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기다려 초록달팽이 동시집 31
박해경 지음, 채승연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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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기다려/ 박해경 시, 채승연 그림/ 초록달팽이/ 2025

 

이 세상 모든 기다려의 행복을 빌며

 

박해경 시인은 2014아동 문예동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 걸렸어』 『두레 밥상 내 얼굴』 『하늘만침 땅만침』 『우끼가 배꼽 빠질라가 있다. 디카시집 가장 좋은 집』 『달을 지고 가는 사람이 있고, 디카시집 공저 삼시세끼』 『구호 물품이 있다.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 대상과 울산 아동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을 수상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해경 시인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내 이름은 기다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동시집에는 다양한 소재의 시가 많이 실렸지만 그중 동물에 관한 시 몇 편만 소개해 본다.

 

꼬리치며 달려가/ 안아주려 하면/ “기다려!”// 밥 먹으려 해도/ “기다려!”// 출근할 때/ 학교 갈 때/ 간식 줄 때마다/ “기다려!”// 모두 나간 후/ 텅 빈 집안에서/ 난 기다리지.// 자고 먹고 자고/ 기다림은 아주 길어.// 가끔 문밖에서/ 작은 소리라도 나면/ 나 여기 있다고/ ! ! !// - 내 이름은 기다려전문, (94~95)

 

시인의 말에서 소개한 식구가 된 반려견 단추, 이야기인 듯하다. 단추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집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일이 아닐까. 낮이면 텅 빈 집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게 일상인 반려동물. 시골을 벗어난 이후로 개는 키워보지 않았는데 유기견을 데려와 키우는 입장인 작가는 이래저래 단추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큰 모양이다.

 

새들이 떼 지어 날아간다./ 반갑게/ 모두 모이려나 보다.//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걸 보니/ 저 길 끝/ 어디쯤이/ 고향인가 보다.// - 새들의 명절전문, (28)

 

철새의 이동이 많은 계절이다. 겨울이 나기 힘들어 따스한 곳으로 떠나는 새들과 겨울을 나기 위해 오는 새들. 살기 위해 새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보면 생존 본능은 생명이 붙어 있는 모든 것에서 위대하다.

 

장생포 고래 마을에는/ 집집마다/ 고래 한 마리씩 키운다.// 담벼락에 떡하니 누워/ 잠자는 고래도 있다.// 가끔 바다에 나가서/ 꿈을 안고 돌아오는 고래.// 장생포 사람들/ 마음속에는/ 하루도 고래가 없었던 날이 없다.// - 고래도 장생포 봄을 좋아한다전문, (79)

 

언젠가 장생포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고래는 못 보고 왔다. 그래서인지 장생포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있다. 집집마다 키우는 고래가 궁금해서라도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캄캄한 골목길,/ 뒤따라오는 새끼들을 위해/ 고양이 엄마는/ 눈을 불처럼 켠다.// 순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두 눈 속에는/ 손전등보다 더 밝은/ 작은 불꽃이 일렁인다.// 무서운 세상,/ 혹시라도 다칠까 봐/ 어둠 속 발자국마다/ 엄마는 밤새 불이 된다.//

- 고양이 눈전문, (90)

 

동물 중에도 모성 본능이 뛰어난 동물이 있는데 특히나 고래나 코끼리, 침팬지, 사자, 코알라 등이 그렇다고 들었다. 고양이 눈에서는 새끼 고양이를 위해 눈을 불을 켜는 엄마 고양이의 모습을 그렸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눈에 불을 켜고서라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게 엄마다. 가끔은 사람보다 더 모성을 자극하는 동물의 이야기가 텔레비전에서 방송될 때는 부끄럽기도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내 이름은 기다려에는 이처럼 동물을 대하는 시인의 마음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잊혀가는 사투리를 살려내고 솔방울, 몽당연필, 신호등, 그림자, 가로등, 붕어빵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물이나 이미지도 시 속으로 옮겨 왔다.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열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다려들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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