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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밥 별별 밥 ㅣ 퐁퐁 동시샘
박소명 지음, 신외근 그림 / 하늘우물 / 2025년 1월
평점 :
밥 밥 별별 밥/ 박소명 동시/ 신외근 그림/ 하늘우물/ 2025
가끔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밥 먹었어?” 혹은 “식사했어요?”라고 물어볼 때가 많다. 그러면 오래전부터 아침을 건너뛰는 아들은 아침밥 안 먹는 줄 알면서 왜 자꾸 물어보냐고 그러고 또 다른 지인은 “요즘 밥 못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통화할 때마다 그렇게 밥 먹었냐고 물어보냐고 되묻는다.
오래전에 할아버지와 같이 살던 시골집에는 대문이 없었다. 이웃에 살던 분 누구라도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진지 자셨는기요?”였다. 그분들은 배를 곯았던 시절도 있었기에 그 인사가 이해가 간다. 밥은 삶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인데 요즘은 밥을 못 먹고 사는 시절은 아니지만 혼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혹시 때를 놓칠 수도 있어 “식사했어요?”라는 인사는 계속될 것 같다.
그런데 밥을 말이 아닌 글, 그중에서도 동시로 50편이나 써서 출간한 분이 계신다. 박소명 작가의 『밥 밥 별별 밥』이다. 박소명 작가는 〈광주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오늘의동시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뽀뽀보다 센 것』, 『올레야 오름아 바다야』, 『와글바글 식당』 외 다수가 있고, 동화책 『흑룡만리』, 『오현, 바람을 가르다』,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외 다수가 있고 어린이 지식 교양책 『세계를 바꾸는 착한 똥 이야기』, 『방구석 유네스코 세계유산』 외 다수가 있다.
1부 “이런 밥 저런 밥”, 2부 “산에도 밥, 들에도 밥”, 3부 “생각이 깊어지는 밥”, 4부 “먹자, 먹자, 맛있는 밥” 총 50편의 밥 중에서 몇 편만 소개해 본다.
1학년 윤지가/ 밥을 먹는다.// 그림 동화책/ 듬성듬성한 글밥// 읽고 또 읽고/ 되새김질까지 하며// 또박또박 천천히/ 맛있게 먹는다.// - 「글밥」 전문 (26쪽)
별 반찬 없이/ 된장찌개 하나로도// 굳었던 마음이/ 사르르 풀어지지.// 차갑던 마음이/ 후르르 데워지지.// 생각만으로도/ 집밥은/ 가슴 따스한/ 엄마 사랑 가득해지지.//
- 「집밥」 전문 (59쪽)
엄마 퇴근하는/ 소리 들리자// 숙제 해놓으라던/ 말이 떠오른 준규// 혼나기 전/ 이불 둘러쓰고/ 아픈 척// -아이고 머리야!// 밑밥을 깐다.// - 「밑밥」 전문 (60쪽)
잔치잔치/ 대보름 잔치// 찹쌀, 찰수수/ 차좁쌀, 붉은팥, 검정콩/ 오곡밥 잔치// 고사리, 도라지/ 시래기, 호박고지/ 토란대, 표고버섯/ 가지, 다래 순, 곤드레/ 온갖 나물 대잔치// 둥가당 칭칭/ 둥가당 칭칭/ 농악대 소리와/ 맛있게 어우러지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대보름 잔치// - 「오곡밥」 전문 (83쪽)
곧 다가올 3월에 입학을 앞둔 아이나 학부모는 걱정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있겠다. 내 아이가 제대로 따라갈까? 친구와 사이좋게 놀까? 등등.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잘 따라 한다. 윤지가 글밥을 또박또박 천천히 맛있게 먹는 것처럼.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아주는 게 다반사다. 「밑밥」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밑밥에 서로 걸려들지. 너무 자주 깔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도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집밥만큼 만만한 게 없다. 매번 별 반찬 없어도 부담 없고 입맛에 제일 맞는 게 집밥이다. 무엇보다 사랑과 정성이 들어있어서 그럴 테지. 오늘은 정월대보름, 오곡밥에 나물 반찬 다 드셨을까요? “찰밥 드셨어요?”하고 안부 인사 나누고 싶다.
박소명 작가가 갓 지은 따스한 밥, 『밥 밥 별별 밥』에는 50편이나 되는 다양한 밥이 많기도 했다. 익숙한 밥도 있었지만 낯선 밥도 있었다. 그렇지만 『밥 밥 별별 밥』과 마주 앉아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이 밥, 저 밥 골고루 다 맛보게 된다. 많은 독자가 『밥 밥 별별 밥』을 둘러앉아 읽으면 모두 한솥밥을 먹는 게 되겠다. 그러면 모두 식구겠다. 밥을 나눠 먹은 식구처럼 다들 더 정답게 느껴지고 힘도 얻겠다. 동시로 지은 밥은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줘 누구라도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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