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안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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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안/ 이근정 청소년시집/ 푸른책들/ 2023.12

 

조용하게 위로를 건네는 시집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근정 시인은 2017년 푸른동시놀이터에 동시 5편이 추천 완료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시집 내 안의 안, 동시집 난 혼자인 적 없어, 그림책 폭탄을 안은 엄마가 있다.

내 안의 안책장 넘기면서 왠지 모르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많은 독자 누구나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게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하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은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뾰족한 침엽수 숲이 생겨났어/ 발붙일 곳 없어 떠돌던 마음에/ 시린 눈이 자꾸만 달라붙은 때에/ 나무는 기쁘게 자라났어// 침엽수는 품을 내주지 않아/ 자라날 뿐이야 더 길게, 높이/ 벌목할 필요 없는 땅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나는 그 땅에 깊숙한/ 마음의 마음을, 숨겨 놓았어// 이제는 숨바꼭질이야, 너와 나의/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 찾아낸다면./ 그래 주기만 한다면// 모두 네게 줄게//

- 내 안의 안전문 (16~17)

 

표제작인 내 안의 안이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기이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서 뾰족뾰족한 말이 튀어나온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뾰족한 침엽수 숲이 생겨났어”, “발붙일 곳 없어 떠돌던 마음에에 같은 문장이 눈길을 붙든다. 정체성을 찾는 일은 청소년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어찌 보면 살아가는 내내 못 찾고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나도 모르는 나가 있고 내 안의 안을 찾기 위해 길고 지루한 술래를 계속해야 한다.

 

누군가 널 외롭게 하더라도/ 살아남아 나무처럼/ 하루에 하나씩/ 깊은 뿌리 내려/ 어떤 여름날/ 환하게 피어나도록/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고 찾아낼 수밖에 없도록// 누군가 널 괴롭게 한다면/ 날아올라 새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 더 높은 곳으로/ 폭신한 구름 새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높이 날아올라/ 세상이 개미만큼 작아져 버릴 만큼/ 가벼운 몸짓으로//

- 나무처럼 새처럼전문 (23)

 

조용하게 읊조리는 것 같은 시인데 그 조용함이 토닥토닥하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시다. 이런 응원이 청소년기 아이들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나무처럼 깊은 뿌리를 내리면 어떠한 흔들림에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고 새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 높은 곳으로 날아간다면 그 또한 넓은 세상을 많이 보고, 듣고 할 테니 결국은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사람은 냄새로 기억되기도 한대/ 내 냄새는/ 바닐라 민트 피스타치오 향이었으면 좋겠어/ 나를 만날 때마다/ 아이스크림 가게 문을 열 때처럼/ 두근두근 설렘이 생기게/ 짭짤한 바다 냄새로 좋을 것 같아/ 감겼던 눈이 확 트이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면서/ 먼 수평선 어디든 닿을 것 같은 기분/ 나는 봄이었음 좋겠고/ 동시에 가을이었으면 좋겠어/ 풀 내음이 새 학기의 떨림을 꽃다발처럼 안겨 주고/ 낙엽 태우는 냄새로 차분히 다음 만남을 준비하는// 네가 만나는 모든 것에/ 내가 있으면 좋겠어//

- 내가 기억될 냄새전문 (59)

 

누군가를 향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관계이거나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일 경우가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될 냄새를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를 어떤 냄새로 기억할까? 무색, 무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상대방은 또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으니.

 

집을 나와/ 무작정 걸었다// 멀리 떠나고 싶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다/ 자꾸만 한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집이 나를 당기고 있었다//

- 구심력전문 (76)

 

일정 기간 집 밖에 나가 있으면 집이 그리워지고 별 반찬이 없어도 집밥이 그립고 한 것은 집이 주는 평화롭고 안락한 환경 때문이 아닐까. 밖은 아무리 편해도 밖이라 내 집만큼 온전하게 그 편안함을 누릴 수가 없다. 항상 집을 구심점으로 해서 그 주위를 얼쩡거리는 우리다. 학교, 직장, 마트, 영화관, 산책 등. 모든 것이 집에서 얼마의 거리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정해서 간다. 집을 등에 지고 다닐 수가 없는 만큼 최대한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집 또한 그런 우리를 언제든지 받아준다. 청소년기에는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큰데 그 청소년기에조차도 집은 늘 아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구심력에 의해.

 

내 안의 안은 독자들의 지친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시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청소년기가 언제였더라? 하는 내가 읽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한결 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주위에 있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한 번씩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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