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단비어린이 동시집
차영미 지음, 이한재 그림 / 단비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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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사물을 보는 시선이 따듯한 동시집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차영미 시, 이한재 그림/단비어린이

 

오늘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에서 동시 부문 수상자는 차영미 작가고, 동화 부문 수상자는 윤미경 작가였다. 두 분다 정말 많이 축하드린다. 최근 단비어린이에서 출간된 차영미 시인의 동시집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에 수상작인 「너머」가 실려 있어 다시 읽어보았다. 아득한 그리움과 알 수 없는 슬픔 등 여러 가지 감정이 확 밀려왔다. 

어릴 때 어른들은 “아프면서 큰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하나의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만큼 성숙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물론 아가들은 한 번씩 아프고 나면 쑥쑥 자라있는 것도 맞다.

이 동시집에서 제목이 부사로 된 시가 다른 동시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 표제작인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와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인 「너머」를 포함해 부사가 제목인 시 몇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너는 세 시간째/축구 중//오늘은 내가/모험을 떠나기 딱 좋은 날//떼구루루 굴러/길고양이를 만나도 좋을 거야.//까치를 만나/까치네 뚫린 지붕을 막아 줘도 좋겠지.//그러면 밤마다/별을 볼 수 있을 거야.//안녕, 실밥 두 가닥은/인사로 남겨 둘게.//

-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전문 (12쪽)

 

길을 떠났지./무지개가 걸려 있는 곳//하나, 둘, 셋……./키 큰 가로수를 세며//이름 모를 새들이/나를 이끌고//낯선 표지판이/나를 안내하는//언덕 너머/언덕 너무/언덕 너머//한 번도/가 보지 못한 곳까지 걸었지.//무지개는/거기 없었어.//그래도/나는 봤지.//돌아와/손을 씻다 본 거울 속//불쑥 커진 내가/그 속에서/웃고 있었지.//

- 「너머」 전문 (22쪽)

 

촛불이었다가//꽃불이었다가//울타리마다/거리마다//봄여름가을겨울//꺼지지 않는/노란 불꽃//개나리/개나리//

- 「점점」 전문 (28쪽)

 

할머닌/말씀하셨지//괜찮을 거라고/다 괜찮을 거라고//조금만/조금만//시간이 더 필요할 뿐/꿋꿋이 견디면//흐린 날 다음엔/환한 날이 오듯//선물 같은/희망 같은//그런 좋은 때가/차차 올 거라고//

- 「차차」 전문 (40~41쪽)

 

좁좁좁,/참새가 밥 먹는다.//콕콕콕콕,/까치도 먹느라 바쁘다.//밥은 편히 먹어야지/할머니가 늘 그러셨는데//새라고 뭐 다르겠어.//그러니까/참새 옆을 지날 땐/조심조심//그러니까/까치 옆을 지날 땐/조심조심//

- 「조심조심」 전문 (70쪽)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총 4부 52편의 시에 녹아 있는데 앞에 소개한 시 외에도 읽다 보면 환한 순간이 자주자주 나타난다. “주근깨 콕,콕,콕,콕”(「환한 순간」, 29쪽) 박힌 나리꽃처럼. “국밥집 하는 엄마 대신/내 하루를 훤히 꿴다.”(「온 동네가 보고 있어」) 온 동네 사람들의 눈이 다 종구에게로 향해 있다는 이 시를 읽으며 온 독자의 눈이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에 모아지기를 응원해 본다.

 

차영미 시인은 2001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주홍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 수상했고,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과 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 『학교에 간 바람』, 『막대기는 생각했지』, 『으라차차 손수레』, 『어진 선비 이언적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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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당겨 쓰는 일 콩콩동시 33
김주안 지음, 이현정 그림 / 소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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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당겨 쓰는 일』/ 김주안 동시집/ 소야주니어/ 2024

소소하게 읽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집을 만났다. 내 집 이야기 같고, 우리 가족 이야기 같고, 내 이야기 같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있을 일어나고 있을 것 같아 공감이 많이 가는 동시집이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김주안 시인은 2022년 한국작가회의 <내일을 여는 작가>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작가회의, 푸른아동청소년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간을 당겨 쓰는 일』이 첫 동시집이다.

반을 잘라봤다

씨앗 속에 뭐가 있나 보려고

작지만 보인다

단감나무 한 그루

- 「단감 씨앗」 전문 (12쪽)

어떤 모양인지가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오르는 시다. 시골에 살았던 사람들은 감 씨를 많이들 잘라봤을 것이다. 어릴 때 우리는 감 씨앗 속에 든 것을 밥숟가락이라고 불렀는데 시인은 ‘작은 단감나무’로 봤다. 시인의 가진 마음의 눈이 이미 작은 씨앗을 큰 단감나무로 키워놓았다.

아버지는 소파에 누워 TV와 하나가 된다

엄마는 바쁘게 집안정리 마치고 침대와 하나가 된다

핸드폰과 이어폰이 연결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누나는 댄스 동영상 찍느라

문 걸어 잠그고

나는 게임으로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밤을 맞이한다

밤이 되면 우리 집은 섬이 된다

방 하나하나

외딴섬

- 「외딴섬」 전문 (50쪽)

이 동시는 어쩌면 이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그런 동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 이 시간, 많은 가정에서도 기러기 날지 않는 외딴섬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가 없어서 일 수도 있고 각자의 취향이 너무나 달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가족 간에도 서로서로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고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점점 더 외딴섬으로 굳어지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 외딴섬에 다리를 놓는 일, 모두 나서야 가정이 평화롭다.

겨우내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운다

상추, 쑥갓, 고추, 오이

씨 뿌리고 물 주며

자식처럼 길러낸다

미리 봄을 당겨본다

- 「시간을 당겨 쓰는 일」 전문 (95쪽)

표제작인 「시간을 당겨 쓰는 일」이다. 하우스 농사가 많은 요즘, 계절의 구분이 없다. 겨울인 지금 딸기 맛이 최고다. 상추, 쑥갓, 고추, 오이 등 거의 모든 채소가 일 년 내내 마트 야채 코너에 자리하고 있으니 막상 봄이 되고, 여름이 되어 제철에 나오는 과일이나 채소에 크게 감동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농부의 땀으로 앞당긴 계절, 마트에 가면 채소 하나 살 때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몇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짧은 리뷰를 끝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 보면 ‘아하! 그렇지’, ‘정말 그렇네’ 싶은 시가 많다. 독자의 공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는 것은 싶지 않은데 『시간을 당겨 쓰는 일』에 그게 된다. 작가의 시에 장단을 맞춰 주는 일, 읽는 재미가 저절로 그렇게 되는데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이 동시집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시간을당겨쓰는일

#김주안동시집

#소야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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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밥 단비어린이 문학
김미희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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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밥/ 김미희 글 / 단비어린이/ 2023.02

 

 

보통의 주부라면 매 식사때마다 메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가족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은 많은 대로 식성이 다 다르면 고민이 몇 배다. 어쩌다 아는 사람들과 통화라도 하는 날은 요즘 반찬 뭐해 먹어?”라는 질문이 빠짐없이 들어간다. 묻는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꽤 괜찮은 반찬을 레시피까지 얻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들이 하는 말, “, 그냥 알약 하나만 먹으면 배부르는 거 누가 발명 안 하나?”였다. 그런데, 그 알약밥이 동화로 나왔다. 김미희 작가는 이런 대화도 허투루 넘기지 않나 보다.

김미희 작가는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동시, 동화 부문에서 푸른문학상과 동시는 똑똑해로 서덕출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낸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12가지 이유, 놀면서 시 쓰는 날, 모모를 찾습니다, 폰카, 시가 되다, 예의 바른 딸기,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 마다마디 팔딱이는 비트외에도 다수가 있다.

 

여자아이로 변신한 여우의 이야기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라는 단어에 반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같이 놀다가도 좀 불리하거나 부당하다 싶으면 엄마한테 이를 거야.”하는데 엄마가 누군지 모르는 여우의 입장에서는 이 세상 모든 엄마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반찬 걱정을 안 해도 되게 알약밥 장사를 한다. 요상구리 할머니에게 자신의 꼬리털로 화장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대신 여우는 알약밥을 받아 널리 퍼뜨리는데 그러면 엄마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엄마가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알약밥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나고 엄마들은 산속에 숨어 몰래 농사를 짓는다. 엄마의 힘은 전쟁 중에도 힘을 발휘하는 걸 보면 역시 엄마는 못 말린다.

자신은 엄마가 원래부터 없는 줄 알았던 여우의 엄마가 요상구리 할머니라는 게 밝혀졌고 마법에 걸려 까만 머리핀은 변신해 있던 토끼는 지금쯤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지만 엄마가 있다는 건 무조건 좋은 거다. 내 엄마는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누군가의 엄마로 사는 것도 괜찮다. 다 자란 아들이 막 현관을 열면서 엄마하고 부르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일이 때때로 귀찮을 때도 있긴 하지만 정말 귀찮은 날은 외식도 있고 나가기 귀찮으면 배달이라는 편리한 방법도 있으니 예전보다는 알약이야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엄마가 한 요리로 온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둘러앉아 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만큼 즐거운 것도 많지 않다. 잘 먹어주는 것도 기쁜 일이고 그걸 보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알약밥은 김미희 작가의 알약밥에서 눈으로 먹고 엄마가 차린 식탁에서 맛있게 먹고 감사의 말은 꼭 남기자!

 

 

#알약밥

#김미희동화

#단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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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왕팬 나가신다 단비어린이 문학
이영은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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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왕팬 나가신다/ 이영은 글, 노은주 그림/ 단비어린이/ 2023.10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는데 할아버지인 왕호랑이가 손주 왕호를 생각하는 마음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동화다.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건 그만큼 든든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나를 믿어주는 만큼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는데 무섭기만 한 호랑이를 이런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변신시켜 놓아 유쾌하게 읽힌다.

 

이 병은 단순히 버려진 유리병이 아니었어요. 바로 왕호의 겁이죠. 왕호랑이는 가끔 유리병이 지진이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왕호가 겁을 낼 때마다 유리병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아챘죠. 겁쟁이 왕호를 돕던 왕호랑이는 결국 왕호의 겁 속에 갇히고 만 것이에요. 왕호의 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결국 왕호랑이는 유리병 속에 갇혀 영영 나오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게 되었어요. 왕호랑이는 자신이 정말 사라지게 될까 봐 점점 두려워졌어요.” -(86)

 

아직도 네놈이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아이를 끝까지 믿질 못하고, 모조리 나서서 다 해주려고만 하니 아이가 제 뜻을 펼칠 수나 있겠냔 말이다. 왕호는 진작부터 용기 있게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네놈이 사사로이 수염을 써 대며 간섭을 하니 아이가 좀처럼 나설 수가 있어야지!” -(106)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헬리곱터맘이라고 하는데 열혈 왕팬 나가신다에 등장하는 왕호랑이가 헬리곱터 할아버지다. 손주 사랑이 지나치다 보니 왕호가 할 수 있을 법한 것도 먼저 나서서 해주고 만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먼저 심어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역할인 걸 왕호랑이도 뒤늦게 깨닫는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은 용호라는 전학생으로 변신해 왕호와 한 반에서 생활하게 되는 걸 보니 정말 못 말리는 손주 사랑이다.

흔히 알고 있는 옥상황제라는 캐릭터가 열혈 왕팬 나가신다에서는 아주 재밌게 그려져 있다. 궁금한 독자는 열혈 왕팬 나가신다를 지금 바로 들춰보시길~

 

 

#열혈 왕팬 나가신다

#이영은동화

#단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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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안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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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안/ 이근정 청소년시집/ 푸른책들/ 2023.12

 

조용하게 위로를 건네는 시집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근정 시인은 2017년 푸른동시놀이터에 동시 5편이 추천 완료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시집 내 안의 안, 동시집 난 혼자인 적 없어, 그림책 폭탄을 안은 엄마가 있다.

내 안의 안책장 넘기면서 왠지 모르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많은 독자 누구나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게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하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은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뾰족한 침엽수 숲이 생겨났어/ 발붙일 곳 없어 떠돌던 마음에/ 시린 눈이 자꾸만 달라붙은 때에/ 나무는 기쁘게 자라났어// 침엽수는 품을 내주지 않아/ 자라날 뿐이야 더 길게, 높이/ 벌목할 필요 없는 땅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나는 그 땅에 깊숙한/ 마음의 마음을, 숨겨 놓았어// 이제는 숨바꼭질이야, 너와 나의/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 찾아낸다면./ 그래 주기만 한다면// 모두 네게 줄게//

- 내 안의 안전문 (16~17)

 

표제작인 내 안의 안이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기이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서 뾰족뾰족한 말이 튀어나온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뾰족한 침엽수 숲이 생겨났어”, “발붙일 곳 없어 떠돌던 마음에에 같은 문장이 눈길을 붙든다. 정체성을 찾는 일은 청소년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어찌 보면 살아가는 내내 못 찾고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나도 모르는 나가 있고 내 안의 안을 찾기 위해 길고 지루한 술래를 계속해야 한다.

 

누군가 널 외롭게 하더라도/ 살아남아 나무처럼/ 하루에 하나씩/ 깊은 뿌리 내려/ 어떤 여름날/ 환하게 피어나도록/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고 찾아낼 수밖에 없도록// 누군가 널 괴롭게 한다면/ 날아올라 새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 더 높은 곳으로/ 폭신한 구름 새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높이 날아올라/ 세상이 개미만큼 작아져 버릴 만큼/ 가벼운 몸짓으로//

- 나무처럼 새처럼전문 (23)

 

조용하게 읊조리는 것 같은 시인데 그 조용함이 토닥토닥하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시다. 이런 응원이 청소년기 아이들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나무처럼 깊은 뿌리를 내리면 어떠한 흔들림에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고 새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 높은 곳으로 날아간다면 그 또한 넓은 세상을 많이 보고, 듣고 할 테니 결국은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사람은 냄새로 기억되기도 한대/ 내 냄새는/ 바닐라 민트 피스타치오 향이었으면 좋겠어/ 나를 만날 때마다/ 아이스크림 가게 문을 열 때처럼/ 두근두근 설렘이 생기게/ 짭짤한 바다 냄새로 좋을 것 같아/ 감겼던 눈이 확 트이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면서/ 먼 수평선 어디든 닿을 것 같은 기분/ 나는 봄이었음 좋겠고/ 동시에 가을이었으면 좋겠어/ 풀 내음이 새 학기의 떨림을 꽃다발처럼 안겨 주고/ 낙엽 태우는 냄새로 차분히 다음 만남을 준비하는// 네가 만나는 모든 것에/ 내가 있으면 좋겠어//

- 내가 기억될 냄새전문 (59)

 

누군가를 향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관계이거나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일 경우가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될 냄새를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를 어떤 냄새로 기억할까? 무색, 무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상대방은 또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으니.

 

집을 나와/ 무작정 걸었다// 멀리 떠나고 싶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다/ 자꾸만 한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집이 나를 당기고 있었다//

- 구심력전문 (76)

 

일정 기간 집 밖에 나가 있으면 집이 그리워지고 별 반찬이 없어도 집밥이 그립고 한 것은 집이 주는 평화롭고 안락한 환경 때문이 아닐까. 밖은 아무리 편해도 밖이라 내 집만큼 온전하게 그 편안함을 누릴 수가 없다. 항상 집을 구심점으로 해서 그 주위를 얼쩡거리는 우리다. 학교, 직장, 마트, 영화관, 산책 등. 모든 것이 집에서 얼마의 거리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정해서 간다. 집을 등에 지고 다닐 수가 없는 만큼 최대한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집 또한 그런 우리를 언제든지 받아준다. 청소년기에는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큰데 그 청소년기에조차도 집은 늘 아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구심력에 의해.

 

내 안의 안은 독자들의 지친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시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청소년기가 언제였더라? 하는 내가 읽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한결 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주위에 있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한 번씩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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