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천경자의 그림 [생태]이다. 천경자는 뱀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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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의 [생태]를 봐.

생생하고 감동적이야.

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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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이어지는 바다는 뱀의 몸통과 비슷하다. 쥘 르나르가 뱀에 대해서 그랬다지. 너무나 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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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요정 김혜리 기자도 자신의 책에서 말했다. 뱀은 자신의 독 때문에 인간처럼 말이 많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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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조금 멀리서 보면 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독하며 품고 다니는 독이자 치유제인 그 액체를 마음만 먹으면 내 몸에 수혈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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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매혹적이며 은근하지.

몸을 이루고 있는 색감은 인간의 인공적인 붓질로는 표현해내지 못할 거야.

천경자 빼고 말이야.

보고 있으면 그 뱀이 가진 컬러의 매혹에 빠져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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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키리코의 그림을 보며 깊은 우울을 느끼고 나면 괜찮아지듯 팔다리 없이도 고개를 들고 어디든 스르륵 가는 뱀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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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뱀을 닮았다. 멀리서 보는 바다는 꼭 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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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없어도 불평 한번 안 하잖아. 바다와 뱀의 공통점은 말이야, 늘 어딘가 숨어 지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현재에도 증오와 미움을 잔뜩 받고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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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볼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저메키스는 정말 천재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만화와 실사가 어긋나지 않고 이렇게나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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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와 만화가 동시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질감이 많이 들 수 있는데, 그 생각을 말살시키는 게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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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져 래빗의 촐싹거리고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움직임을 그림자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등장하는 모든 만화 캐릭터의 그림자가 실사와 한데 어우러지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무려 1990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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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상은 1940년대로 만화의 저작권 같은 것들이 없어져서 실사와 만화가 함께 톤 타운에서 생활을 한다. 인간과 만화 캐릭터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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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만화동산을 만든 에크미가 죽으면서 범인이 로저 래빗이라는 판사의 말에 탐정인 에디가 진짜 범인을 만화동산에서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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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는 탐정이지만 알코올 중독자로 나온다. 오래전에 형과 함께 만화동산에서 만화를 위해 일하다가 알 수 없는 존재에게 형이 죽임을 당한 이후 술을 마시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존재는 빨간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웃었다는 것 밖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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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동산을 만든 에크미는 로저 래빗의 섹시한 아내 제시카를 만나는 사진을 에다가 담는데, 그 사진을 남편인 로져 래빗이 보고 울고 불고 난동을 피우다가 방에 있던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취기가 폭발하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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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에크미가 죽었기에 판사는 로저 래빗이 범인이라 잡아서 녹이려 든다. 판사는 합성화학물로 만든 용액으로 만화 캐릭터를 녹여서 없애고 싶어 한다. 만화동산을 먹으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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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져 래빗은 자신이 살인자가 아니라며 탐정 에디, 그리고 돌로레스와 함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만화 캐릭터를 용액에 넣어서 녹여서 죽일 때는 정말 그렇게 보여서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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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디 역의 밥 호킨스는 2014년에 고인이 되었다. 멋진 돌로레스로 나온 조안나 캐시디는 45년 생으로 21년까지 영화와 방송에서 주조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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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터치스폰 픽쳐스와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고 저매키스가 감독했다. 희대의 악당 둠 판사로 나온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빽 투 더 퓨처]의 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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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모든 캐릭터가 짧게 길게 다 나온다. 40년대의 미국 일상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등. 그리고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오는 경계에 놓인 캐릭터들의 한탄 같은 것들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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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트나 캐릭터 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재미있다. 또, 어릴 적 디즈니 만화동산에서 듣고 보던 노래들도 잔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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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야기 역시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곳곳에 있어서 보는 재미가 두 배는 된다. 이토록 멋진 영화라면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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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파멜라와 리암의 사랑이 할리우드를 녹이고 있다. 나이 들어도 꽁냥꽁냥 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파멜라 앤더슨과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와 육체박치기 비디오 누출 사건을 다룬 미드 시리즈 ‘팸 앤 토미’를 보면 19금도 이런 19금.


초 섹시 파멜라 역을 릴리 제임스가 끝내주게 했다. 엄청난 수위의 이야기가 꿈과 희망의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가 되었다.


토미가 헤더와 헤어지고 파멜라를 만난 지 100시간 만에 반해서 결혼을 하고 요트 위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면서 두 사람만의 엄청난 섹스 비디오를 찍어서 금고에 넣어두는데 그게 도둑을 맞는데 온라인으로 배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다.


릴리 제임스와 세바스탄 스탠이 파멜라와 토미를 연기하는데 처음에 릴리 제임스? 파멜라 같은 독보적인 섹시스타를 어떻게?라고 생각했는데 와아 릴리 제임스의 얼굴이 전혀 없다.

손짓, 말투, 몸짓, 몸매, 가슴 모든 게 그냥 파멜라 앤더슨이다. 릴리 제임스가 홀딱 벗고 나오는 장면이 많지만 그 굉장한 신체는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실제 파멜라는 그 당시 그런 몸이어야만 했다.


섹스 영상이 온라인으로 배급된 것 때문에 법정에서 당시 파멜라의 몸은 노출된 채로 수많은 잡지와 영상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공공의 재산이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받는다.


법의 나라 미국이라지만 90년대 미국 법정도 엉망진창이었다.


파멜라는 여자나 여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사람들에게 비치기를 바랐지만 모두가 그녀를 하나의 상품 내지는 포르노 배우 정도로 취급했다.


임신까지 하고 영화 배역은 엘리자베스 헐리, 킴 베이싱어에게 전부 내주고 3류 영화에나 나가야 했고 토미와 변호사는 자신의 마음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파멜라와 토미의 섹스 영상이 남자들에게는 욕구를 푸는 비디오 정도였다.


그런데 성인배우들, 여자 성인배우들에게 그 영상은 정말 신혼 첫날의 사랑하는 신혼부부의 달콤하고 사랑하는 눈빛의 파멜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흔한 섹스비디오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비디오가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파멜라에 맞춰져 있다.


안타까운 모습의 파멜라, 행복해하는 파멜라, 아이 같은 파멜라, 잠 못 드는 밤의 시애틀에 빠져 있는 파멜라 등 파멜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연기를 릴리 제임스가 기가 막히게 해내고 있다. 파멜라와 리암 니슨의 사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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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의 옥자를 보면 미국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할 때 창문 밖으로 거대 돼지 인형이 천천히 지나간다. 이 장면은 봉 감독이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엘리스의 한 장면을 오마주 했다.


이와이 슌지는 데츠카 오사무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철완아톰의 여러 부분을 영화 속에 오마주해서 넣었다. 기차역의 이름이라든가 등등.

예술가들은 나라를 막론하고 전부 끈끈한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친하게 지낸다. 예술은 정치를 초월하고 [인류]라는 엄청난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만든다.


독일의 플럭서스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백남준은 초년 시절 함께 열심히 예술 운동을 했던 예술가가 있었는데 오노 요코였다. 그 덕분인지 존 레넌, 팝 아트의 거장인 엔디 워홀과도 교류를 활발히 했다.


하루키는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를 좋아해서 [헛간을 태우다]라는 단편 소설을 탄생시켰고, 그 덕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여러 번이나 보게 되었다. 이렇게 예술은 서로가 연결이 되어있다. 좀 비켜간 얘기로 코카콜라 한글체가 있다. 68년에 등록된 이후 지금까지 코카콜라는 이 글씨체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글씨체는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2017년에 작고하신 봉상균 화가의 작품이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아버지다. 봉상균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검색해서 보면 감탄이 나온다. 아니, 감탄보다는 감동이 온다.


재미있는 건 봉 감독의 외할아버지도 시대의 이름을 남긴 소설가였다. 그는 김해경(이상), 이효석 등과 함께 구인회 활동을 했고, 가장 유명한 소설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


봉 감독의 영화를 보면, 영화라는 예술은 영화 이전에 나온 예술(미술, 사진, 건축, 의상, 음악 등)에 신세를 지고 있어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봉 감독의 영화는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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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를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해가 아주 뜨겁게 하늘에 떠 있었는데 흐려지고 바람이 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이 가득하고 몸도 뜨거워져 일어나려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머리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왔다. 그리고 뭔가를 쪼아서 먹더니 다시 뱉어냈다. 먹지 못하는 나무 조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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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새끼, 분명 못 먹는 건데 여러 번 입으로 넣어서 다시 뱉어냈다. 바닷가에서 어느 순간부터 갈매기보다 비둘기를 더 많이 본다.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모습보다 머리를 앞뒤로 까닥까닥하면서 걷는 모습을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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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먹는 게 아닌 걸 알고는 저 먼 곳으로 걸어서 가버렸다. 비둘기의 삶을 생각하면 단순하다. 하루 종일 먹을 걸 찾아다닌다. 천적도 없고, 가끔 사람들이 먹을 걸 던져 주니까 유유자적, 바닷가에서 먹이를 찾아서 하루 종일 다닌다. 진짜 평화로워 보인다. 그래서 평화의 상징인가? 그러다가 아까 갔던 비둘기가 다시 왔다. 절대 날아다니지 않는다. 먼 거리지만 걸어 다닌다. 까닥까닥 거리며 오더니 아까 집었던 그 나무 조각을 또 집어서 입에 넣었다. 저 머저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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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뱉어내고, 다시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가. 그제야 아, 이건 먹을 게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였는지 다시 걸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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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둘기가 친구를 데리고 오더니 나무 조각 있는 곳으로 갔다. 저 끈질긴 새끼, 왜 나무조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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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두 마리는 연인인지, 가족인지 뭔 관계인지, 두 마리가 까닥까닥 거리며 와서 나무 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뱉어내고, 다시 입에 넣었다가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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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꼴이 보기 싫었던지 내 뒤의 가로등에 내 팔뚝만 한 까마귀가 앉아서 깍 깍 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비둘기 두 마리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날아가지 않았다. 까닥까닥 거리며 그 애처로워 보이는 두 발로 걸어서 멀리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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