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 영농기
김영화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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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김영화 지음/ 학이사/ 2025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 영농기를 쓴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는 농부 흉내 내기도 버거워하는 나를 많이 부끄럽게 한 책이다. 화분에 고추 몇 포기 심어 먹다가 올해 베란다 텃밭을 벗어나 진짜 텃밭 경작에 들어갔다가 정말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하는 말은 부모님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많이 들은 이야기다.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대부분 공감이 가고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추억을 소환해 주었다.

 

저자 김영화는 감, 호두, 벼농사까지 짓는 억척스러운 아가씨 농사꾼이다. <환경신문> 수필 부문 공모전 우수상, CJ문학상 동화 부문 동상을 수상했고 <농민신문> 영농생활 수기 공모에 흰색 하이바가 당선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수필집 내 마음의 풍경살맛 나는 이야기(공저)가 있다.

 

뭔가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면 온몸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와 닿는다. 올해 심은 고추, 오이, 가지, 들깨 등등이 왜 안 되지?’ ‘다른 집은 다 잘 자라 주렁주렁 달리는데 우리 것은 뭐가 문제지?’ 이런 의문만 무수히 낳고 처음 심은 데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가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답이 나오는 것 같다. 저자만큼 부지런히 가꾸지도 않았고, 공부하지도 않았고, 농사 프로 농부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본문에서 접한 초보 농사꾼의 모습은 때로 낭만적인 모습도 더러 보이긴 하지만 진정 고군분투 영농기다.

 

나뭇가지에 찔려 코에서 피가 나고 예초할 때 돌이 튀어 맞는 건 예사고 닭장을 고치고 무거운 비료를 어깨에 메고 논에서 이삭거름을 하는가 하면 거름을 내고 다 지은 농사의 판로를 알아보러 다니는 등 혼자서 1인 다역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초보 농사꾼이 프로 농사꾼과 어울려 농사를 짓기까지 얼마나 많이 좌절도 하고 울기도 했으랴. 본문에도 논두렁에 퍼질러 앉아 울고 다쳐서 울고 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책에 일일이 나열하지 않고 넘어간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남의 밭에서 나물을 뜯는 거예요?”

여기 주인하고 이야기 다 된 거예요.”

여기 주인이 누군데요?”

(-p74)

 

중년 여자 셋이 머위밭에서 머위나물을 따다 들켰을 때의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나 역시 겹치는 장면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일궈 놓은 고사리밭에 봄이면 모르는 사람이 와서 마구 꺾어간다. 대구서 일부러 시간 내 갔다가 허탕을 치고 온 적도 있다. 동네에서는 꺾어갈 사람이 없어 외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속상하다. 책에서처럼 직접 마주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특히 오전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점심시간이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불러 밥을 먹였다. 못밥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길가에 둘러앉아서 먹었다. 그릇에 가득 담긴 밥, 시래기 된장국, 나물무침, 콩조림, 김치, 장아찌, 된장, 상추 등 짭짤한 밑반찬과 함께 밥을 먹으면 소풍날처럼 신났다.”

(-p102~103)

 

나의 어린 날과 겹치는 장면이 종종 있는데 못밥을 먹는 장면도 그렇다. 밖에서 먹는 건 뭐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먹거리가 그렇게 풍족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절기와 관련된 속담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농사는 24절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24절기를 나눴는데 음력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24절기에 맞춰 한 해 농사의 시작과 마무리를 같이 하기 때문에 절기에 따른 속담도 많이 생긴 듯 하다. 겨울에 농사를 시작해 가을 마무리까지 초보 농사꾼의 한 해 농사를 눈으로 따라다녔다. 고양이손, 강아지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할 때 정말 똥손인 나라도 일손을 보태고픈 마음이 인다. 초보 농사꾼의 하루하루에 응원을 보낸다. 다른 독자들 또한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시골에서는고기살돈만있으면된다면서요

#김영화지음
   #2025대구지역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

#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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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하인혜 지음 / 이든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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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하인혜 동시집/ 이든북/ 2025

 

시간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동시집

 

하인혜 시인의 신간 눈 깜짝할 사이에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읽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그때의 어른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요 며칠 도쿄에서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45일 휴가차 다녀갔다. 그것도 또한 눈 깜짝할 사이였다는 걸 눈 깜짝할 사이에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 깜짝했을 뿐인데//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 시간을/ 먹고 사는/ //

- 어느새전문 (-p61)

 

표제작인 어느새는 부사언 어느새이기도 하면서 살아있는 한 마리의 로 읽히기도 해서 중의적인 표현으로 쓰였다. 부사일 때는 어느 틈에 벌써. 또는 알지 못한 사이에 이미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박완서 작가의 아주 오래된 농담시간은 빨리 흐른다. 특히 행복한 시간은 아무도 붙잡을 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만큼 시간을 먹고 사는 새, 어느새는 빠르다.

 

귀가 먹어 가는지 웅웅거리다/ 이윽고 쉭쉭댄다// 눈도 자주 깜짝거린다/ 손만 대도 시리고/ 밤이면 더 시큰거린다// 살 만큼은 살아보자고/ 오늘 또 수리기사가 와서/ 겨우 명줄을 이어놓고 갔다// - 잘두 버티고 있네 그랴. 웬만하면 새걸로 장만하지/ - 스무 해를 같이 살았는디 그게 쉽겄어유// 늘 먹는 밥에도 체할 때가 있듯이/ 옳은 말도 때론 서운할 때가 있는 법이다// 벙어리 냉가슴에 맺힌/ 무거운 눈물이/ , / / //

- 냉장고 할매전문 (-p34~35)

 

화자가 냉장고다. 냉장고 중에서도 할매다. 스무 해를 같이 살았으면 사람으로 치면 그 집의 돌아가는 사정은 다 꿰차고 있는 냉장고다. 그런 냉장고를 수리기사가 웬만하면 새걸로 장만하지하고 주인은 스무 해 동안의 동거를 언급한다. 함께 산 세월은 단칼에 자르는 게 아니란 걸 말한다. 집에서 살림을 좀 살아본 사람은 다 공감할 것이다. 하나씩 고장 날 때 하나라도 좀 더 쓰고 바꾸려고 알뜰살뜰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게 우리들의 모습인데 집안의 배경 같은 가전에게도 발언권이 있어 한마디씩 한다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본다.

 

비가 오는데/ 아기 신발 한 짝/ 길 위에/ 떨어져 젖고 있다// 이 길을/ 다시 밟아/ 종종걸음으로/ 두리번거리며 다가올/ 엄마가 있겠다// 신발 한 짝 주워/ 젖은 자리/ 비껴/ 바로 저만치에/ 옮겨 놓는다// - 신발 한 짝전문 (-p86)

 

아기에게 신발 신겨서 다녀보면 한 짝을 잃어버릴 때가 종종 있다. 신발이 살짝 헐렁해서 잘 벗겨지기도 하고 쑥쑥 자라는 아기한테 너무 꼭 맞는 신발은 얼마 신기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 한 사이즈 큰 걸로 사는데 예전에 아이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두리번거리며 다가올 엄마가 나인 것만 같아 시선이 한참 머무른 시다.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엿보이는 시다.

글쓴이의 말에서 이 책에 실린 글은 시인 자신의 글이기보다 마음 깊숙이 스며든 말들이 시인의 입을 빌려 건넨 인사에 가깝다고 겸손하게 말을 건네는 하인혜 작가는 <동아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작품집 분꽃과 어머니, 엄마의 엽서, 지금이 젤 좋아등이 있으며 대산창작기금과 대전일보문학상, 대전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인혜동시집

#눈깜짝할사이에

#이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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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정은 오늘도
김양미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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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가 필요한 다양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실제 삶이 사기와 배신, 왕따 이런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면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고 차분하고 고상하게 살아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김양미 소설집 『오순정은 오늘도』를 읽다 보니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눈앞의 현실에 급급해 허덕이고 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아무리 외친들 그 말이 귀에 들어올까만 『오순정은 오늘도』는 읽을수록 독자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몇 집만 건너면 소설 속 주인공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이 내 생활 주변의 일 같아 그만큼 더 실감 나고, 재미있다.
김양미 작가는 2022년 제41회 근로자 문학제에서 「내 애인 이춘배」로 입상, 그해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비정상에 관하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3년 단편 소설집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2024년 에세이 『매운 생에서 웃음을 골라먹었다』를 출간했다.
7편의 단편으로 앞에 3편은, 앞에 3편은 오순정, 김종만, 김하나가 각각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고 「자전거의 기울기 23.5〫」는 할머니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할아버지가 기울어진 자전거에서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손주뻘 아이한테서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이야기다. 「로또」, 「리틀 몬스터」, 「드림 포에버」에서는 유기견, 유기묘 이야기, ADHD 진단을 받은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전쟁을 치루는 이야기, 이미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를 사는 인간이 드림 포에버 센터에서 그동안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연도별로 살아보다가 가는 내용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 모두 숨구멍이 필요했겠구나 싶었다. 오순정은 부동산을 보러 다니면서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 김종만은 문화센터에 시를 쓰는 다니는 것, 왕따가 되어 괴롭힘을 당하다가 수퍼집 딸 명진을 만나 수다를 떠는 하나. 하나의 가족으로 뭉쳐 살지만 사실 자기 팔 자기가 흔들고 사는 모습이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녀를 믿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리틀 몬스터」 제일 마지막 문장은 “하율이는 강한 아이라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이다. 자포자기와 희망이 함께 보여 마음이 아리다. 하율의 엄마 아빠는 저 문장 안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믿어보는 것 이외에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자신들은 또 얼마나 무기력하게 느껴지겠는가.
아프리카 격언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율이의 과잉행동으로 숨을 헐떡이고 사는 요셉과 마리아 같은 이들이 주변에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많은 이들이 주말에 있는 로또 보권 추첨 시간에 맞춰 지금 이 시간에도 복권 가게를 기웃거리거며 자동으로 혹은 수동으로 로또 복권을 산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손바닥보다 작은 용지에 희망을 건다. 재미로 사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그것만이 자신의 삶을 인생역전할 기회이자 숨구멍이 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오순정처럼 2등이라도 된다면 삶이 자그마한 빛이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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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던 밤에 단비어린이 그림책
차영미 지음, 송수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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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던 밤에/ 차영미 글, 송수정 그림/ 단비어린이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이 그림책 속에

 

차영미 선생님이 글을 쓰신 그림책 천둥 치던 밤에를 만났다. 폭풍이 치던 밤에 만난 강아지 구름이를 집으로 데려와 서로 친해지기까지의 일을 그림책에 담아냈다. 보통 천둥이 치고 조금 있다가 번개가 번쩍거리는데 그럴 때는 주위가 캄캄해진다. 그 소리가 워낙 크고 무시무시해서 집에 혼자 있으면 절로 이불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집으로 데려왔지만 송이에겐 좀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던 구름이가 엄마가 아빠 일을 도와주러 잠시 집을 비운 뒤 우르르 쾅쾅, 번쩍번쩍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 때문에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침착하게도 송이는 무서워서 숨는 구름이를 달래가며 그림도 그리고, 색칠 놀이도 하고, 고구마도 나눠 먹으며 제법 의젓한 누나처럼 행동한다.


그에 질세라 구름이는 초인종 소리에 겁먹은 송이를 위해 힘껏 짖어 택배 배달온 기사를 물건만 밖에 두고 도망가게 한다. 위기를 함께 겪으면 끈끈한 사이가 된다는 사실이 이 그림책에도 드러난다. 송이와 구름이가 한 침대에서 나란히 잠든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둘의 앞날도 짐작하게 한다.


괜히 떠도는 강아지가 없는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서로 의지할 무언가가 있다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굉장한 힘이 된다. 구름이와 친해지고 싶은 송이의 마음을, 새로운 주인을 만났지만 아직은 온 마음을 내놓지 않던 구름이가 서로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 한 발짝 내딛게 해 준 밤이 이 책의 제목이 된 천둥 치던 밤이다. 구름이도 송이도 도입부보다 마지막 페이지 잠들어 있는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훌쩍 자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천둥치던밤에

#차영미_,송수정_그림

#단비어린이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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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밥 별별 밥 퐁퐁 동시샘
박소명 지음, 신외근 그림 / 하늘우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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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밥 별별 밥/ 박소명 동시/ 신외근 그림/ 하늘우물/ 2025


가끔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밥 먹었어?” 혹은 “식사했어요?”라고 물어볼 때가 많다. 그러면 오래전부터 아침을 건너뛰는 아들은 아침밥 안 먹는 줄 알면서 왜 자꾸 물어보냐고 그러고 또 다른 지인은 “요즘 밥 못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통화할 때마다 그렇게 밥 먹었냐고 물어보냐고 되묻는다.


오래전에 할아버지와 같이 살던 시골집에는 대문이 없었다. 이웃에 살던 분 누구라도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진지 자셨는기요?”였다. 그분들은 배를 곯았던 시절도 있었기에 그 인사가 이해가 간다. 밥은 삶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인데 요즘은 밥을 못 먹고 사는 시절은 아니지만 혼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혹시 때를 놓칠 수도 있어 “식사했어요?”라는 인사는 계속될 것 같다.


그런데 밥을 말이 아닌 글, 그중에서도 동시로 50편이나 써서 출간한 분이 계신다. 박소명 작가의 『밥 밥 별별 밥』이다. 박소명 작가는 〈광주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오늘의동시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뽀뽀보다 센 것』, 『올레야 오름아 바다야』, 『와글바글 식당』 외 다수가 있고, 동화책 『흑룡만리』, 『오현, 바람을 가르다』,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외 다수가 있고 어린이 지식 교양책 『세계를 바꾸는 착한 똥 이야기』, 『방구석 유네스코 세계유산』 외 다수가 있다.


1부 “이런 밥 저런 밥”, 2부 “산에도 밥, 들에도 밥”, 3부 “생각이 깊어지는 밥”, 4부 “먹자, 먹자, 맛있는 밥” 총 50편의 밥 중에서 몇 편만 소개해 본다.


1학년 윤지가/ 밥을 먹는다.// 그림 동화책/ 듬성듬성한 글밥// 읽고 또 읽고/ 되새김질까지 하며// 또박또박 천천히/ 맛있게 먹는다.// - 「글밥」 전문 (26쪽)


별 반찬 없이/ 된장찌개 하나로도// 굳었던 마음이/ 사르르 풀어지지.// 차갑던 마음이/ 후르르 데워지지.// 생각만으로도/ 집밥은/ 가슴 따스한/ 엄마 사랑 가득해지지.//

- 「집밥」 전문 (59쪽)


엄마 퇴근하는/ 소리 들리자// 숙제 해놓으라던/ 말이 떠오른 준규// 혼나기 전/ 이불 둘러쓰고/ 아픈 척// -아이고 머리야!// 밑밥을 깐다.// - 「밑밥」 전문 (60쪽)


잔치잔치/ 대보름 잔치// 찹쌀, 찰수수/ 차좁쌀, 붉은팥, 검정콩/ 오곡밥 잔치// 고사리, 도라지/ 시래기, 호박고지/ 토란대, 표고버섯/ 가지, 다래 순, 곤드레/ 온갖 나물 대잔치// 둥가당 칭칭/ 둥가당 칭칭/ 농악대 소리와/ 맛있게 어우러지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대보름 잔치// - 「오곡밥」 전문 (83쪽)


곧 다가올 3월에 입학을 앞둔 아이나 학부모는 걱정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있겠다. 내 아이가 제대로 따라갈까? 친구와 사이좋게 놀까? 등등.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잘 따라 한다. 윤지가 글밥을 또박또박 천천히 맛있게 먹는 것처럼.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아주는 게 다반사다. 「밑밥」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밑밥에 서로 걸려들지. 너무 자주 깔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도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집밥만큼 만만한 게 없다. 매번 별 반찬 없어도 부담 없고 입맛에 제일 맞는 게 집밥이다. 무엇보다 사랑과 정성이 들어있어서 그럴 테지. 오늘은 정월대보름, 오곡밥에 나물 반찬 다 드셨을까요? “찰밥 드셨어요?”하고 안부 인사 나누고 싶다.


박소명 작가가 갓 지은 따스한 밥, 『밥 밥 별별 밥』에는 50편이나 되는 다양한 밥이 많기도 했다. 익숙한 밥도 있었지만 낯선 밥도 있었다. 그렇지만 『밥 밥 별별 밥』과 마주 앉아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이 밥, 저 밥 골고루 다 맛보게 된다. 많은 독자가 『밥 밥 별별 밥』을 둘러앉아 읽으면 모두 한솥밥을 먹는 게 되겠다. 그러면 모두 식구겠다. 밥을 나눠 먹은 식구처럼 다들 더 정답게 느껴지고 힘도 얻겠다. 동시로 지은 밥은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줘 누구라도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


#밥_밥_별별_밥

#박소명동시집

#하늘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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