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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 -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김세나 옮김 / 북로드 / 2013년 3월
평점 :
깔끔한 표지에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이라는 부제로 책의 내용을 확실하게 시사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눈 뜨면서 잠들 때까지 전자기기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점점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이 지금에 와선 절대적인 존재로 바뀌었다.
생활이야 없으면 안 하면 그만이라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없으면 안 되는 상태가 되었으니 주객이 전도되어 회사에 내가 없어도 전산기기는 있어야 하는 지경이다.
우스개 소리로 한국을 마비시키려면 네트워크 전산망만 교란시키면 된다는 소리도 있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없는 정도라고 해야겠다.
제목을 <디지털 치매>로 뇌에 관련한 작용으로 한정한 듯 보이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적인 관계와 체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사람의 기억력이 한계를 시험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뇌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 경쟁이라도 하듯 급속한 디지털화가 추진된다.
확실히 생활의 편리함에 있어서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로 인한 예상됐던 부작용 이상으로 사고의 퇴화까지 불러온 지금의 상황에 대해선 한번쯤 집고 넘어가야 할 시기가 왔다.
이미 그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대응에 대한 고려 및 너무 의존하는 태도에 대한 경고를 해 왔지만 업무 효율을 위해 가볍게 무시되어 지금까지 왔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인해 백업에 대한 효율은 좋아졌지만 개인적 삶의 만족도나 태도는 오히려 퇴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디지털화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스스로 사고하려 하기보다는 정보를 검색하는 요령이나 기억을 의존하는 습관이 굳어져 작은 균열에도 쉽게 패닉이 오는 상태가 되었기에 그렇다.
전 세대보다 체격은 좋아진 데 비해 체력은 약해진 것처럼 정신력 또한 그렇다.
사회적인 억압도 덜하고 개척해 나가야 할 특별한 사명의식이 있을 필요가 없는 시대를 거쳤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손가락 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따로 기억할 필요 없이 저장 된 정보를 불러오기만 하면 되기에 스스로 사고하려는 의지를 많이 상실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정신이 멍하면서도 눈을 떠 있을 때면 항상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며 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하다.
다양성이 중시되면서 한가지에 집중하기 보다 동시다발적인 행동과 사고가 익숙한 우리에게는 명상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다.
나 역시 걸으면서 책을 읽거나 pm3파일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해서 스스로를 어떻게 쉬어줘야 하는지 어떻게 쉬고 싶어 하는지를 몰라 정신의 방황을 방치한 채로 지내기도 했었다.
<디지털 치매>의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가 디지털 사회의 효율성을 적극 활용하고 정신적으로도 부작용도 덜 받기 위한 대안들이 제시되어 있으니 참고할만하다.
특히나 나에겐 이런 독서의 시간이야 말로 뇌가 잠깐이나 차분해지고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니 자신에게 적절한 행동을 찾아 실천하면 조금이나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졸업하고 오래 쉬다가 갑자기 공부를 하려니까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달 동안 습관을 들이니 하루하루 수월해지고 지금은 오히려 에너지가 더 생성되는 것만 같다.
게다가 확실히 노력 없는 결과는 금방 증발한다.
공부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고 머리로 기록해야지 너무 쉽게 얻으려 하면 당장의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지속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뭐든 쉽게 얻으려는 욕심이 탈을 부른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진리인가 보다.
바쁘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면 한번쯤 본인의 뇌에 휴식을 주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문자답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운동을 통해 몸에도 산소를 공급해 주자.
몸과 마음에 활동성을 부여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그 자체가 업무역량 강화에 있기 보다는 본인의 흥미에 중심을 두어 행복을 향한 방향성을 가졌으면 한다.
뭔가를 배우는 요즘은 마음대로 안 풀려서 매일 조울증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전보다 몸과 마음이 생기 있어 졌음을 절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뭔가 본인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바라보는 습관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더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식탁에서 핸드폰 좀 그만 만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쓰고 싶다. 안 그래도 바빠서 서로 대화할 시간이 식사시간뿐인데 그 시간까지 열심히 핸드폰을 들여다 보느라 정작 식사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생물이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본인에게도 좋은 행동이 아닐뿐더러 상대에게도 모욕감을 주는 행위라는 기본적이 에티켓부터 다시 환기하고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배우는 게 우선이다.
디지털 치매는 본인의 사고력을 감퇴시킬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관계까지 흐릿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최신뉴스를 보는 것 보다 당장 주변의 관계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를 시작해보자.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