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빠진 만큼 채워 넣지만 상실의 공백은 더 커져버린 기묘한 이야기. 그녀의 죽음과 함께 토니 타키타니의 일부도 함께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그 일부를 알게 해 준 그녀와의 사랑은 소나기처럼 짧고, 그녀의 죽음과 함께 소실된 일부 속에는 기억이 스며있어 남은 토니 타키타니의 삶은 부조리에 가깝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고독을 인식하며 어이없는 비극으로 토니 타키타니는 완벽에 가깝게 고독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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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와 준 감독은 하루키의 문체를 영화적인 작법으로 유지하기 위해 요코하마 교외에 커다란 단 하나의 세트장을 지어놓고 대부분의 분량을 촬영했다. 공간을 그대로 둔 채 앵글, 조명, 소품이나 인테리어의 변화로 다른 공간처럼 보이게 표현했다. 이런 영화적 문채는 하루키의 전 우주적인 고독과 새벽의 호텔 수영장 수면 같은 적정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문체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하루키의 고독한 문장을 카메라 앵글로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는 좌에서 우로 움직이는 수평 트래킹을 이어간다. 그리하여 하루키 특유의 건조하고 고립과 단절된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사물의 상태와 공간의 질감을 극도로 절제하며 보여줌으로 토니 타키타니의 고독을 더욱 깊이 있게 담아냈다. 거기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토니의 적막함을 보듬고 고독한 시간을 대신한다.


https://youtu.be/xh8lbo_Yx_I?si=fePdnkONvLuJempnStrand Relea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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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도쿄를 외로운 도시라고 했다. 인구 밀도는 높고 사람은 넘쳐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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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그런 도쿄의 외로움을 세 명의 배우를 데리고 멋지게 영화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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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속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 히키코모리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흔들리는 도쿄〉는 참 좋았다. 이런 초현실적인 이야기는 보고 나서도 오래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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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은 배달부와 눈을 마주치는 법이 없다. 빛이 싫고 사람 얼굴을 보는 것도 싫다. 그렇게 10년 넘게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살아왔다. 어느 날 피자를 배달하러 온 여자의 옷차림에 시선이 머물고,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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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일본의 지진으로 표현한 게 인상깊다. 마음속에서 일어난 작은 진동이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결국 피자 배달부를 사랑하게 된다. 더 이상 집으로 배달을 오지 않는 그녀를 찾아 10년 만에 문밖으로 나선다. 그런데 그가 마주한 도쿄는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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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도 만들어질 것 같지 않은 도시. 그곳에서 주인공은 사랑이라는 버튼을 누른다. 카메라는 아오이 유우와 카가와 테루유키의 얼굴을 천천히 비춘다. 그 장면이 참 좋았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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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옴니버스 영화 3편에는 반가운 배우들도 여럿 나온다. 고독한 미식가 씨부터 인형처럼 예쁜 얼굴의 이토 아유미, 개성 넘치는 아라카와 요시요시까지.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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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무가 되고, 땅속에는 광인이 살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이야기는 다시 봐도 재미있다.https://youtu.be/VpW7hUyJI-4?si=Z4jFRGAPGbzlND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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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알바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가득 들어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세트 같은 시리즈다. 한국판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시리즈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호스의 한국 버전 같기도 하다. 큰 줄기의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회마다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지니 옴니버스에 가까운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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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화 중 6화까지 봤다.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다면 그래픽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처럼 기괴한 존재들이 조금만 더 리얼하게 표현됐으면 거의 완벽했을 텐데. 그게 못내 아쉽다. 나머지는 다 좋다. 이런 사차원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특히 공포와 코미디가 7대 3 정도로 섞여 있으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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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쯤 [무서운 이야기 2]에서 김지원과 고경표가 나왔던 [탈출]의 긴 버전을 보는 기분도 든다. 당시 [탈출]은 공포와 코미디가 거의 반반씩 섞여 있었는데, 그 조합이 정말 좋았다. 공포영화의 재미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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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의 연기도 좋다. [파친코]를 시작으로 [조명가게],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영화 [하나 코리아]까지 김민하는 어쩐지 세상 모든 무게를 짊어진 듯한 심각한 연기를 해왔다. 그런데 여기서는 다르다. 욕도 찰지게 하고 표정도 살아 있다. 나는 이런 김민하가 훨씬 좋다. 영화 때문에 요즘 뼈말라가 된 모습으로 나오는데, 어제 배캠에 출연해 홍보했는데, 여기서는 그렇게까지 말라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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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넷플릭스의 역대급 흥행작 [기묘한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다. 저쪽 세계에 있어야 할 것들이 경계를 넘어 이쪽 세계로 넘어온다. 이런 기괴한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인간은 상상력의 한계 때문인지 평소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존재를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낀다. 익숙한 세계에 낯선 것이 끼어드는 순간, 그 자체로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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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없이 만든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아직 7, 8화가 남았지만 이번 시즌으로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재욱은 진지한 얼굴로 적당히 웃기고, 고민시와 이희준이 줄기에 있고, 조현철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한 번씩 등장한다. 반가운 얼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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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에 30분 남짓.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공포 버전으로 옮겨놓은 듯한 시리즈, [꿀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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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인]은 신중현의 대표곡인 ‘미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풀어낸 작품이다. 신중현과 엽전들은 오로지 음악, 그것도 당시에는 낯설었던 록 음악에 빠져 산다. 집주인에게 시끄럽다고 타박을 듣는 건 예사고, 월세가 다섯 달이나 밀리자 집세를 받지 않을 테니 나가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신중현과 꽁치(이남이), 동호는 연주할 곳을 찾아다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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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에게 1층에 사는 미대생 미인은 특별한 존재다. 밥도 챙겨주고 술값도 내준다. 신중현의 눈에 미인은 그야말로 천사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유독 미인만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러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미인이 약혼자와 다정하게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장면이 훗날 ‘빗속의 여인’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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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과 엽전들은 마침내 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1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까지 손에 넣으며 스타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보고 싶었던 미인은 곁에 없다. 성공의 기쁨보다 미인을 향한 그리움이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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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는 현실과 꿈을 오가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끼어든다. 신중현이 미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꾸기도 하고, 익숙한 명작 영화의 장면을 가져오기도 한다. 결혼식장에서 미인을 데리고 달아나는 장면은 [졸업]을, 보트 위 장면은 알랭 들롱이 출연한 [태양은 가득히]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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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은 엽전들을 이끌고 다니며 젊은이들 사이로 자신들의 음악을 퍼뜨린다. 음악은 점점 인기를 얻지만 미인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미인이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던 미인은 아니었다. 가짜 대학생에 콜걸의 모습이다. 불을 끌까요? 어둠 속에서 미인의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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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과 이남이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영화다. 다만 연기까지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액션도 있고 드라마도 있으며 초현실적인 장면까지 등장하지만, 정작 중심에 서 있는 신중현의 연기는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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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쉽다. ‘미인’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면 신중현의 음악을 좀 더 풍성하게 들려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음악이 주인공이어야 할 영화에서 음악이 충분히 들리지 않는다는 건 꽤 큰 아쉬움이다. 1시간 20분이라 영화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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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악 영화의 시초라고 할 만한 작품인데, 지금의 눈으로 보면 아쉬운 구석이 적지 않다. 그래도 당시의 의상이나 술집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고, 1970년대에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 하나에 모든 걸 걸었던 젊은이들의 모습은 꽤 멋지다. 그 시절의 신중현과 엽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https://youtu.be/0FQcDUhwoJY?si=vPXAA0I78aw6n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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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에서 서현진이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BTS 오긋다. 의리로 보고 있지만 트렁크 꼴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트렁크에서 서현진은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말을 먹는 것 같았다. 말이 입 밖으로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고 목구멍 안에서 맴돌다 삼켜지는 느낌이랄까. 코요테 신지에게서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는데, 트렁크 때 서현진도 그랬다. 라이어에서는 유독 부들부들 떠는 연기를 할 때 어딘가 불쾌한 골짜기에 들어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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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누가 범인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판은 어떻게 풀어갈까? 원작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판만의 반전을 준비해 놓았을지 궁금하다. 12월까지 12부작으로 편성되어 있으니 아직 갈 길은 멀다. 벌써부터 형부가 수상하고 지선의 친구 중현도 영 미심쩍다. 준호의 아들 이야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의심할 사람은 하나둘 늘어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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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과 서현진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니 일단 두 사람을 믿고 볼 생각이다. 줄거리상 1, 2화는 감정의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 설렘과 흥분으로 시작해 충격과 무너짐으로 떨어지는 과정. 하나의 사건을 겪고도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의심하며 숨 막히는 심리전을 벌인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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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재미있다. 시즌 2까지 제작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데이트 강간과 잠자리에서의 동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평판과 왜곡된 기억까지 얽히니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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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을 따라가겠지만, 한국적인 정서에 맞춰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는 그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서현진이 소리를 지르며 부들부들 떠는 장면만큼은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부디 트렁크 때의 그 답답한 느낌만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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