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며칠 있다가 큰 이모의 비보도 듣게 되었다. 코로나가 세계를 덮치고 있었다. 포항에서 장례식을 했는데 포항에 무서운 코로나 방역 때문에 장례식에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다. 큰 이모는 가족이 없다. 이모부와 결혼하자마자 사별 후에 혼자서 죽 지냈다. 내가 어린 시절, 4살, 5살 즈음 집의 형편이 좋지 않아서 나는 큰 이모에게 보내져서 지내게 되었다. 나는 아직 어렸고 밤이 되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다. 그러나 낮이 되면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그러다가 오토바이의 연통에 무릎이 닿아 댄 흔적이 있다.


일을 하게 되면서 큰 이모에게 매달 5일이 되면 오만 원씩 용돈을 보내드렸다. 명절이 낀 달에는 오만 원을 더 보내드렸다. 용돈을 보내면 항상 촌에서 김치나 문어 같은 여기서는 보기 힘든 음식을 보내주었다. 용돈을 보내면 용돈으로 사용하라고 말해도 큰 이모는 막무가내였다. 그러다가 5일에 용돈을 깜빡하고 보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있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내가 깜빡한 것이다. 그리고 용돈을 보내면 큰 이모는 안심을 했다. 큰 이모가 돌아가시고 조촐한 장례식을 마치고 큰 이모의 방을 정리하다가 큰 이모의 통장이 나왔다. 거기에는 내가 용돈으로 보내준 돈을 한 번도 꺼내서 사용하지 않으셨다. 


내가 용돈을 보내면 우체국으로 가서 카운트하는 그 낙으로 한 달을 보내셨다. 아플 때 방구석에서 혼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큰 이모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큰 이모의 죽음은 나에게 한동안 심한 우울감을 안겨주었다. 어제까지 룰루랄라 지내다가 오늘 느닷없이 잠들어 깨지 않는 죽음. 그것이 진정한 죽음이지만 신은 인간을 그렇게 편하게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고통과 아픔을 잔뜩 안겨 준 다음에 서서히 죽음으로 내 몬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 사람 때문에 요즘도 머리에 바늘을 맞는 느낌이 가끔씩 든다. 생글생글 내 앞에서는 주절주절 열심히 떠들었지만 실은 그게 고통을 잊으려고 발버둥 치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인 줄만 알았다. 그건 비극이었다. 비극이라는 말을 가끔 내뱉지만 실제로 비극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인터넷에서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테이프로 창문을 꽁꽁 막은 뒤 연기를 피웠다.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길게 적고 싶지만 적다 보니 우울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원론적인 말보다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질질 끌지 않고 한 번에 딱 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은 질환과 비슷하다. 넘어져 어딘가 한 번에 골절되는 것보다 질환에 걸리면 서서히 더 크고 깊게 질질 끌게 된다. 죽음이란 그런 질환과 비슷하다.


60년대를 늘 동경한다. 60년대 일어난 음악, 미술, 디자인, 사진, 문학을 사랑한다. 그 시대를 청춘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70년대를 넘어오면서 문화는 르네상스를 누린다. 그 중심에서 마음껏 그 세계를 누렸다면 그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청춘으로 보내고 코로나 직전에 나이가 들어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오늘 이후는 오늘 이전보다 분명하지만 생활하기에 어려워질 것이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촉을 세우고 덤벼드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 될 것이다. 기후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여름은 2024년 여름이 시원했다고 느끼게 되고 겨울은 혹독해진다. 비만 오면 강이 범람하고 70년대에 만들어진 도로는 이제 수명이 다해서 크고 작은 포트 홀이 뚫릴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혐오를 느끼고 관계 맺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은 죽고 나면 어제가 된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하루를 죽여 가는 것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인데 11월에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눈은 죽음을 말한다. 눈이 내리면 모두가 눈을 맞는다. 눈은 아파트에도 학교에도 교회도 절에도 똑같이 눈이 내린다. 노인도, 어린이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다 눈을 맞는다. 모두 다 죽는다. 눈은 곧 죽음이다. 눈이 내린 하얀 그것은 사후 세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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