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총 세 명이다. 끝까지 세 명이 전부다. 그중 한 명은 아이라서 사실상 두 사람이 영화를 끌고 간다. 그런데 미스터리 영화라면 인물이 많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은 인물로 밀어붙이는 쪽이 잘만 만들면 훨씬 흥미로울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꽤 흥미롭다. 기억을 전혀 잃은 주인공이 눈을 뜬 곳은 처음 보는 집이다. 남편이라는 남자도, 딸이라는 아이도 낯설다. 자신을 부정하고 적대적으로 두 사람을 대한다. 그런데 집 안에는 자신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사진도 있고, 생활의 흔적도 있다. 특히 딸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이상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는 자신의 정체다. 이름부터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 남편이라는 남자는 기억에 전혀 없는데 분명 이 집에서 자신이 살았던 흔적은 있다. 게다가 외딴 농장 같은 곳에 있는 저택이라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세 사람만 덩그러니 남겨진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진다. 초반은 그래서 좋다. 재미도 있다. 적어도 계속 다음 장면을 보게 만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튄다. 복제 인간이 나오고,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옮기는 미래형 SF 스릴러가 되어버린다. 여기서부터 좀 이상해진다. 인간을 복제하고 의식을 디지털화해서 새로운 몸에 심는 정도의 기술이라면 엄청난 시설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남편이 창고 같은 곳에서 노트북 한 대를 놓고 그 엄청난 일을 벌인다. 이게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잘 와닿지 않는다. 기술의 규모와 공간의 규모가 너무 따로 논다. 남편의 집착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가정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 설정인데, 후반부에 복제된 아내를 무참하게 폭행하고 죽여버리는 장면에 이르면 ‘이건 또 뭐지?’ 싶은 생각이 든다. 오컬트가 나오다가 바디 호러가 되고, 스릴러와 미스터리가 섞이더니 미래형 SF까지 들어온다. 결국 중반을 넘어가면서 재미가 확 떨어진다. 그런데 묘하게 끝은 보고 싶다. 재미가 없는데 결말은 궁금하다. 이런 영화가 있다. 재미와 흥미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주연은 [해피 데스데이]로 익숙한 제시카 로테다. 이전 작품인 [보이 킬스 월드]에서는 [그것]의 빌 스카스가드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액션을 몸으로 받아냈다. 공포 영화에서 자주 봐서인지 이런 장르에는 확실히 잘 어울린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가 아쉽다기보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배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 더 크다. 초반의 미스터리가 끝까지 유지됐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됐을 것 같은데, 중간부터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면서 오히려 힘을 잃었다. 그래도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 [어펙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