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오동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이 등장하는 장면은 분량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몇 장면 나오지 않는데도 존재감이 엄청나다.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거의 전율에 가깝다. 그 앞에서 얼어붙은 장이수의 표정도 그 긴장감을 제대로 살린다. 홍범도 장군의 얼굴은 용맹한 호랑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액션은 규모가 크고 묵직하다. 총성과 폭발, 산악 지형을 활용한 전투가 시원하게 밀어붙인다. 스케일만 키운 것이 아니라 전투의 압박감도 잘 살아 있다. 원신연 감독은 많은 영화를 연출했다. 재미있게 봤던 구타유발자들, 망했던 세븐데이즈, 김영하 원작의 살인자의 기억법 등. 묘한 건 2011년에 태권브이를 연출했는데, 그때 영화가 개봉을 했었나? 싶기도 하다. 배우들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일본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한일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침략자 역할을 맡는다는 건 자국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예전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오루처럼 많은 일본 배우들이 이런 역할을 맡아 왔다. 자국에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작품에 참여해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는 걸 보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케우치 히로유키는 얼굴만 보면 일본군 장교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연기다. 역할을 맡으면 정말 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00년 태생으로 한창 주가를 달리는 다이고 코타로 배우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봉오동 전투는 가끔 케이블에서 하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봉오동 전투가 하면 멈춰서 보게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