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과 자긍심 -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 현실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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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줄짜리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이글을 포스팅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장애인 단체들의 '지하철 출근시위'에 대해서 "불법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한 말이다.


  발달장애인을 앓고 있던 분들을 돌보던 가족이 자살하거나 죽음을 선택한 기사를 연거푸 읽었다. 앞의 한줄짜리 뉴스는 한국사회가 장애인들에게 법앞에 평등했던 적이 있었는지, 장애인관련 법률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권리들을 실효성있게 지키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을 들게한다.

<<망명과 자긍심>>은 저자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뇌병변으로 인한 떨림과 근육수축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받아야 했던 지진아, 원숭이등 상처를 내는 언어들에서 자신의 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세상에 보여야 되는지 기록한 장애정치학이다. 그리고 저자가 퀴어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으므로 교차하는 퀴어정치학이다. 


지금도 비장애인이 자신을 넋을 잃고 빤히 쳐다볼 때 그 시선에서 불구인 자신의 몸에 슬픔과 분노로 몸을 움츠리며 상처를 내면화하기 보단 빤히 쳐다보기를 되돌려주기, 내가 불구인게 사실이고 불구래서 쳐다보는 거라면 그래 나는 불구다. 어쩔래? 하고 되쏘아봐줌으로써 자신의 자긍심을 올리고 자기의 시선과 몸으로 증언하겠다는 거다. 

  장애인에게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시선폭력을 비롯해 차별을 행사하는 이 세상에 대하여 더 이상 숨지 않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말이다. 이 책이 읽기에 숨이 차는 이유는 분노와 눈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처절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발달정도는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했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출근시위를 하기 전까지 그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귀담아 들으려고도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도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에 먼저 책임과 불법을 물어야 되는게 아닐까 싶다.

어떤 몸은 좋은 대우를 받는다. 그 외에 다른 몸은 망연자실하여, 버려진 채로, 자기혐오로 가득 차 살아간다. 양쪽 다 도둑맞은 것이다. 장애인에게는 슈퍼장애인 아니면 비극의 역할만 주어진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는 뒤틀렸고 부자연스럽다는 말을 지겹도록 듣는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이 자기 책임이라는 말을 신물나게 듣는다. 고정관념과 거짓말은 총알처럼 확실하게 우리 몸에 박힌다. 그러고는 우리 몸 안에 남아서 곪아간다. 그렇게 우리 몸을 도둑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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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2-06-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에 대한 동등성과 존중을 잃어버린 오만하고 무지한 공권력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인구 비율이 5.1%라 하지요. 5.1%를 불법 세력으로 모는 이러한 비열함이 버젓이 발설될 수 있는 이 사회의 의식 수준을 어찌해야 할지요....

보랏빛소 2022-06-2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내 장애인인구 비율이 5.1%나 되네요. 탈 시설과 거주이동에 편의를 제공하여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