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동그라미 동시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33
김경구 지음, 박인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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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동그라미 동시』/ 김경구 시, 박인 그림/ 초록달팽이/ 2025

 


 

동그라미 한 권을 모아놓은 동시집은 지금껏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온갖 동그라미가 내는 소리를 눈으로 입으로 한참이나 읽었다. 조용조용 움직이는 동그라미, 딸그락 소리내면서 움직이는 동그라미 누군가 충격을 가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동그라미 등, 그 동그라미가 이끄는 대로 독자도 하나의 동그라미가 된 양 움직이게 된다.

 

동그라미 동시를 쓴 김경구 시인은 19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2009년 사이버중랑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꿀꺽! 바람 삼키기』 『수염 숭숭, 공주병 우리 쌤』 『앞니 인사』 『우리는 비무장지대에 살아』 외 다수, 동화집 『방과후학교 구미호부』 『와글 와글 사과나무 이야기길』 외 다수, 그림책으로는 『지구를 지키는 수소자동차 꿈이』 『활옥동굴과 아이』, 청소년 시집 『옆에 있어서 줘서 고마워』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 시집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 하나』 등이 있다.

 

운동에 가면/ 내가 주인공// 다 나를 쫓아/ 달려오지// 다 나를/ 쳐다보지// 뻥뻥뻥// 뻥!/ 아니야// - 「축구공」 전문, (20쪽)

 

“뻥뻥뻥”과 “뻥!”의 의 다르지만 축구공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동그란 축구공이 시가 되는 순간이다. 축구공을 보고 동그라미 동시라고 해도 이젠 “뻥”이 아니다.

 

참관수업 하는 날/ 우리 반 다 같이 연주하기// 차르르르 차르르르/ 통통통/ 흔들고 두드리고// 연주하다 엄마랑/ 딱 마주친 눈빛/ 내 마음도/ 탬버린 되어 기쁨이/ 차르르르 차르르르//

- 「탬버린」 전문, (62쪽)

 

탬버린으로 만나는 동그라미는 축구공과 또 느낌이 다르다. 내용이 음악과 관련이 있는 이유도 있지만 템버린은 소리와 더 가깝고 왠지 어깨가 들썩거리게 되는 듯 하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도장/ 참 잘했어요/ 동그란 도장// 꽝!/ 공책에 찍힐 때면// 샤!/ 기쁨이 동글동글 피어나지// - 「참 잘했어요」 전문, (72쪽)

 

“참 잘했어요” 내가 어렸을 때도 있던 도장이다. 저 도장 하나 찍어 집에 갈 때면 발걸음이 엄청 가벼웠는데 그 도장이 지금도 통하는 거 보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그 명언이 세대를 막론하고 통한다는 게 믿어진다.

 

겨울에만 오는 귀한 사람/ 춥다고 집안 따듯한 곳으로/ 모시면 안 되는 손님// 밖에서만 지내다/ 어느 날 순식간에 사라지는/ 겨울 손님// - 「눈사람」 전문, (80쪽)

 

내가 사는 대구는 눈이 귀하다. 그래서 따듯한 곳으로 모실 눈이 없어 다행인지 모르겠다. 동글동글 굴린 눈덩이 두 개를 쌓아 만든 눈사람, 눈사람 시가 많은데 또 이렇게 한 편의 시가 눈사람과 함께 태어났다.

 

『동글동글 동그라미 동시』라는 제목에 맞게 동그라미가 많다. 축구공, 알사탕, 달, 털실 타래, 귤, 알약, 엘피레코드, 포도, 탬버린, 완두콩 등등… 동그라미 동시의 소재를 찾는 일만으로도 쉽지 않았겠다. 재밌는 건 동글동글한 소재가 많다 보니 시도 입 안에서 떼구르르 구르는 느낌이 든다. 음악성이 느껴지는 동시가 많았다고 할까. 재밌는 동시를 읽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많은 독자도 그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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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기다려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31
박해경 지음, 채승연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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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기다려』/ 박해경 시, 채승연 그림/ 초록달팽이/ 2025

 

이 세상 모든 “기다려”의 행복을 빌며

 

박해경 시인은 2014년 《아동 문예》 동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딱! 걸렸어』 『두레 밥상 내 얼굴』 『하늘만침 땅만침』 『우끼가 배꼽 빠질라』가 있다. 디카시집 『가장 좋은 집』 『달을 지고 가는 사람』이 있고, 디카시집 공저 『삼시세끼』 『구호 물품』이 있다.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 대상과 울산 아동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을 수상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해경 시인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내 이름은 기다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동시집에는 다양한 소재의 시가 많이 실렸지만 그중 동물에 관한 시 몇 편만 소개해 본다.

 

꼬리치며 달려가/ 안아주려 하면/ “기다려!”// 밥 먹으려 해도/ “기다려!”// 출근할 때/ 학교 갈 때/ 간식 줄 때마다/ “기다려!”// 모두 나간 후/ 텅 빈 집안에서/ 난 기다리지.// 자고 먹고 자고/ 기다림은 아주 길어.// 가끔 문밖에서/ 작은 소리라도 나면/ 나 여기 있다고/ 멍! 멍! 멍!// - 「내 이름은 기다려」 전문, (94~95쪽)

 

시인의 말에서 소개한 식구가 된 반려견 단추, 이야기인 듯하다. 단추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집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일이 아닐까. 낮이면 텅 빈 집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게 일상인 반려동물. 시골을 벗어난 이후로 개는 키워보지 않았는데 유기견을 데려와 키우는 입장인 작가는 이래저래 단추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큰 모양이다.

 

새들이 떼 지어 날아간다./ 반갑게/ 모두 모이려나 보다.//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걸 보니/ 저 길 끝/ 어디쯤이/ 고향인가 보다.// - 「새들의 명절」 전문, (28쪽)

 

철새의 이동이 많은 계절이다. 겨울이 나기 힘들어 따스한 곳으로 떠나는 새들과 겨울을 나기 위해 오는 새들. 살기 위해 새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보면 생존 본능은 생명이 붙어 있는 모든 것에서 위대하다.

 

장생포 고래 마을에는/ 집집마다/ 고래 한 마리씩 키운다.// 담벼락에 떡하니 누워/ 잠자는 고래도 있다.// 가끔 바다에 나가서/ 꿈을 안고 돌아오는 고래.// 장생포 사람들/ 마음속에는/ 하루도 고래가 없었던 날이 없다.// - 「고래도 장생포 봄을 좋아한다」 전문, (79쪽)

 

언젠가 장생포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고래는 못 보고 왔다. 그래서인지 장생포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있다. 집집마다 키우는 고래가 궁금해서라도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캄캄한 골목길,/ 뒤따라오는 새끼들을 위해/ 고양이 엄마는/ 눈을 불처럼 켠다.// 순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두 눈 속에는/ 손전등보다 더 밝은/ 작은 불꽃이 일렁인다.// 무서운 세상,/ 혹시라도 다칠까 봐/ 어둠 속 발자국마다/ 엄마는 밤새 불이 된다.//

- 「고양이 눈」 전문, (90쪽)

 

동물 중에도 모성 본능이 뛰어난 동물이 있는데 특히나 고래나 코끼리, 침팬지, 사자, 코알라 등이 그렇다고 들었다. 「고양이 눈」에서는 새끼 고양이를 위해 눈을 불을 켜는 엄마 고양이의 모습을 그렸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눈에 불을 켜고서라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게 엄마다. 가끔은 사람보다 더 모성을 자극하는 동물의 이야기가 텔레비전에서 방송될 때는 부끄럽기도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내 이름은 기다려』에는 이처럼 동물을 대하는 시인의 마음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잊혀가는 사투리를 살려내고 솔방울, 몽당연필, 신호등, 그림자, 가로등, 붕어빵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물이나 이미지도 시 속으로 옮겨 왔다.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열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다려”들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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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구워 먹기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28
이시향 지음, 민지은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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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구워 먹기』/ 이시향 시. 민지은 그림/ 초록달팽이/ 2025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시향 시인의 신간 『초승달 구워 먹기』다. 산 위에 둥그렇게 올라온 프라이팬으로 초승달뿐만 아니라 시인이 그간 갈고 닦은 시도 맛깔나게 조리를 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표지다.

 

이시향 시인는 《시세계》에서 시,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시와편견》에 디카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 『아삭아삭 책 읽기』와 디카시집 『우주정거장』 『피다』 『삼시세끼』(3인 공저) 『구호물품』(3인 공저), 시화집 『마주 보기』와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그를 닮은 그가 부르는 사모곡』 『사랑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가 있다.

 

“잘 쓰겠다는 말보다 진심을 담아 쓰고 잘난 척 쓰기보다 느낌이 남게 쓰려고 노력했던 제 마음의 창을 열어 보냅니다.”라고 쓴 시인의 말이 고백 같기도 하고 다짐 같기도 해서 눈이 간다.

 

학원 마치고 오는 길에/ 따라온 초승달/ 우리 집/ 프라이팬에 떴다.// 노릇노릇해지면/ 살짝 뒤집어지는 초승달/ 하나도 아니고/ 여섯 개나 떴다.// 점점 더 바싹하게 구워져/ 쟁반에 옮겨진/ 군만두/ 내 입으로 사라진다.//

 

-「초승달 구워 먹기」 전문, (69쪽)

 

표제작인 「초승달 구워 먹기」이다. 는 먼저 이 시는 밤에 읽지 말라는 당부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야식으로 만두가 무지 당기기 때문이다. 냉동실에 있는 만두가 자꾸만 눈앞에서 왔다갔다 한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군만두가 시각만 자극하면 좋을 텐데 이 밤에 먹을까 말까 무지 갈등하게 만든다.

 

국어, 수학, 과학, 영어/ 어떤 문제든 척척!/ 모르는 것 없이/ 뚝딱뚝딱 뽑아내는 AI 선생님.// 하지만,/ 내가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해보자!”/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는/ 우리 선생님이 더 좋아.//

 

-「AI 선생님」 전문, (60쪽)

 

AI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어떤 면에서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정적인 면도 많다. 다만 사용자가 AI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먼, 먼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에 두려울 뿐이다.

 

첫서리가 내리면/ 외할아버지는 감나무에 올라/ 붉게 익은 감을 땄다.// “까치도 먹을 건 남겨둬야지.”// 몇 개는 가지에 남겨 두고,/ 단단한 감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았다.// “아람*”이 되면 꺼내 먹어라.“/ 그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남아있다.// 이제, 붉게 물든 감 아래/ 나무에 오른 아빠를 보며/ 엄마의 눈시울이 감처럼 익어간다.//

 

-「감항아리」 전문, (96~97쪽)

 

겨울이면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감항아리다. 시골집에도 대봉감 두 그루가 자리 잡고 있고 곶감용 납작감과 단감까지 있어서 대봉감은 항아리에 그득그득 채워 온 식구 겨울 간식이었다. 살얼음이 살짝 낄 때 꺼내 먹으면 아이스크림이 따로 없었다. 지금도 대봉감 나무는 시골집에 그대로 있는데 딸 사람이 없어 늘 까치밥으로 내주고 있다. 요즘은 항아리가 아닌 냉동실에 홍시를 넣어두었다가 여름에 하나씩 아이스크림처럼 꺼내 먹곤 하는데 그때의 느낌 하고는 많이 다르다.

 

이시향 시인의 이번 동시집에는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내 주었다. 그 외에 시인 주변을 동시집을 읽으며 가만가만 둘러보게 하는 동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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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었더니 시가 되네! 폰카 동시
이묘신 지음 / 마음이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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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 동시』 , 시와 사진 이묘신, 마음이음, 2025

 

일상이 시가 되는 폰카 동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참 부럽다. 이번에 신간을 출간하신 이묘신 작가 역시 동화, 동시, 디카시,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시는 분이다. 몇 년 전 브로콜리숲에서 출간 디카시집 『마법 걸린 부엉이』는 참 신선했다. 이번에 『폰카 동시』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온 이 시집은 더 간결하면서 쉽고 재밌다. 아마도 많은 분을 폰카 시집의 세계로 인도하지 않을까 싶다.

 

이묘신 작가는 2002년 MBC창작동화대상에서 단편 동화 「꽃배」로 수상해 이후 2005년 「애벌레 흉터」 외 5편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2019년 동시집 『안이 궁금했을까 밖이 궁금했을까』로 서덕출문학상을 받았다. 출간한 책으로 동시집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 『너는 1등 하지 마』 『눈물 소금』 『별별동네』, 그림책 『어디로 갔을까?』 『쿵쾅! 쿵쾅!』 『후루룩후루룩 콩나물죽으로 십 년 버티기』 그림책으로 『강아지 시험』 등이 있다.

 

어디로 갈지

헷갈리게 하지 마

 

이러다 길을 잃겠어!

 

- 「이상한 화살표」 전문, (23쪽)

 

방향을 표시하는 화살표가 양방향으로 나 있다면 정말 헷갈릴 만하다. 어느 회사에서 선보인 상품인지 신발이 잘못했네. 아니라면 저 신발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엄마 감자는

성질도 급해요

 

땅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아기 감자부터 낳았어요

 

- 「어떻게 키우려고」 전문, (28쪽)

 

보통 싹 난 감자는 많이 봤는데 싹 난 거에 더해 아기 감자까지 달고 있는 감자라니! 정말 성질 급한 감자다. 이런 장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시로 만든 작가는 정말 한 수 위다. 이런 경우는 아기 감자는 따로 떼어내 땅에 묻어야 하나?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까만 씨앗들

방 하나씩 차지했다

 

빈방이

하나도 없다

 

- 「연꽃 씨앗」 전문, (90쪽)

 

읽자마자 “맞아, 맞아” “그렇지!” 하게 된다. 이번 『폰카 동시』에서는 이모티콘이 하나의 활자처럼 큰 활약을 한다. 주로 카톡 등에서 문자로 대화할 때 감정 표현의 또 다른 수단으로 사용하던 이모티콘을 종이책 안으로 들여놓으니 색다른 맛이 난다.

 

긴 글 읽기가 힘든 분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읽을 마음 먹기가 힘들지 읽기는 금방이다. 그만큼 쉽고 재밌다. 바로 시가 될 게 없나? 하나 휴대폰 들고 외출을 감행하는 분이 모르긴 해도 수두룩할 것이다. 『폰카 동시』에 읽은 것처럼 시는 멀리 있지 않으니까.

 

#폰카동시

#이묘신

#마음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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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염색 좀 했어! ㅣ 열린어린이 동시집 22
유희윤 지음, 양양 그림 / 열린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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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닮고 싶은 분이 여럿 있다면 그중 한 분이 유희윤 선생님이다. 소녀 같은 감성과 감각이 독자를 자주, 많이 놀라게 한다. 특히나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다. 이미 출간된 동시집에서도 그 느낌은 받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동시집에서도 슬며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를 웃게 하는 유희윤 선생님은 2003년 《부산일보신춘문예》에 동시 「사다리」로 등단해 방정환문학상과 제1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도봉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눈 온 아침」 외 6편의 동시가 초등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출간한 동시집으로는 『내가 먼저 웃을게』, 『하늘 그리기』, 『참, 엄마도 참』, 『맛있는 말』, 『난 방귀벌레, 난 좀벌레』,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바위굴 속에서 쿨쿨』 등이 있다.

 

어머 예쁘다!/ 넌 무슨 꽃이니?// -나아?/ 아카시아 꼬옷!//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꽃은 하얀데?// -응,/ 염색 좀 했어,/ 나도 아카시아 꽃이야.// - 「자주색 아카시아 꽃」 전문 (72쪽)

 

표제작인 「자주색 아카시아 꽃」이다. 내용을 읽기 전에는 사람의 머리 염색을 생각했는데 아카시아 이야기다. 자주색 아카시아 꽃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렇지만 그 향기는 비슷할 거라 생각되는 순간, 온 방 안에 아카시아 꽃 향기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이게 선생님 시의 힘이다.

 

나는 콩물 되고/ 나는 두부 되고/ 나는 콩가루 되더라도/ 너희는 씨앗으로 남아라./ 꼭 남아서/ 아들딸 많이 낳고/ 알콩달콩 살아라./

- 「콩의 유언」 전문, (41쪽)

 

“알콩달콩 살아라”는 결혼 사람들에게 주로 해주는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유언에도 써도 어색하지 않는 말이라는 걸 「콩의 유언」을 읽고 알았다. 아니면 유희윤 선생님이 어울리게 쓰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콩으로 한 요리를 좋아하는 나로서 콩에게 괜히 미안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콩요리를 안 먹을 자신도 없다.

 

냉동실/ 홍홍 홍시// 땡땡 골났다./ 돌덩이 되었다.// 떼구르 꽝/ 발등 깨칠라// 골난 홍시 무섭다// 냉장고 문 열기/ 무서무서 무섭다// - 「홍시 무섭다」 전문, (48쪽)

 

시골에는 가을에 감을 따서 단지에 넣어서 보관해 두고 추운 겨울에 하나둘 꺼내 먹었다. 꽁꽁 언 홍시를 꺼내 먹는 것과 또 다른 맛이었는데 요즘은 냉동실에 거의 보관하는 게 보편적이다 보니 꽁꽁 언 홍시를 꺼내 한참을 녹여서 먹어야 한다. 우리 집 냉동실에도 얼려 놓은 홍시가 한가득 들어 있다. 땡땡 골났을 때는 조심조심 다뤄야 한다. 말랑말랑한 홍시도 한 성깔 하기 때문이다.

 

새파랑 게/ 청포돈 청포돈디/ 뭐시더라.// 또 잊아 뿌렸다./샤이 뭐시?// 할머니,/ 샤. 인. 멋. 스. 켓!// 잉, 샤인머스케엣!// 에구 이름도 참,/ 느 아파트 이름만치나 어렵다야.//

- 「샤이 뭐시」 전문 (54쪽)

 

사투리를 이렇게 맛있게 구사하시니 말맛이 살아있다. 요즘 과일이나 식재료, 음식 이름, 아파트 이름 등 어려운 게 너무 많다. 외국에서 들여온 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굳이 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짓는 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어,/ 경로석에 한 분/ 돋보기 쓴 할아버지. 천천히 책장을 넘기신다//” -「전철 안 풍경」 일부 (63쪽)

 

저자이신 유희윤 선생님을 뵙는 것 같아 괜히 반가운 시였다. 시인의 말에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히신 만큼 지하철 경로석에서 책 읽는 선생님을 가만히 지켜보다 방해될까봐 조용히 책장을 덮는다. 열린어린이에서 나온 이번 동시집은 책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밝고 환하다. 회색빛의 겨울이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응, 염색 좀 했어!』로 주위를 환하게 바꿔보자.

 

#응,염색좀했어!

#유희윤동시집

#열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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