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38
데미언 키온 지음, 고승학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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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라고 하면 뜬구름처럼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만 느껴진다. 정작 외국에서 들어온 기독교는 익숙한데 오히려 우리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불교는  인도와 티벳, 중국과 한국의 이미지가 뒤섞이며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나만의 경험은 아닌가 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교를 안다는 것을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비교하고 있으니 나의 이 애매모호함은 나름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불교가 이렇게 애매모호한 것은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유까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  

그래서 저자는 누군가가 "불교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면 그 누군가가 어디 종파의 불교를 말하고 있는지 체크하라고 주의한다. 아주 실질적인 조언인게 시중의 불교입문서를 봐도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실 시중에 나와있는 불교 입문서를 보면 그 썰들이 다 달라 과연 어떤 애기를 믿을 수 있을까 싶다. 붓다의 출가가 신화라는 썰부터 붓다가 죽을 때 먹은 게 버섯이라는 썰부터 돼지고기라는 썰까지 세부적인 교리와 전통 용어등이 다른 것이다.) 특히 저자가 스님인 경우에는 자신이 속한 종파를 기본으로 불교를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저자의 접근법이 인상적인 것은 불교를 안다는 것이 장님 코끼 만지기라도 그 몸통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불교의 핵심이 있다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관점이랄까. 물론 저자는 이후에 이어지는 자신이 쓴 내용들이 학문적인 관점에서 불교의 몸통일거라고 주장할 것이다.    

 저자의 가장 첫 질문은 불교를 접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던지는 질문, "과연 불교는 종교인가?" 라는 것이다. 창조주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없는 불교는 과연 종교인가? 철학인가? 단지 도덕인가?  저자의 대응은 한마디로 종교의 정의를 확장하는 것이다. 반드시 유일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종교라는 것은 여러차원에서 고찰이 가능하고 , 그런 고찰의 결과는 불교도 종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책의 목차가 우리가 "불교를 안다"고 말할 때 그 앎의 핵심적인 대상일 것이다. 교조인 붓다의 생애, 그의 초기 가르침중 가장 핵심적인 사성제와 팔정도, 불교의 백그라운드인 업과 윤회, 그리고 대승으로 이어지는 불교의 역사, 수행의 핵심을 이루는 명상과 도덕 등이 저자가 생각하는 불교의 고갱이일 것이다. 결국 불교라는 것은 수행을 통해 "전환된 인격의 상태"인 열반에 도달하는 체계인 것 같다.  물론 붓다의 신적의 의미도 있는데 이는 대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덧붙여 진 것이라고 저자는 서술한다. 글자 그대로 개론서라 한문장 한문장이 많은 연구가 압축된 결과물이다. 가독성이 아주 높지는 않은데 번역을 못했다기 보다 원문에 추상적인 단어가 많고, 실력은 좋은데 강의는 지루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 불교의 첫디딤돌을 딛는데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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