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그림은 천경자의 그림 [생태]이다. 천경자는 뱀을 그렸다.
천경자의 [생태]를 봐.
생생하고 감동적이야.
뱀이니까.
수평선 너머 이어지는 바다는 뱀의 몸통과 비슷하다. 쥘 르나르가 뱀에 대해서 그랬다지. 너무나 길구나.
영화 요정 김혜리 기자도 자신의 책에서 말했다. 뱀은 자신의 독 때문에 인간처럼 말이 많지 않아.
바다를 조금 멀리서 보면 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독하며 품고 다니는 독이자 치유제인 그 액체를 마음만 먹으면 내 몸에 수혈할 수 있도록 말이다.
뱀은 매혹적이며 은근하지.
몸을 이루고 있는 색감은 인간의 인공적인 붓질로는 표현해내지 못할 거야.
천경자 빼고 말이야.
보고 있으면 그 뱀이 가진 컬러의 매혹에 빠져들 거야.
우울할 때 키리코의 그림을 보며 깊은 우울을 느끼고 나면 괜찮아지듯 팔다리 없이도 고개를 들고 어디든 스르륵 가는 뱀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바다는 뱀을 닮았다. 멀리서 보는 바다는 꼭 뱀과 같다.
팔다리가 없어도 불평 한번 안 하잖아. 바다와 뱀의 공통점은 말이야, 늘 어딘가 숨어 지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현재에도 증오와 미움을 잔뜩 받고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