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재미가 그리 썩 좋지 않은데 시즌 3까지 나왔다. 한 시즌에 10회씩.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삼키는 이야기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보다 보면 여기저기서 익숙한 작품들이 떠오른다. 외계종족과 텔레파시를 하거나 기술을 이용해 교신하는 설정은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가 생각나고, 지구 전체를 뒤덮은 위기 상황은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같은 분위기가 있다. 뒤로 갈수록 [기묘한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 밖에도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여러 영화들이 조금씩 스쳐 지나간다. 내가 시즌 2까지 봤는데 재미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들이 전부 심각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진지한 건 괜찮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심각하다. 진지함과 심각함은 정말 한 끗 차이인데, 이 시리즈는 철학적인 문제와 인간의 생각을 너무 많이 말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자꾸 무거워진다. 보다 보면 나까지 같이 근심걱정을 떠안은 기분이다. 미국 시리즈인데 의외로 열쇠를 쥔 인물은 일본 우주국의 시오리다. [데드풀]에서 유키오로 나왔던 일본 배우가 맡았다. 이 시리즈에는 외계종족과 직접 교신하거나 기술을 이용해 교신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시오리가 그중 한 명이고, 사실상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이다. 그런데 시오리가 제일 심각하다. 온 지구인의 근심걱정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계속 심각한 표정을 짓고, 심각한 생각에 심각한 말만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정작 외계종족이다. 지구를 침공해서 인간사회를 지옥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시즌 1에서 보니 불태우면 죽는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촉수 같은 걸로 찔러 죽이는 정도다. 그 밖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염병 만들어서 던지면 불타 죽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군대가 멸망하고 지구 방위군이 몰살당한다. 더 웃긴 건 그렇게 무서운 외계종족이 나오는 장면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인간과 인간이 싸운다. 인간집단과 인간단체가 서로 총구를 겨누고 죽인다. 이것도 심각하다. 차라리 외계종족이 인간의 뇌를 조종해서 서로 죽이게 만든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인간들이 서로 싸운다. 지구가 왜 망하는지도 정확히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망한다. 그 와중에 외계종족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그것마저 너무 심각하게 그려낸다. 등장하는 지구의 기술력은 최첨단인데 결국 외계종족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텔레파시 같은 것이 나온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결국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게 제일 낫다는 식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고 있으면 좀 거참스럽다. 시즌 1에서 꼬마였던 아이들이 시즌 2에서는 엄청 커버린 것도 묘하다. 몇 년을 이런 상황에서 버텼다는 이야기인데, 성인들은 거의 그대로다. 아이들은 훌쩍 자랐는데 어른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늘어뜨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시즌 3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여기까지 봤으니 결국 봐야겠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도대체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라도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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