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구워 먹기 초록달팽이 동시집 28
이시향 지음, 민지은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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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구워 먹기/ 이시향 시. 민지은 그림/ 초록달팽이/ 2025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시향 시인의 신간 초승달 구워 먹기. 산 위에 둥그렇게 올라온 프라이팬으로 초승달뿐만 아니라 시인이 그간 갈고 닦은 시도 맛깔나게 조리를 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표지다.

 

이시향 시인는 시세계에서 시,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시와편견에 디카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 『아삭아삭 책 읽기와 디카시집 우주정거장』 『피다』 『삼시세끼(3인 공저) 구호물품(3인 공저), 시화집 마주 보기와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그를 닮은 그가 부르는 사모곡』 『사랑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가 있다.

 

잘 쓰겠다는 말보다 진심을 담아 쓰고 잘난 척 쓰기보다 느낌이 남게 쓰려고 노력했던 제 마음의 창을 열어 보냅니다.”라고 쓴 시인의 말이 고백 같기도 하고 다짐 같기도 해서 눈이 간다.

 

학원 마치고 오는 길에/ 따라온 초승달/ 우리 집/ 프라이팬에 떴다.// 노릇노릇해지면/ 살짝 뒤집어지는 초승달/ 하나도 아니고/ 여섯 개나 떴다.// 점점 더 바싹하게 구워져/ 쟁반에 옮겨진/ 군만두/ 내 입으로 사라진다.//

 

-초승달 구워 먹기전문, (69)

 

표제작인 초승달 구워 먹기이다. 는 먼저 이 시는 밤에 읽지 말라는 당부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야식으로 만두가 무지 당기기 때문이다. 냉동실에 있는 만두가 자꾸만 눈앞에서 왔다갔다 한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군만두가 시각만 자극하면 좋을 텐데 이 밤에 먹을까 말까 무지 갈등하게 만든다.

 

국어, 수학, 과학, 영어/ 어떤 문제든 척척!/ 모르는 것 없이/ 뚝딱뚝딱 뽑아내는 AI 선생님.// 하지만,/ 내가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해보자!”/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는/ 우리 선생님이 더 좋아.//

 

-AI 선생님전문, (60)

 

AI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어떤 면에서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정적인 면도 많다. 다만 사용자가 AI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먼, 먼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에 두려울 뿐이다.

 

첫서리가 내리면/ 외할아버지는 감나무에 올라/ 붉게 익은 감을 땄다.// “까치도 먹을 건 남겨둬야지.”// 몇 개는 가지에 남겨 두고,/ 단단한 감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았다.// “아람*”이 되면 꺼내 먹어라.“/ 그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남아있다.// 이제, 붉게 물든 감 아래/ 나무에 오른 아빠를 보며/ 엄마의 눈시울이 감처럼 익어간다.//

 

-감항아리전문, (96~97)

 

겨울이면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감항아리다. 시골집에도 대봉감 두 그루가 자리 잡고 있고 곶감용 납작감과 단감까지 있어서 대봉감은 항아리에 그득그득 채워 온 식구 겨울 간식이었다. 살얼음이 살짝 낄 때 꺼내 먹으면 아이스크림이 따로 없었다. 지금도 대봉감 나무는 시골집에 그대로 있는데 딸 사람이 없어 늘 까치밥으로 내주고 있다. 요즘은 항아리가 아닌 냉동실에 홍시를 넣어두었다가 여름에 하나씩 아이스크림처럼 꺼내 먹곤 하는데 그때의 느낌 하고는 많이 다르다.

 

이시향 시인의 이번 동시집에는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내 주었다. 그 외에 시인 주변을 동시집을 읽으며 가만가만 둘러보게 하는 동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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