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덥다. 어릴 때 이렇게 더운 날이면 쭈쭈바를 하나씩 먹었다. 그냥 이름이 쭈쭈바였던 것 같다. 딸기물을 얼려놓은 것 같은 맛. 그걸 하나 들고 꼭 따리를 입으로 잡아당겨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사람은 둘인데 쭈쭈바를 하나밖에 못 사면 중간을 빙빙 돌렸다. 그러다 반으로 똑 끊어서 하나씩 나눠 먹었다. 쭈쭈바 하나를 가지고도 그렇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약국집 딸내미 성희네 집에 놀러 가면 가끔 걔 엄마가 냉동실에서 샤베트처럼 얼려놓은 아이스크림을 꺼내 주었다. 쭈쭈바하고는 맛이 달랐다. 뭐랄까. 부자의 맛이었다. “더 먹어.” 그렇게 말해도 이상하게 하나밖에 못 먹었다. 너무 맛있는데 마음껏 먹을 수는 없는 맛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쭈쭈바를 먹었던 기억은 선명한데 막상 그 맛을 말해보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딸기 맛이라고 하기엔 딸기 같지도 않고, 단맛이라고 하기엔 뭔가 빠져 있다. 살얼음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입에 털어 넣고 먹는 맛이 있었다. 혀에 차갑게 달라붙고, 얼음이 사각사각 씹히던 맛. 불량식품의 맛. 그래서 더 맛있었던 쭈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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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총 세 명이다. 끝까지 세 명이 전부다. 그중 한 명은 아이라서 사실상 두 사람이 영화를 끌고 간다. 그런데 미스터리 영화라면 인물이 많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은 인물로 밀어붙이는 쪽이 잘만 만들면 훨씬 흥미로울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꽤 흥미롭다. 기억을 전혀 잃은 주인공이 눈을 뜬 곳은 처음 보는 집이다. 남편이라는 남자도, 딸이라는 아이도 낯설다. 자신을 부정하고 적대적으로 두 사람을 대한다. 그런데 집 안에는 자신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사진도 있고, 생활의 흔적도 있다. 특히 딸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이상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는 자신의 정체다. 이름부터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 남편이라는 남자는 기억에 전혀 없는데 분명 이 집에서 자신이 살았던 흔적은 있다. 게다가 외딴 농장 같은 곳에 있는 저택이라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세 사람만 덩그러니 남겨진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진다. 초반은 그래서 좋다. 재미도 있다. 적어도 계속 다음 장면을 보게 만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튄다. 복제 인간이 나오고,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옮기는 미래형 SF 스릴러가 되어버린다. 여기서부터 좀 이상해진다. 인간을 복제하고 의식을 디지털화해서 새로운 몸에 심는 정도의 기술이라면 엄청난 시설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남편이 창고 같은 곳에서 노트북 한 대를 놓고 그 엄청난 일을 벌인다. 이게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잘 와닿지 않는다. 기술의 규모와 공간의 규모가 너무 따로 논다. 남편의 집착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가정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 설정인데, 후반부에 복제된 아내를 무참하게 폭행하고 죽여버리는 장면에 이르면 ‘이건 또 뭐지?’ 싶은 생각이 든다. 오컬트가 나오다가 바디 호러가 되고, 스릴러와 미스터리가 섞이더니 미래형 SF까지 들어온다. 결국 중반을 넘어가면서 재미가 확 떨어진다. 그런데 묘하게 끝은 보고 싶다. 재미가 없는데 결말은 궁금하다. 이런 영화가 있다. 재미와 흥미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주연은 [해피 데스데이]로 익숙한 제시카 로테다. 이전 작품인 [보이 킬스 월드]에서는 [그것]의 빌 스카스가드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액션을 몸으로 받아냈다. 공포 영화에서 자주 봐서인지 이런 장르에는 확실히 잘 어울린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가 아쉽다기보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배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 더 크다. 초반의 미스터리가 끝까지 유지됐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됐을 것 같은데, 중간부터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면서 오히려 힘을 잃었다. 그래도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 [어펙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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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중요하다. 요즘 유튜브 [오재나]를 보면 김재환 PD가 대패삼겹살을 백종원이 개발했다는 주장에 대해 하나씩 근거를 찾아 반박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그냥 말싸움이 아니다. 기록을 찾아간다. 오래된 기사와 자료를 뒤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시의 흔적을 확인한다. 결국 그 모든 걸 뒷받침하는 건 기록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더본코리아가 점주들과 함께 김재환 PD를 상대로 스무 건이 넘는 고소를 했고, 김재환 PD는 그때부터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주장들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말로 맞서는 게 아니라 기록으로 맞서는 셈이다. 김재환 PD는 원래 이런 일을 해온 사람이다. 여러 TV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나는 그의 영화를 거의 다 봤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던 것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트루맛쇼]다. TV 음식 프로그램들이 맛집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방송가의 음식점 소개가 얼마나 엉망으로 돌아가는지를 까발린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웃긴 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떡볶이 맛집을 소개하면서 온갖 약재가 열 가지 넘게 들어간다는 식의 황당한 프로그램이 여전히 방송되고 있다. [쿼바디스]에서는 한국 교회를 들여다봤다. 미국에도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대형 교회들이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커졌는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엇인지 파고든 영화다. 내가 더 재미있게 본 건 [미스 프레지던트]다. 개봉 당시 박사모 사람들이 극장으로 엄청나게 몰려갔다. 그런데 여기서 제목의 ‘미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세스, 미스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안다. 제목부터 묘하게 사람을 낚는다. 김재환 PD는 [미각 스캔들]도 연출했다. 음식과 식당, 식재료의 진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었다. 반응이 좋았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방송국에서는 회차를 늘려 더 방송하자고 했다. 그런데 김재환 PD는 처음부터 정해놓은 분량이 있으니 거기까지만 하겠다고 했다. 방송국의 유혹을 뿌리치고 계획한 회차만 하고 끝냈다. 이런 사람이 지금 기록을 들고 다시 현장으로 나간 것이다. 요즘 그는 유튜브 [오재나]를 통해 기록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닌다. 거대한 자본을 가진 더본코리아와 백종원을 상대로 말이다. 누가 뭐라고 했느냐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느냐를 찾아간다. 그래서 영상이 재미있다. 기록 하나가 기존의 이야기를 뒤집어버리는 순간이 있으니까. 기록은 남의 이야기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개인에게도 그렇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그때는 분명 중요했던 일이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진다. 사진 한 장, 메모 한 줄, 오래된 영수증 하나가 나중에는 그 시절을 다시 불러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기록하자. 아주 좋은 순간뿐만 아니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까지도. 어쩌면 그런 기록이 나중에는 가장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호러블한 기록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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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윤 2026-08-27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각스캔들은 김재환 스스로 정해진 회차 때문에 종영한게 아니라 콩고기 조작 보도로 방심위 징계 먹고 폐지된 겁니다, 애초에 미각스캔들의 악질성을 고려했을 때 콩고기 조작만이 아니고 더 했으면 진짜 먹거리 X파일에 버금가는 악질 방송으로 평가받았을 수준이고요.
 


이 시리즈는 재미가 그리 썩 좋지 않은데 시즌 3까지 나왔다. 한 시즌에 10회씩.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삼키는 이야기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보다 보면 여기저기서 익숙한 작품들이 떠오른다. 외계종족과 텔레파시를 하거나 기술을 이용해 교신하는 설정은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가 생각나고, 지구 전체를 뒤덮은 위기 상황은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같은 분위기가 있다. 뒤로 갈수록 [기묘한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 밖에도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여러 영화들이 조금씩 스쳐 지나간다. 내가 시즌 2까지 봤는데 재미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들이 전부 심각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진지한 건 괜찮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심각하다. 진지함과 심각함은 정말 한 끗 차이인데, 이 시리즈는 철학적인 문제와 인간의 생각을 너무 많이 말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자꾸 무거워진다. 보다 보면 나까지 같이 근심걱정을 떠안은 기분이다. 미국 시리즈인데 의외로 열쇠를 쥔 인물은 일본 우주국의 시오리다. [데드풀]에서 유키오로 나왔던 일본 배우가 맡았다. 이 시리즈에는 외계종족과 직접 교신하거나 기술을 이용해 교신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시오리가 그중 한 명이고, 사실상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이다. 그런데 시오리가 제일 심각하다. 온 지구인의 근심걱정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계속 심각한 표정을 짓고, 심각한 생각에 심각한 말만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정작 외계종족이다. 지구를 침공해서 인간사회를 지옥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시즌 1에서 보니 불태우면 죽는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촉수 같은 걸로 찔러 죽이는 정도다. 그 밖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염병 만들어서 던지면 불타 죽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군대가 멸망하고 지구 방위군이 몰살당한다. 더 웃긴 건 그렇게 무서운 외계종족이 나오는 장면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인간과 인간이 싸운다. 인간집단과 인간단체가 서로 총구를 겨누고 죽인다. 이것도 심각하다. 차라리 외계종족이 인간의 뇌를 조종해서 서로 죽이게 만든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인간들이 서로 싸운다. 지구가 왜 망하는지도 정확히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망한다. 그 와중에 외계종족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그것마저 너무 심각하게 그려낸다. 등장하는 지구의 기술력은 최첨단인데 결국 외계종족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텔레파시 같은 것이 나온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결국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게 제일 낫다는 식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고 있으면 좀 거참스럽다. 시즌 1에서 꼬마였던 아이들이 시즌 2에서는 엄청 커버린 것도 묘하다. 몇 년을 이런 상황에서 버텼다는 이야기인데, 성인들은 거의 그대로다. 아이들은 훌쩍 자랐는데 어른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늘어뜨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시즌 3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여기까지 봤으니 결국 봐야겠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도대체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라도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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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 시즌 4는 내가 읽었던 리처 소설 「사라진 내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스핀오프인 니글리 시리즈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리처 시즌 4가 먼저 나왔다. 지금은 3화까지 공개됐고 매주 한 편씩 나오는 모양이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소설 내용이 확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야호!”가 나왔다. 이 이야기를 드디어 영상으로 보는구나 싶었다. 이번 시즌은 이전보다 판이 훨씬 커졌다. 시즌 3까지 리처가 상대했던 빌런들은 어느 정도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CIA부터 연방 요원들, 정치인까지 줄줄이 상대해야 한다. 리처 하나를 잡겠다고 달려드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리처야 다들 알다시피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머리까지 잘 돌아가는 사람이다. 「리처」는 결국 액션 드라마라 액션이 중심인데, 시즌 4 초반에는 이상하게 리처가 많이 얻어맞는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장면도 꽤 나온다. 그게 오히려 이번 시즌의 리처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에는 주먹보다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다. 눈앞의 상대를 때려눕히는 것보다 누가 적인지, 누가 자신을 쫓고 있는지,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계산해야 한다. 리처의 전략가적인 면모가 훨씬 두드러질 것 같다. 시즌 3에서 리처는 정부 편에 서서 악당의 본거지에 언더커버 요원으로 잠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다. 정부의 여러 기관과 정치인들에게 쫓기는 입장이 됐다. 상대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단순한 액션물보다는 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리처가 나오는 이상 주먹질과 총격전이 빠질 리는 없겠지만, 그보다 이번에는 리처가 어떻게 이 거대한 판을 뒤집을지가 더 궁금하다. 8부작이라고 하니 매주 한 편씩 기다리면서 보는 재미도 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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