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염색 좀 했어! 열린어린이 동시집 22
유희윤 지음, 양양 그림 / 열린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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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닮고 싶은 분이 여럿 있다면 그중 한 분이 유희윤 선생님이다. 소녀 같은 감성과 감각이 독자를 자주, 많이 놀라게 한다. 특히나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다. 이미 출간된 동시집에서도 그 느낌은 받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동시집에서도 슬며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를 웃게 하는 유희윤 선생님은 2003부산일보신춘문예에 동시 사다리로 등단해 방정환문학상과 제1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도봉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눈 온 아침6편의 동시가 초등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출간한 동시집으로는 내가 먼저 웃을게, 하늘 그리기, , 엄마도 참, 맛있는 말, 난 방귀벌레, 난 좀벌레,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바위굴 속에서 쿨쿨등이 있다.

 

어머 예쁘다!/ 넌 무슨 꽃이니?// -나아?/ 아카시아 꼬옷!//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꽃은 하얀데?// -,/ 염색 좀 했어,/ 나도 아카시아 꽃이야.// - 자주색 아카시아 꽃전문 (72)

 

표제작인 자주색 아카시아 꽃이다. 내용을 읽기 전에는 사람의 머리 염색을 생각했는데 아카시아 이야기다. 자주색 아카시아 꽃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렇지만 그 향기는 비슷할 거라 생각되는 순간, 온 방 안에 아카시아 꽃 향기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이게 선생님 시의 힘이다.

 

나는 콩물 되고/ 나는 두부 되고/ 나는 콩가루 되더라도/ 너희는 씨앗으로 남아라./ 꼭 남아서/ 아들딸 많이 낳고/ 알콩달콩 살아라./

- 콩의 유언전문, (41)

 

알콩달콩 살아라는 결혼 사람들에게 주로 해주는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유언에도 써도 어색하지 않는 말이라는 걸 콩의 유언을 읽고 알았다. 아니면 유희윤 선생님이 어울리게 쓰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콩으로 한 요리를 좋아하는 나로서 콩에게 괜히 미안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콩요리를 안 먹을 자신도 없다.

 

냉동실/ 홍홍 홍시// 땡땡 골났다./ 돌덩이 되었다.// 떼구르 꽝/ 발등 깨칠라// 골난 홍시 무섭다// 냉장고 문 열기/ 무서무서 무섭다// - 홍시 무섭다전문, (48)

 

시골에는 가을에 감을 따서 단지에 넣어서 보관해 두고 추운 겨울에 하나둘 꺼내 먹었다. 꽁꽁 언 홍시를 꺼내 먹는 것과 또 다른 맛이었는데 요즘은 냉동실에 거의 보관하는 게 보편적이다 보니 꽁꽁 언 홍시를 꺼내 한참을 녹여서 먹어야 한다. 우리 집 냉동실에도 얼려 놓은 홍시가 한가득 들어 있다. 땡땡 골났을 때는 조심조심 다뤄야 한다. 말랑말랑한 홍시도 한 성깔 하기 때문이다.

 

새파랑 게/ 청포돈 청포돈디/ 뭐시더라.// 또 잊아 뿌렸다./샤이 뭐시?// 할머니,/ . . . . !// , 샤인머스케엣!// 에구 이름도 참,/ 느 아파트 이름만치나 어렵다야.//

- 샤이 뭐시전문 (54)

 

사투리를 이렇게 맛있게 구사하시니 말맛이 살아있다. 요즘 과일이나 식재료, 음식 이름, 아파트 이름 등 어려운 게 너무 많다. 외국에서 들여온 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굳이 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짓는 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 경로석에 한 분/ 돋보기 쓴 할아버지. 천천히 책장을 넘기신다//” -전철 안 풍경일부 (63)

 

저자이신 유희윤 선생님을 뵙는 것 같아 괜히 반가운 시였다. 시인의 말에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히신 만큼 지하철 경로석에서 책 읽는 선생님을 가만히 지켜보다 방해될까봐 조용히 책장을 덮는다. 열린어린이에서 나온 이번 동시집은 책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밝고 환하다. 회색빛의 겨울이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 염색 좀 했어!로 주위를 환하게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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