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타가와 케이코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지금 보면 유치하고 전개도 훤히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거의 20년 전 영화라 촌스러운 감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촌스러움 자체가 오히려 재미가 된다. 주인공 리나는 정말 답이 없는 여고생이다. 친구의 남자친구와도 거리낌 없이 잠자리를 하고, 친구는 필요할 때 이용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에게는 이름 대신 "너" 또는 “야”라고 부르고, 엄마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클럽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여자다. 가만히 있어도 술이 들어오고 남자들이 몰린다. 예쁜 얼굴과 뛰어난 외모 덕분에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산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이상해진다. 계속 어지럽고 토하다가 피까지 보게 되고, 병원에서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병에 걸렸다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착해지는 것도 아니다. 리나는 입원해서도 간호사에게 왜 불쌍한 사람 보듯 이야기하냐며 화를 내고, 누구에게나 날을 세운다. 하지만 암이 가슴까지 전이되면서 결국 한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진다. 그렇게 리나를 떠받들던 사람들은 하나둘 등을 돌린다. 특히 자신에게 진심이라며 고백했던 킹카에게 자신을 보여준다. “다리가 없어도 내가 네 다리가 되어줄게.” 그렇게 말하던 녀석이 정작 한쪽 가슴을 잃은 리나를 보자 미안하다며 떠나버린다. 외톨이라고 느낀 리나. 모두가 떠난 뒤에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친구 마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키 역시 근육병을 앓고 있어 몸이 조금씩 굳어간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은 채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다. 이야기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전도 거의 없고 눈물 포인트도 익숙하다.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기타가와 케이코가 연기한 리나의 변화 때문이다.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가 조금씩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담백하게 다가온다. 뻔한 영화인데도 끝까지 보게 되는 건 아마 그 변화 하나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