 행동은 의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가설을 낸다.
말과 행동에 관여하는 뇌 회로가 끊어졌다고 해도 의식은 깨어있으며 말과 행동에 관여하는 뇌 회로는 관문(출입구) 역할만을 한다는 거다.
우린 꿈을 꾸면서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할 수 없지만 꿈을 꾼다.
날아다니고 떨어지며 인물과 대화를 하거나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의식 또한 두뇌의 한 부분일까.
소뇌, 대뇌, 변연계, 대뇌피질 등 많은 부분 조각된 정보를 알게 되었지만
의식이 어떠한 물리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제목이 파이(Φ) : 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여행이겠지.
저자 줄리오 토노니는 정신과 의사이자 위스콘신대 정신의학과 교수로 의식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다.
책 속 실린 많은 서양화 작품은 작가의 의도일까.
크기가 작아서 아쉽지만 활자만 볼 때와는 또 다른 뇌의 전기적 신호를 느낄 수 있다.
“가끔씩 형체가 없는 붉은 색이 보여요.”
번역자가 전공의 시절, 진료실을 찾은 조현병 환자분의 말이다.
신경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암묵기억이든 의식화되지 않는 영역은 언제나 새롭다.
하지만 문제는 무의식이라는 분야에 반박불가능한 과학적 의학적 증거를 들이밀기에 쉽지 않은 대상이라는 점이다.
뇌를 잘게 쪼개 들어가서 단순한 의식을 이루는 기본적인 신경상관물을 찾을 것인가.
혹은 저자처럼 사고실험을 통해 과학적 이론을 세워놓고 이 이론을 실제 뇌를 두고 검증할 것인가.
여기서 ‘역동적 중심부이론’이 나왔고 ‘통합정보이론’으로 발전되었다.
저자의 핵심주장은 통합된 정보가 의식이라는 내용이다. 단 이때의 정보는 –비록 불확실성의 감소라는 측면에서-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관찰자 시점의 정보가 아닌 내재된 관점에서의 정보다. 그 자체로 자연히 납득하게 되는 정보, 불립문자라는 표현에 가까운 정보라 하겠다.
그외 인과관계가 정보라는 점.
어떤 시스템에서 부분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합보다 시스템 전체가 만들어내는 정보가 클 때 정보는 통합된 것이라는 점.
확률적으로 표현된 시스템의 각 상태들을 좌표로 찍어봄으로 퀼리아(경험)를 기하학적으로 번역할 수 있다는 점. 이때 시스템 속 이진법적으로 표현되는 구성요소가 n개 존재한다면 좌표축의 개수는 2ⁿ.
일순 평범하게 읽히는 이러한 내용이 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크릭과 제럴드 에덜먼의 내용을 담고 있다니,
어둠에도 색깔이 있다.
나의 무지가 어둠으로 꽉 차서 보이지 않을 뿐 어둠은 형체를 구성하고 있으리라.
저자가 의식에 대해 궁금점을 놓지 못하는 점은 만약 육체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죽음을 피할 수 있는가다.
과학자로서 검증가능한 최신의 생리의학상 이론과 실험을 통해서 그는 이 여행을 함께 하자고 유혹했고 나는 기꺼이 그와 함께 했다.
& 파이(Φ) : 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여행을 다 읽고
실험은 뇌의 오른쪽을 얼려보고 왼쪽을 얼려보고 그 가운데를 연결하는 뇌관을 얼렸던 실험에서 알게 된 것부터 말한다.
우뇌를 얼리면 알다시피 왼팔이 축 늘어질것이다.
좌뇌를 얼리면 오른팔이 축 늘어짐과 동시에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할테지.
두 사이를 연결하는 뇌간을 얼리면 두 사람의 의식으로 분리된다.
이스마엘이라는 녀석이 있다면 녀석은 이스마와 엘로 분리되며 오른편에 놓인 사물만 의식하는 녀석과 왼편만을 의식하는 녀석으로 말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의식(영혼)은 통합된 정보지만 두뇌라는 물질요소가 파괴되면 더는 붙잡아 둘 수 없음을.
죽음이란 뇌 속에 정보가 조각나는 것, 육신의 해체가 곧 영혼의 해체라고 주장한다.
“Φ(통합된 의식, 영혼)는 환원 불가능한 가장 본질적이며 물질에 의존하는 바 만일 뇌를 도려낸다면 영혼 역시 무너지리라.”
숨겨진 동기야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했다.
그래서 계속 의심했었다. 이렇게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을 가지고 저자는 왜 그렇게 조심조심 여행했을까.
왜 그렇게 많은 지면을 통하여 단테의 신곡을 비롯하여 중세시대를 아우르며 돌아다녔을까. 책 속에 150여 개가 넘는 그림을 첨부하면서.
혹자는 머리카락 몇 올에서 쌍둥이 신생아를 만들어낼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내가 자는 동안 누군가 나와 똑같은 형상으로 육체와 의식을 가진 존재를 복제해 놓고 원본인 나를 죽였다고 가정해보자.
복제된 나는 똑같은 기억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나는 죽은것인가?
이 복제된 나는 마치 중국의 병마용처럼 한 1000개쯤 똑같이 만들어진다면 나는 영혼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을 얻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