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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패닉 -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ㅣ 팬데믹 시리즈 1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이름도 하나의 브랜드 아닐까. 그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내가 그를 동경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의 저술은 엄청나게 학구적인 말로 촌철살인의 말을 늘어놓을 것 같아 지레 손을 놓게 된다. 하지만, 예상외로 이 책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문장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것 하고, 그 의미를 깊이 해석하는 것하고는 틀릴 것이다. 그래도, 읽고 난 다음에 내가 지젝을 읽어봤는데 말이야, 하고 포만감에 젖을 수는 있다. 세계화, 자본주의에 적대적인 지젝은 결국 코로나 사태 이후로 "새로운 사회주의"를 꿈꾸는 것 같다. 사회주의라는 말이 껄그럽다면 강력한 국가가 등장해야한다라는 정도로 이해해도 된다. 그에게는 어차피 시장이라는 것이 하나의 종교적인 믿음 정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믿음 아닌게 있나? 화폐도 법률도 도덕도 전부 믿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울해진다. 새삼 내가 "스트레인지 데이즈"에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좀비에 비유하는 대목에서는 미드에서 보던 리빙데드의 시대가 별게 아니고 지금이구나 싶다. 더 우울한 건 이런 상태가 앞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지젝이 전망하고 그에 따르면 이런 견해가 이미 대세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잠자고 있던 미지의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새로울 것이 없는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코로나 평등주의라고나 할까. 코로나 덕분에 모든 사람이(내가 경멸하고 무시하고 싶은 사람까지) 하나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전광훈이 머라고 떠들어 대던 나는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젠 아닌 것이다. 모두 발언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 공동체는 이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를 인정해야 한다. 성소수자, "보이지 않는"노동자, 등등... 더 나아가 지구는 모든 국가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제3세계의 빈국 역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코로나 블루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윌리엄 깁슨의 말을 틀자면 "폐허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P.S.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코로나 바이러스, 거의 초현실적인 질병 아닌가? 무증상 감염이라면 그걸 대체 병이라고 봐야 하나? 무증상감염으로 전염이 가능하다는게 거의 스텔스 기능 아닌가. 증상이 그렇게 각각인 건 또 뭔가. 후유증이 있다는 얘기인지 없다는 얘기인지? 그럼 한 번 걸리면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해야 한다는 얘긴가? 그럼 치사율이 높은 거랑 다를게 없지 않나. 그런데 왜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지지 않지? 근데 전반적인 상황을 보니 우리는 스스로 무너진다. 코로나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