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프트]는 1983년에 나온 네덜란드 공포영화다. 공포영화지만 블랙코미디 분위기가 은근히 섞여 있고, 보다 보면 스티븐 킹 작품이 떠오르는 구석도 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이하 엘베]가 사람들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암스테르담의 한 고층 건물에서 엘베가 멈추고 그 안의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갇힌 사람들이 더위에 허덕이며 여자들이 옷을 마구 벗어던지고, 그러다가 목숨까지 잃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이한 사고가 계속 이어지자 정비공 펠릭스는 엘베 안에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정밀 점검을 하려 하지만 상사는 계속 막아선다. 게다가 예전에 같은 엘베를 점검했던 동료가 정신이 이상해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펠릭스는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엘베는 생각보다 잔인하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1983년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인상적이다. 특히 목이 잘려 나가는 장면은 최근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 청소차에 얼굴이 반으로 갈리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됐던 장면은 인형을 들고 엘베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였다. 별것 아닌 구도인데도 괜히 불안하다. 저 아이가 타면 어떡하지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물론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전개가 툭툭 끊기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이런 허술함까지 포함해서 80년대 유럽 공포영화 특유의 맛이 있다.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다. 오래된 네덜란드 공포영화나 B급 감성, 80년대 호러를 좋아한다면 한 번 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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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이 등장하는 장면은 분량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몇 장면 나오지 않는데도 존재감이 엄청나다.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거의 전율에 가깝다. 그 앞에서 얼어붙은 장이수의 표정도 그 긴장감을 제대로 살린다. 홍범도 장군의 얼굴은 용맹한 호랑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액션은 규모가 크고 묵직하다. 총성과 폭발, 산악 지형을 활용한 전투가 시원하게 밀어붙인다. 스케일만 키운 것이 아니라 전투의 압박감도 잘 살아 있다. 원신연 감독은 많은 영화를 연출했다. 재미있게 봤던 구타유발자들, 망했던 세븐데이즈, 김영하 원작의 살인자의 기억법 등. 묘한 건 2011년에 태권브이를 연출했는데, 그때 영화가 개봉을 했었나? 싶기도 하다. 배우들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일본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한일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침략자 역할을 맡는다는 건 자국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예전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오루처럼 많은 일본 배우들이 이런 역할을 맡아 왔다. 자국에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작품에 참여해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는 걸 보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케우치 히로유키는 얼굴만 보면 일본군 장교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연기다. 역할을 맡으면 정말 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00년 태생으로 한창 주가를 달리는 다이고 코타로 배우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봉오동 전투는 가끔 케이블에서 하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봉오동 전투가 하면 멈춰서 보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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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가와 케이코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지금 보면 유치하고 전개도 훤히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거의 20년 전 영화라 촌스러운 감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촌스러움 자체가 오히려 재미가 된다. 주인공 리나는 정말 답이 없는 여고생이다. 친구의 남자친구와도 거리낌 없이 잠자리를 하고, 친구는 필요할 때 이용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에게는 이름 대신 "너" 또는 “야”라고 부르고, 엄마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클럽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여자다. 가만히 있어도 술이 들어오고 남자들이 몰린다. 예쁜 얼굴과 뛰어난 외모 덕분에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산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이상해진다. 계속 어지럽고 토하다가 피까지 보게 되고, 병원에서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병에 걸렸다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착해지는 것도 아니다. 리나는 입원해서도 간호사에게 왜 불쌍한 사람 보듯 이야기하냐며 화를 내고, 누구에게나 날을 세운다. 하지만 암이 가슴까지 전이되면서 결국 한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진다. 그렇게 리나를 떠받들던 사람들은 하나둘 등을 돌린다. 특히 자신에게 진심이라며 고백했던 킹카에게 자신을 보여준다. “다리가 없어도 내가 네 다리가 되어줄게.” 그렇게 말하던 녀석이 정작 한쪽 가슴을 잃은 리나를 보자 미안하다며 떠나버린다. 외톨이라고 느낀 리나. 모두가 떠난 뒤에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친구 마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키 역시 근육병을 앓고 있어 몸이 조금씩 굳어간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은 채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다. 이야기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전도 거의 없고 눈물 포인트도 익숙하다.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기타가와 케이코가 연기한 리나의 변화 때문이다.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가 조금씩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담백하게 다가온다. 뻔한 영화인데도 끝까지 보게 되는 건 아마 그 변화 하나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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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던 사이코패스를 잘못 건드려 동네 조직이 통째로 아작 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드라이버라는 이름의 사이코패스가 데리고 다니던 여자를 조직원들이 건드리고 결국 죽여 버린다.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던 드라이버는 그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조직원들을 한 명씩 자비 없이 처리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피가 튄다. 고어 수위가 상당한데, 보다 보면 묘하게 할리우드 영화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폭력의 결이 미국식이 아닌데? 같은 느낌이다. 찾아보니 감독이 일본 출신이었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고,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한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학살로 번지는 이야기를 여러 번 만들어 온 감독이다. 이 감독은 대체로 여행 중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외딴 마을에 발이 묶이고, 그곳 사람들과 엮이면서 일이 커지고 피가 튀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영화의 동네 조직은 지나가는 부자들을 상대로 강도질을 하며 돈을 뜯어 먹고 사는 인간들이다. 드라이버의 돈도 빼앗고 여자를 죽이는 바람에 스스로 지옥문을 연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이버의 차 안에 또 다른 납치 피해자가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라기보다 악인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쪽도 선하지 않다. 다만 더 위험한 괴물을 건드렸을 뿐이다. 잔인한 영화를 잘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지만, 고어 장면이 매우 많아서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면 끝까지 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참고로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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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야말로 백 룸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백 룸 영화를 보고 명확한 해답을 찾으려는 건 어쩌면 애초에 잘못된 접근인지도 모른다. 백 룸이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모호해진다. 백 룸은 달력의 뒷면이나 장롱 밑바닥 같은 곳이다. 평소에는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는 공간. 그런데 그 뒤편에는 현실보다 훨씬 넓고, 훨씬 기괴한 세계가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감각이 있다. 예전의 상상 속 세계는 동화 같았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숲이나 비밀의 나라를 떠올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상상은 어둡고 축축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방향을 잃는 계단, 이유 없이 불안한 방. 지금 우리가 품고 사는 불안의 모양도 어쩌면 그렇게 생겼다. 이 장면에는 백 룸의 핵심이 거의 다 들어 있다.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나오고, 길은 계속 반복된다.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복도. 그리고 발을 헛디디면 끝없이 추락할 것 같은 높은 공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데 이상하게 꿈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현실의 공간은 완벽할 수 없다. 사람이 드나드는 순간부터 조금씩 낡고 어긋난다. 하지만 백 룸은 다르다. 지나치게 깨끗하고, 지나치게 정확하다. 그 완벽함이 오히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인간이 머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을 삼키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그 안에도 가족은 있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 혐오가 뒤엉켜 만들어 낸 가족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가두는 형태에 가깝다. 피해의식과 분노가 커질수록 사람은 현실보다 머릿속에서 더 오래 산다. 그때 마음속에는 이런 백 룸이 하나 생긴다. 한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기 어려운 공간.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잘 나와 있다. 현실과 내면이 겹쳐지는 순간, 사람은 가장 깊은 미궁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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