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데 새벽에 잠을 깨우는 무서운 소리

불이 났다고 소리치는 소리,

사이렌 소리,

비명 소리


그건 소름 끼치는 공포였고

평소에 집어먹는 겁의 몇 배는 되었다



일상 속에서 소리로 무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가령 전투기의 소리가

분당 간격으로 들리는 것


지진으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겁이 나는 소리는


와그작하며

사랑이 깨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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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소매치기당한 발랄한 재수생 소녀와 권총으로 아내와 아내의 애인, 두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로맨스 같은 이야기다. 영화를 보다 보면 컬러인데도 어두운 부분은 꼭 흑백 영화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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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 이만희는 컬러영화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영화 속 흑백으로 보이는 부분은 이만희 고집 같은 부분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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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다 못해 태양 같은 인영 역의 문숙은 이 영화로 데뷔를 했다. 이만희 감독은 인영의 행동과 말투를 각본대로 하지 않고 촬영장에서 청춘의 문숙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영화에 반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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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 문숙과 연인관계가 되고 부부가 된다. 이때 이만희에게는 전 처 사이에 어린 딸이 있었는데 이혜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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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의 젊은 시절 연기가 대박이었던 [삼포 가는 길]이었다. 나는 그 영화를 재미있어서 몇 번 봤는데 백일섭과 문숙이 티격태격 타누는 대사가 아주 재미있다. 삼포 가는 길의 마지막 장면에서 문숙이 울면서 먹었던 삶은 계란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계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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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닮은 소녀에서 재미있는 장면은 이 당시에도 서울은 북적북적하며 길거리 촬영 때에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해서 흘깃흘깃 사람들이 보는 장면까지 다 촬영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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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의 친구로 고영수가 나오고, 바보들의 행진의 병태도 엑스트라로 1분 정도 나온고, 당시 지방과는 비교되는 서울의 거리와 상가, 패스트푸드 같은 것들이 잔뜩 나오는 것 역시 재미있다. 아파트 단지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고 신성일이 미키마우스 하연 티셔츠 입는 장면에 문숙이 까르르 거리며 귀엽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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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만희라는 대 감독과 대 배우 신성일 그리고 신예 문숙이 만나 당시에는 볼 수 없는 실험적인 영화였고 탐미적이다. 서울로 문숙을 찾으러 간 고영수가 나오는 장면에는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이 영화 음악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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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은 그야말로 태양을 닮았다. 밝고 맑고 꾀죄죄하고 더럽지만 인영의 주위에는 밝음의 아우라가 있다. 마치 바삭바삭한 여름 햇살 같다. 영화는 한국 영화 같지 않다. 마치 불란서나 미국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영화의 색감은 꼭 오즈 야스지로의 색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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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은 살인자 아저씨의 생일을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하는데. 순수한 영화다. 이만희 감독은 아내가 된 문숙과 함께 다음 해 황석영 소설 원작의 ‘삼포 가는 길’을 촬영하는 도중 사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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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은 꾸준하게 영화배우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미국으로 가고 만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 감독의 실험적인 영화 ‘태양 닮은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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멎었던 비가 또 내리네. 이렇게 힘을 잃고 이슬비가 내리는 여름이면 그 드라마가 생각나. 커피프린스 1호점. 그리고 한유주와 최한성이 언제나 떠올라.


원한다고 다 가질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가질 수 없다고 원하지 않는 것도 죄악이야.


한유주는 속에 있는 찌꺼기까지 다 뱉어내버려. 자존심이고 뭐고 해야 하니까 말을 해버려. 사랑한다면 그래야 하니까. 그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 넘겨짚고 재보고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유주는 말하는 거 같아.


사랑은 유치해. 진부하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아. 아이보다 어른이 더 유치하고, 못 배운 사람보다 배운 놈들이 더 유치하지.


유치한 어른이 하는 사랑은 당연하지만 유치해. 불량이고 나쁘고 더 괴롭고 죽을 것 같지. 그래서 사랑을 하게 되면 더 행복하고 더 미칠 것 같을 뿐이야, 덜 행복하고 덜 미칠 것 같지는 않아. 왜냐하면 사랑은 그런 거니까.


나쁘고 아프고 죽을 것처럼 행복한데 미칠 것처럼 불안해야 사랑이라고.


밥은 먹는다고 하고, 잠은 잔다고 하고, 방귀는 뀐다고 하는데 왜 사랑은 한다고 할까.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사랑했었다니까. 사랑은 늘 현재형이니까 말이야.


최한성이 만든 곡을 전화기로 한유주에게 불러줬을 때 한유주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나. 나 지금 슬퍼지려고 해, 나중에 이 노래 들으면서 아파질까 봐.


한 여름의 바삭한 햇살 같은 한유주와 최한성. 자칫 잘못 건드리면 바스러질 것 같은 두 사람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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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이라는 게 한 번뿐인 삶이라 일생이라 하잖아. 우리의 삶도 이생, 삼생이면 참 좋으련만 한 번뿐이라 늘 불안해. 적어도 나는 그래.


일생을 지탱하는 일상이라는 게 고요한 물처럼 지루하고 오물처럼 따뜻하지만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쇼핑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술을 마시며 내 자취를 남기려 하는 거 같아.


하지만 이 지루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라도 일렁이면 그 작은 변화에 허덕이며 좌절하고 절망하며 울면서 지루한 일상을 그리워해.


불행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들잖아. 인간의 삶이라는 게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유리병처럼 위태롭기만 해서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유리병이 깨지듯 와그작 삶이 깨져버리기도 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추억은 참 아름다운데 기억은 아프고, 상처와 고통으로 채색된 시간일지라도 지나고 나면 아름답게 포장이 가능한 거 같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보내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하진 않더라도 덜 불행한 것 같아서 나는 만족하는데 어쩐지 그것마저 꽤 어려운 일인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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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에 나온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을 잡고 끝까지 죽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마지막에서는 초현실 장면까지 넣다니.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는 우나기,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이 이야기도 초현실)을 봤는데 나는 아주 재미있었다. 오늘내일 중으로 간장 선생도 볼 예정인데 기대된다.


이유와 동기도 없이 그저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실제 사건의 취재 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살인마인 이와오를 체포하여 취조하는 과정에서 살인자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이와오는 당시에 드문 기독교 집안에서 하느님을 믿는 아버지가 천황의 군부대에게 고기잡이 배를 빼앗기는데 아직 어렸던 이와오는 군인에게 몽둥이를 들고 덤벼든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던 아버지는 천황만세를 외치며 배를 바친다. 그때부터 이와오는 조금씩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비정상, 반도덕, 반사회적인 모습이 아주 많이 나온다. 사람을 이유 없이 죽여 가며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 도피행각을 하는 이와오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영화는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욕망이나 반사회적인 모습도 잘 보여준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욕정을 품고, 헤어진 남편이 장모가 보는 앞에서 부인을 겁탈하지만 장모는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일본의 군국주의적인 힘 앞에서 무력하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훔쳐보는 자들에 의해 알음알음 퍼져 나간다.


이와오가 최초에 사람을 죽이면서 손에 묻은 피를 소변을 보면서 씻는다. 그 장면은 마치 감정이 소거된 하느님 같은, 신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그 손으로 사과를 따 먹다가 맛이 없다며 버린다.


이 영화는 오래됐지만 분명 사람을 잡아 끈다. 이와오의 연기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한다. 그 능청함과 순박함을 표현하다가도 사람을 죽일 때 드러나는 섬뜩한 눈빛, 아내인 카즈코의 몸과 살갗은 욕망을 알린다. 시아버지와 같이 목욕을 하면서 시아버지의 손을 가슴에 잡아 끄는 손을 카메라는 클로즈업한다. 그때의 손은 집안일을 하고 밥을 하는 손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포스터 속에 나오는 여성, 여관의 주인인 하루는 이와오에게 반하게 된다.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는 그에게 넘어간다. 나중에 그가 티브이 속에 나오는 범죄자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준다. 하루는 늘 남자들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지만 이와오와 함께 자면서 생긴 아이가 있었지만 이와오는 그런 하루를 목을 졸라 죽이고 만다. 이와오에게 목이 졸려 죽을 때 하루는 이와오를 위해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손이 양념에 묻어 벌겋게 되면서. 그런 장면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여관의 모녀를 죽이지만 세 명을 죽인 것이다. 하루의 배 속에 아기가 있으니. 이와오는 취조과정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의 아이가 뱃속에서 시멘트처럼 굳어서 죽었을 거야. 이런 대사는 정말 섬뜩하다.  


실화로는 여관의 모녀를 죽이고 바로 잡히는 게 아니라 한 절에서 사기를 치다가 거기서 잡히게 된다고 한다.


제목이 왜 복수는 나의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와오는 어릴 때 신이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비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신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제목을 이렇게 지었지 않았을까. 내가 사람을 이유 없이 죽여도 신은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사이코패스 이와오의 이야기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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