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 현대 심리철학으로의 모험
리브 김 지음, 유영성 그림 / 새물결플러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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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철학이란 심신문제(mind-body) 즉 전통적으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현대적으로는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한 분과이다.

가령 마음의 상태와 신경화학적 상태는 동일한가? 만일 아니라면, 이 둘은 어떻게 다른지 질문한다.

 

저자는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가 평행세계를 가정한 또 다른 세계에서 산다고 상상한다.

탐정일 때 홈즈는 범인은 어떤 방법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라고 물었지만, 이제는 “AB위 원인이 된다는 것 혹은 AB를 일으킨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라고 묻고자 한다. 한때 홈즈는 범인이 노인으로 분장을 했다면 이 집 어딘가에는 분장용 가발이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이전과 동일한 사람이라면, 그 동일성을 확보해줄 객관적인 기준은 어떤 것일까?”라고 묻고자 한다.

 

1장은 영혼을 가정하지 않고도 타인의 마음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행동주의에 대한 비판을 홈즈는 한다.

먼저 그 특정 행동이 꾸며진 연기라면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는가?

또 엘리자베스가 세익스피어의 연극 중 줄리엣의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어떤 마음의 상태를 먼저 가지고 행동과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랑에 빠진 경우 우리의 행동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을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으로 아는 것 뿐만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안다. 3인칭의 관찰자 시점에서가 아니라 1인칭시점으로 안다. 이런 설명을 홈즈는 왓슨에게 하고 왓슨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리브김으로 울산도서관에서 철학강의를 개설했을 때 몇백 명이나 되는 분들이 10여 분 만에 신청강좌를 수강 마감시키는 것을 보았다.

이 책은 그의 강의를 책으로나마 대신 맛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이론가는 한 방울의 물에서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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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사진의 작은 역사 외 발터 벤야민 선집 2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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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예술의 의미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했으며 기술복제시대 예술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 특히 영화를 분석함으로써 영화라는 매체가 인간의 지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한다.

이런한 지각은 당연히 예술의 성격 또한 변모시켰다. 따라서 그의 저작은 문예비평이론을 비롯한 철학, 비평에 전방위적으로 인용된다.

 

예술의 기능에 대해 먼저 말한다.

제의(숭배)의 기능을 하던 예술이 영원성, 작품을 창조하는 자와 예술대상과의 완전성 추구, 종교적 신비적 성격을 가진다면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은 전시(展示)적 기능을 하는 예술로 바뀌었다.

기술복제의 예술, 대표적으로 영화의 경우 무수히 편집되고 고쳐지고 다시 붙여지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며 관객은 그 영화를 복제하여 자신의 소유로 옆에 두는 민주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지금, 여기라는 일회성이 없어지는 대신 모든 곳에, 언제든지라는 반복성, 획일성이 부착되기도 쉽다.

 

무산계급화와 대중의 점진적인 형성은 동일한 사건의 양면이며, 파시즘은 새로이 생겨난 무산계급화한 대중을 이 대중이 폐지하고자 하는 소유관계는 조금도 건드리지 않은 채 조직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기계장치를 통해 재현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자기소외가 지극히 생산적으로 활용되게 되었다. …… 낭만주의자들로 하여금 그 앞에 즐겨 머물게 했던-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 앞에서 갖는 낯선 느낌과 동일한 종류의 것이라 점을 두고 가늠해볼 수 있다.”

 

위의 인용은 영화배우가 기계장치 앞에서 그의 인간성을 잠시 숨기고 여러 스텝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과정을 통해 테스트를 거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대중은 그의 연기를 컨트롤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영화의 대중성은 역으로 영화를 수단으로 대중을 감화시킴이라는 목적에도 복무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영화 자본에 의해 장려되는 스타 숭배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품성의 부패한 마력에 지나지 않았던 그런 개성의 마력을 보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 숭배의 상보물인 관중에 대한 숭배는 그와 동시에 대중의 부패한 상태를-파시즘은 대중의 계급의식을 그러한 부패한 상태로 대체하려고 하는데-촉진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은 현대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말해진다.

나는 그를 너무 늦게 읽었구나.

그의 50페이지 가량의 기념비적인 논문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생각에 붙잡히려는 순간, 내 눈을 비비고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치의 심미화(審美化)를 위한 모든 노력은 한 점에서 정점을 이루는데,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제국주의 전쟁은 일종의 기술의 반란이다.

기술은 사회가 평소 자연적 재료를 통해 기술에 부여하지 못했던 권리들을 인간재료에서 거두어들이고 있다.

 

제국주의 전쟁은 엄청난 생산수단과 이 생산수단을 생산과정 속에서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 사이의 괴리(바꾸어 말하면 실업과 판매시장의 결핍) 때문에 생겨난다.

 

인류의 자기소외는 인류 스스로의 파괴를 최고의 미적 쾌락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파시즘이 행하는 정치의 심미화의 상황이다.

 

벤야민은 유물론적 낙관주의에 기대어 그의 바람을 머금은 예언자적 진술로 글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으로 인류의 자기소외와 기술에 의해 변화된 지각의 예술적 만족에 대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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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 개정3판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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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침묵

 

사랑 속에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더 많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 속에서 나왔다. 그 바다는 침묵이다. 아프로디테는 또한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 달은 그 금실의 그물을 지상으로 내려뜨려 밤의 침묵을 잡아올린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침묵을 증가시킨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가운데에서는 침묵이 커져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다만 침묵이 귀에 들릴 수 있도록 이바지할 뿐이다. 말함으로써 침묵을 증가시키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현상들은 모두가 침묵으로 먹고살며 침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런데 사랑만은 침묵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다.”

 

<<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1888~1965)

는 침묵과 신의 말씀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시원의 침묵과 진정한 말, 인간의 본질과 신에 대한 성찰을 침묵의 세계 안에서 곱씹어 볼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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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 (개정무선판)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2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장경철.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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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원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며 불멸하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원자다. 사물이 가진 특성은 원자들이 배열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원자가 없다면 세상은 없다.”

 

저는 진화론을 과학적 사실로 믿으며 사람이 죽으면 별에서 온 그 원자들로 다시 우주로 돌아갈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잠시 그런 생각들을 중지시켜려 합니다.

 

<<순전한 기독교>> c.s 루이스지음 을 펼쳐들었거든요.

저자는 독자들을 자신과 같은 입장으로 바꾸어 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다만 모든 시대에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공통적으로 믿어 온 바를 설명하고 수호하는 일이 그리스도인이 된 이래, 믿지 않는 이웃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유일한 봉사라고 말하고 있으니깐요.

 

1장에서는 인간본성의 법칙 : 도덕률(Law of Human Nature) 의 실재성에 대해 얘기합니다.

즉 내가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원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 무언가는 내 안에서 옳은 일을 하도록 재촉하고 그릇된 일에는 책임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하나의 법칙으로 나타난다.”

도덕률이 실재함을 인간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으로 실례를 들고 있네요.

 

치밀하고 논리적인 변증법에 따라 재미있게 빠져듭니다.

다만 심장박동이 조금씩 빨라져서 이게 심리적인 저항감의 표현이라면 잠시 멈춤이 필요할 듯 합니다.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우주가 지금처럼 지속되고 있는 목적은 무엇인가? 우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지금과 똑같이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이지 않습니까?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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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공포
비비안느 포레스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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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공포>> : 노동의 소멸과 잉여 존재

비비안느 포레스테지음

 

노동이 없어졌는데도 아직까지 우리의 삶을 노동이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속이는 현상들이 이처럼 계속될 , 엉뚱한 곳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우리의 방관적인 태도의 습관은 점점 악화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맨 뒤로 페이지를 넘겨 출간된 해를 확인했다.

1997. 5. 1 초판발행

 

정희진 작가님이 꼭 필독할 것을 요청한 책이라 읽기를 시작했다.

제목이 경제적 공포인데 여기서 공포를 분석한 대목이 압권이다.

공포가 갖는 지칠 줄 모르는 현실성은 즉 매 순간 공포를 느끼게 되는 까닭은 공포의 속성이 과거완료에 속하기 때문인 듯하다. 말하자면 존재하였기 <때문에> 지금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흔들린다고 하였던 파스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관습은 정당성을 갖는다. 과거에 받아들여졌었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관습이 권위를 갖고 있는 신비한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이 원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관습의 권위는 약해지고 만다.“

 

저자는 고용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실업자를 잉여 존재로 여기며 마치 사회에서 그 쓸모있음을 더 이상 증명하지 못하므로 수치심과 자책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자유시장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어를 배운 적은 없지만 외국인이 배우기에 정말 어려운 언어라고 들었다.

하지만 장 보드리야르의 저작을 읽을 때처럼 비비안느 포레스테의 언어 또한 치밀한 논리전개와 도약하는 리듬, 거침없이 서술되는 표현법등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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