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 밖의 빛이 막 산란하는 게

휴일이의 노래 속 같네

광모의 사진도 떠오르고

우리의 사랑은 부서지기 쉽고

사랑이 깨지는 소리는 겁이나고

그래도 넌 내 꿈이야


검정치마 에브리띵 https://youtu.be/Aq_gsctWHtQ?si=jjhf09uQI0Lr3WLn


사진가 광모의 작품들




제목이 ‘별을 쫓는 아이들’라는 사진은 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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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학원 밑에는 화성오락실이 있었다. 화성 오락실은 꽤 커서 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오락실로 들어갔다. 화성 오락실에 가면 아무리 빨리 나와도 한 시간은 넘게 있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게임을 위해 앉아서 하는 사람의 게임을 보면서 뒤에서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화성오락실은 다운타운에 있었다. 동네 오락실과는 달랐다. 따지고 보면 좀 크다는 것 빼고는, 그래서 오락기가 많다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것도 없는데 동네 오락실처럼 어린이들이 없고 학생들만 가득해서 그런지 화성오락실은 우리의 단골 오락실이었다. 


오락이라는 게 지기 위한 게임이다. 오락을 해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오락기에 동전을 밀어 넣는 걸 멈추지 않았다. 동전을 밀어 넣는 순간 오락기와 나 사이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기묘한 흐름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스타트와 동시에 항상 진다는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 이겨야 한다는 의지로 불타게 된다. 내 생각과는 분명 다르게 흘러가는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건 쉽지 않다. 내 쪽에서 죽어야 오락실의 게임이 끝이 나기 때문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아주 간단한 이치지만 나는 오락에 빠져서 게임에서 승리의 목표 속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인간의 인생이란 반드시 이기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에서 어떻게 지는가 하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확정 지을 수도 있다. 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도전을 하고 실패를 맛보는 것, 그건 어쩌면 인간은 태어났지만 죽는 것을 알고 있어도 하루를 열심히 견디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오락을 하는 동안 조금씩 실력이 늘어간다. 그리고 동전을 넣는 횟수도 점차적으로 줄어든다. 게임에서 지고 나면 허탈해하고 친구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오지만 다음 날이면 어제보다 나은 회차를 넘기리라는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기대를 안고 화성 오락실의 문을 당당하게 연다.


우리 인생은 너무나 약하여 금방 부서지는 장난감 같다고 어느 드라마에서 그랬다. 여러 번 이겨도 한 번 지면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나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그런 일은 예고 없이 어느 순간 닥쳐온다.


힘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주머니의 동전을 꺼내서 오락기에 집어넣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무너지기 전까지 그동안 쌓아놓은 개개인의 비교할 수 없는 금자탑이 있어서 다시 하면 된다. 오늘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라 힘들어서 질 수 있지만, 내일이 되어 다시 오늘을 맞이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한 발 나아가 있는 하루가 된다. 인생이란 꼭 이기기 위해 치열하기보다는 덜 지기 위해 일상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쌓여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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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면 담배냄새가 좋아진다. 나는 담배도 피우지 않지만 11월의 담배냄새는 나쁘지 않아. 11월의 담배냄새는 시월과는 다르고 유월과도 다르다.


가을을 지나 겨울의 초입이 되면 담배냄새에 냉소가 가득해지는 것 같아. 이른 오전에 세탁소 앞에서 스팀연기와 함께 세탁소 주인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슬슬 좋아져.


엑토플라즘처럼 위로위로 올라가는 푸른 담배연기는 마치 바슐라르가 말하는 촛불의 욕망일지도 몰라.


담배냄새에는 일종의 불협화음이 있는데 11월이 되면 그 불협화음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어. 11월이 되면 담배냄새가 좋아져. 자연스럽게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노래가 떠오르지.


나는 어째서 담배를 피우지 못할까.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면 11월에 내가 피우는 담배냄새를 맡으며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텐데. 담배를 아주 맛있게 피우는 친구가 있었지. 특히 겨울에 담배를 피울 때면 그 녀석 입에서 굉장한 양의 연기가 나왔거든. 


특히 가로등 밑에서 담배를 피우면 못생겼지만 그렇게 그 녀석이 멋지게 보였지. 따라 하고파서 담배를 억지로 피우면 나는 먹은 것들을 전부 토하고 말았지. 만취해서 토하는 건 괴로워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신이 살아있는데 토하는 건 세상 괴로운 일이라는 걸 알았어. 거의 죽음 직전이었어. 


담배는 그야말로 가까이 있지만 너무나 먼 기호였던 거지. 나에게는 말이야. 겨울의 담배냄새가 그렇게 나쁘지 않게 느낀 건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라. 친구는 고민에 휩싸인 영화 속 주인공처럼 술을 한 잔 마시고 가로등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지. 나는 그 녀석의 말을 듣기보다 그 푸르스름한 연기와 냄새에 빠져들어가고 있었어. 


담배냄새라는 건 몹시도 이상하여 흡연자들도 담배냄새는 싫어하기도 하잖아. 그런데 나는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11월의 담배냄새를 좋아하고 있어.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화장품냄새와 향수냄새와 함께 섞여서 나는 담배냄새는 묘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좋다는 말이야. 나쁘지 않아. 모든 여성이 피우는 담배냄새가 좋은 건 아니야. 모든 계절에 나는 담배냄새가 좋은 건 아닌 것처럼 말이야. 


부러운 일상적인 모습이 여럿 있지만 식사 후에 맛있게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모습처럼 부러운 모습도 없어. 그들의 얼굴에는 어떤 안도감이 잔뜩 있잖아. 무릇 꽁초 오상순 시인의 시 하나가 생각나네. 나는 그 시가 너무 좋더라고. 


웃는 사람 따라서

웃지 못함은

고통이다

그러나

우는 사람 위하여

울지 못함은

더 큰 고통이다


11월이다. 11월이 되면 담배냄새가 좋아진다.



Cigarettes After Sex-Apocalypse https://youtu.be/5ey60YJmjQE?si=RxaH6zWPEQV2l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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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다. 굿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물은 스페인이 최고다. 넷플릭스가 가장 잘하는 게 이런 시리즈다. 8부작인데 눈을 뗄 수 없다. 보통 일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데 이 시리즈는 한눈팔지 않고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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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있었던 인비저블 게스트를 8부작으로 보는 느낌이다. 주인공도 인비저블 게스트의 주인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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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회마다 떡밥이 하나씩 풀어지며 다음 회가 당연하지만 너무 궁금해진다. 스페인 스릴러 추리물이 괜찮은 점은 촘촘한데 답답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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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처럼 고구마가 거의 없다. 8부작이라 길지 않기 때문에 매 회가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거기에 잔인함은 기본이고 고어적인 부분과 인간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추악한 짓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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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피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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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 언젠가부터 정치적 올바름으로 흑인, 인도인, 아랍인 등 골고루 등장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계속 엉망이 되는 영화가 많은데 스페인 스릴러에는 딱 그짝 사람들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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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많이 나오지만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매 회에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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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간단하게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패스. 예고편을 보고 대충 넘겨짚거나 드라마 정보를 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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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사고로 사람을 죽인 주인공이 출소 후에 만난 아내와 새 출발을 하려는데 아내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아내가 아니면서 온통 꼬이는 일에 휘말리는데 엄청난 일에 말려들어 범인으로 몰려 다시 감옥에 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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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반전을 하는데 그게 다 설득이 된다. 도대체 원작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 정도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만들려면 얼마나 조사하고 얼마나 똑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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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휴는 물론이고 자극과 잔인함이 강한 장면이 꽤 있으니까 혼자서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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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며칠 있다가 큰 이모의 비보도 듣게 되었다. 코로나가 세계를 덮치고 있었다. 포항에서 장례식을 했는데 포항에 무서운 코로나 방역 때문에 장례식에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다. 큰 이모는 가족이 없다. 이모부와 결혼하자마자 사별 후에 혼자서 죽 지냈다. 내가 어린 시절, 4살, 5살 즈음 집의 형편이 좋지 않아서 나는 큰 이모에게 보내져서 지내게 되었다. 나는 아직 어렸고 밤이 되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다. 그러나 낮이 되면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그러다가 오토바이의 연통에 무릎이 닿아 댄 흔적이 있다.


일을 하게 되면서 큰 이모에게 매달 5일이 되면 오만 원씩 용돈을 보내드렸다. 명절이 낀 달에는 오만 원을 더 보내드렸다. 용돈을 보내면 항상 촌에서 김치나 문어 같은 여기서는 보기 힘든 음식을 보내주었다. 용돈을 보내면 용돈으로 사용하라고 말해도 큰 이모는 막무가내였다. 그러다가 5일에 용돈을 깜빡하고 보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있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내가 깜빡한 것이다. 그리고 용돈을 보내면 큰 이모는 안심을 했다. 큰 이모가 돌아가시고 조촐한 장례식을 마치고 큰 이모의 방을 정리하다가 큰 이모의 통장이 나왔다. 거기에는 내가 용돈으로 보내준 돈을 한 번도 꺼내서 사용하지 않으셨다. 


내가 용돈을 보내면 우체국으로 가서 카운트하는 그 낙으로 한 달을 보내셨다. 아플 때 방구석에서 혼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큰 이모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큰 이모의 죽음은 나에게 한동안 심한 우울감을 안겨주었다. 어제까지 룰루랄라 지내다가 오늘 느닷없이 잠들어 깨지 않는 죽음. 그것이 진정한 죽음이지만 신은 인간을 그렇게 편하게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고통과 아픔을 잔뜩 안겨 준 다음에 서서히 죽음으로 내 몬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 사람 때문에 요즘도 머리에 바늘을 맞는 느낌이 가끔씩 든다. 생글생글 내 앞에서는 주절주절 열심히 떠들었지만 실은 그게 고통을 잊으려고 발버둥 치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인 줄만 알았다. 그건 비극이었다. 비극이라는 말을 가끔 내뱉지만 실제로 비극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인터넷에서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테이프로 창문을 꽁꽁 막은 뒤 연기를 피웠다.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길게 적고 싶지만 적다 보니 우울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원론적인 말보다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질질 끌지 않고 한 번에 딱 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은 질환과 비슷하다. 넘어져 어딘가 한 번에 골절되는 것보다 질환에 걸리면 서서히 더 크고 깊게 질질 끌게 된다. 죽음이란 그런 질환과 비슷하다.


60년대를 늘 동경한다. 60년대 일어난 음악, 미술, 디자인, 사진, 문학을 사랑한다. 그 시대를 청춘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70년대를 넘어오면서 문화는 르네상스를 누린다. 그 중심에서 마음껏 그 세계를 누렸다면 그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청춘으로 보내고 코로나 직전에 나이가 들어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오늘 이후는 오늘 이전보다 분명하지만 생활하기에 어려워질 것이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촉을 세우고 덤벼드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 될 것이다. 기후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여름은 2024년 여름이 시원했다고 느끼게 되고 겨울은 혹독해진다. 비만 오면 강이 범람하고 70년대에 만들어진 도로는 이제 수명이 다해서 크고 작은 포트 홀이 뚫릴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혐오를 느끼고 관계 맺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은 죽고 나면 어제가 된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하루를 죽여 가는 것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인데 11월에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눈은 죽음을 말한다. 눈이 내리면 모두가 눈을 맞는다. 눈은 아파트에도 학교에도 교회도 절에도 똑같이 눈이 내린다. 노인도, 어린이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다 눈을 맞는다. 모두 다 죽는다. 눈은 곧 죽음이다. 눈이 내린 하얀 그것은 사후 세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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