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퀄리브리엄] 속 미래 시대는 국가 통제에 의해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특히 책을 읽는 것 또한 안 된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퀄리브리엄]은 고전 SF 소설가 [레이 브레드버리]의 소설을 엄청난 각색으로 만들어졌다. [브레드버리]의 소설 원작을 그대로 살린 영화는 66년에 나온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화씨 451]이다. 원작의 제목도 그대로 사용했다.

미래 사회는 전체주의적 국가로 책을 절대 금기하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책을 불태우는 일을 한다. 이는 [조지 오웰]의 [1984]와 같다. 미래 사회의 빅브라더는 문학을 비롯한 언어파괴를 하여 과거를 제거한다.

바이런, 밀턴,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말살함으로 현재가 과거의 역사를 바꾼다.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리듯, 현재가 과거의 역사를 바꾼다. 사실이지만 진실하지 않게.

이와 괘를 같이 하는 영화가 또 한 명의 프랑스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알파빌]이다. 알파빌이라는 도시에서 인간은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사랑을 해서도 안 되고 눈물을 흘리면 처형을 당한다. 하지만 섹스는 가능하다.

이 영화를 모티브로 만든 소설이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 속에 등장하는 모텔 [알파빌]이다. 모텔 알파빌에서는 사랑의 행위가 매일 밤 이뤄지지만 사랑은 소거되고 행위만 발생한다. 그리고 폭력이 일어난다.

밤이 되면 찬란한 불빛이 가득한 곳이지만, 문이 닫히면 알파빌처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곳이 도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그 안에서는 비극이 잔뜩 도사리고 있다.

빠르게 흐르는 세속적 정보가 중요하게 취급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빅브라더는 싫다. 사람들에게서 생각을 없애면 개돼지처럼 부려먹기 좋다. 어쩌면 개돼지보다 더 수월 하게 부려 먹을 수 있는 게 생각이 소거된 인간이다.

단어를 없애는 일은 전체주의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1984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없애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유를 갈망하지 않게 되고, 사상 범죄라는 단어를 없애면 사상 범죄자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윈스턴의 눈으로 보는 1984의 세계, 책을 불태우는 일을 하는 몬테그가 본 책 속의 그 한 줄, 소설 [어둠이 저편]에서 다카하시가 법정에서 본 인간의 모습이 소설과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민간인을 건물 옥상에서 발로 밀어 떨어트려 죽여버리는 장면을 봤다. 폭력이 정당화되고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하는 아이라니 라는 충격 속에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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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레옹을 봤다. OCN에서 해줬는데 레옹을 틀어주는 이유가 ‘식목일엔 화분, 화분 하면 레옹! 보기 좋은 영화’라고 했다. 마틸다가 마음을 억누르며 우유를 들고 레옹 집 앞에서, 제발 문 좀 열어 달라고 할 때,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연기 때문에 입이 짝 벌어졌다.

나탈리 포트만이 이제 나이도 찼고, 후속작으로 레옹에게 전수받은 암살법으로 청부살인으로 쓰레기들을 쓸어버려도 될 것 같은데. 요컨대 쓰레기 트럼프라든가.

나는 레옹을 극장에서 봤다.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레옹의 마틸다를 좋아하는 애가 있었다. 영화 보는 내내 울고 웃고 감정 몰입이 대단한 애였다. 그 애 때문에 보기 싫은데도 끌려가서 레옹을 봤다. 그 애는 마틸다와 비슷하게 생겼다.

무엇보다 머리길이가 비슷했다. 그 외 비슷한 점은 말라깽이라는 점이 닮았다. 눈코입도 닮았는데 결정적으로 얼굴은 전혀 닮지 않았다. 마틸다 같은 속눈썹도 없고, 각진 턱이 마틸다와는 너무 멀었다. 그러나 그 애는 마치 자신이 마틸다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다.

영화 속에서 마틸다가 가장 귀여울 때가 마돈나를 흉내 낼 때도 아니고, 먼로를 흉내 낼 때도 아니고 채플린을 흉애낼 때였다.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애는 귀여운 채플린을 흉내 내는 마틸다를 따라 하지 않고, 걸핏하면 마돈나의 라커 버질 터치 포 더 베리 버쓰타임 하며 마틸다를 흉내 냈다.

그 애는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마틸다 같지 않았다. 나는 좀 더 노래를 못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 애는 경연대회를 나갈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다.

마틸다는 깡이 있는 여자였다. 그 사달이 난 집에 가서 돈을 찾아오기도 하고, 택시기사를 노려보며 게리 올드만이 탄 차를 따라가자고 한다. 그 애가 마틸다를 향한 애정은 크고 깊었다. 마틸다가 자기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진짜 죽으려 했다며 그 애는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마틸다를 밀어내던 레옹은 마틸다를 받아들인다. 받아들인 다음 2인 1조가 되어 마틸다의 복수를 하러 다닌다. 복수하러 마지막 빌런 집 앞에 왔을 때 그 안에서 총을 발사할 거라는 걸 알고 레옹은 마틸다를 안아서 몸을 돌린다. 그때 마틸다는 정말 레옹을 사랑의 대상자로 믿어 버리는지 모른다. 모두가 나에게 등 돌렸지만 이 남자만은 목숨을 걸고 나를 지켜주는구나.

마틸다는 점점 레옹처럼 하고 다니고, 그 애는 마틸다처럼 하고 다녔다. 날이 추워지자 그 애는 그 죽일 놈의 국방색 점퍼를 내내 입고 다녔다.

붙잡혀 있는 마틸다를 레옹이 구해 낼 때, 마틸다가 울먹이며 레옹에게 가서 안길 때 그 애는 눈물을 쏟아냈다. 세 번 볼 때마다 다 울었다. 그리고 점점 더 크고 강하게 울었다.

마지막에 레옹이 사라진 마틸다의 공허한 눈을 보았다. 마틸다는 악질 경찰에게 가족을 다 잃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과 도망쳤지만, 그 사람은 죽고 말았다. 이제 마틸다에게 남겨진 건 레옹이 사랑한 화분뿐이었다. 마틸다를 좋아했던 그 애는 현재 한 아이의 엄마로 피아노 학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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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도 안 되고 초현실적인 오컬트 시리즈가 후반부에 가서 몹시 감동적이다. 선한 쿠퍼는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시간의 뒤틀림을 건너 25년 전의 로라를 찾아가서 손을 내밀고 25년 후의 쿠퍼가 내민 그 손을 로라가 잡는다. 그 모습이 감동을 준다.

쿠퍼는 로라를 데리고 온다. 연출적으로 25년 전에 촬영해 놓은 영상과 시즌 3 촬영 분을 그래픽으로 합성을 했는데 부자연스럽지 않고 아주 좋다. 좋다고 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로라 던이 연기한 다이엔은 현실에서 툴파(클론 같은 존재)지만 쿠퍼를 만나서 키스를 나누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쿠퍼와 함께 모텔로 들어가기 전 다이엔은 저 멀리 떨어진 진짜 다이엔을 보며 아침에 쿠퍼를 두고 떠난다.

다이엔은 시즌 3의 미스터리와 시간의 뒤틀림, 즉 멀티버스의 사건을 강화시키는 존재였다. 시즌 3은 정말 기묘하다. 2017년이지만 촬영의 미장센은 25년 전과 흡사하다.

휴대폰을 사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선한 쿠퍼를 중심으로 25년 전 인물들이 모여드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모두가 나이가 들었지만 25년 전에 하던 일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기묘하다면 기묘한 일이다.

마지막 역시 시즌 1, 2처럼 확실하게 끝맺음을 하지 않는다. 이후 시리즈가 더 나오기를 너무나 바라지만 이젠 그럴 수 없어졌다. 고든 부국장이자 연출을 맡았던 데이비드 린치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통나무 여인으로 나와서 시즌 3에서 겨우 말을 하며 보안관과 통화를 하며 이제 눈을 감는다며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한 페기 립튼은 2년 전인 2015년에 이미 사망했다. 미리 촬영해 놓은 영상이었다.

그리고 고든 부국장 옆의 요원 알버트 역의 미겔 페러도 죽었고, 그리고 프랭크 트루먼 보안관의 로버트 포스터 역시 죽고 말았다.

시즌 3은 25년이 지난 후 시간의 뒤틀림을 깨고 선한 쿠퍼와 악한 쿠퍼의 대결구도와 시간과 차원의 왜곡 그리고 인간은 꿈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던지며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에 로라를 데리고 현실로 온 쿠퍼는 아마도 자신들이 있는 현실이 원래 있어야 할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는 걸 알까 모를까.

1990년 로라 파머의 살인사건을 따라서 시작된 수사는 1991년 미스터리로 이어져 1995년의 영화 버전을 거쳐 2017년 시즌 3에서는 시간의 왜곡 속 분리된 쿠퍼로 인해 로라의 운명을 재 탐구하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들며 매우 난해하지만 감동적으로 이어졌다.

트윈 픽스가 만들어 낸 압도적인 분위기에 도취될 수 있었음에 즐거웠고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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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미스터리했지만 보는 내내 행복했다. 그게 참 알 수 없다. 25년 전이라 그런지, 캐릭터 모든 이들이 로라의 죽음을 파헤치려고 하면서도 서로 사랑하며 지켜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시즌 3은 25년이 지나서 떡밥을 하나씩 수거한다. 수거한다고 하지만 시즌 1, 2보다 더 초현실 적이며 더 복잡하고 더 애매하다. 모든 캐릭터가 25년 후에 그대로 나오지만 도나였던 라라 플린 보일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현실에서 너무 망가졌기에 나오기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라라 플린보일은 2002년인가 맨인블랙 2에서 설리나 역으로 나올 때가 전성기의 미모였다. 하지만 트윈 픽스 시절의 청순한 다나의 라라 플린보일이 너무나 예뻤지만 이후 술과 약 이런 문제로. 그리고 오드리의 쉐릴린 펜도 9화까지 나오지 않는다.

25년 전 청각장애가 있는 요원으로 나왔던 데이빗 린치는 25년 후 부국장이 되어서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러 다닌다. 다이앤으로 나오는 로라 던은 시즌 1, 2에서 나오진 않지만 쿠퍼의 비서로 언급되던 인물이었다.

다이앤이 만난 쿠퍼는 시즌 2에서 둘로 쪼개진 쿠퍼 중 악한 쿠퍼라는 걸 알게 된다. 다이앤은 쿠퍼의 인간적인 면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슐리 주드 역시 시즌 3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로 베럴리는 벤 혼의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호텔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 사건과 연결이 되는 인물이다.

시즌 3에서 현실 세계로 25년 만에 온 선한 쿠퍼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마치 아기가 발걸음을 배우듯 현실 세계를 하나씩 배워가며 그 안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선한 쿠퍼는 회를 거듭할수록 기적이 하나씩 일어나는데 그 연출이 몹시 좋다.

9화인가? 여기서는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어째서 트윈 픽스에 이런 초현실적인 사건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데, 핵폭발 실험이 있고 그에 따란 시간의 틈과 다른 세계의 경계의 실마리를 풀어준다. 그 장면이 데이빗 린치의 능력으로 30분 이상 보여준다. 핵이 터지고 그 속을 들여다보고 기괴한 장면이 이어진다.

시즌 3도 알 수 없는 장면의 연속이다. 이해하려면 너무나 힘들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이해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기괴한 시리즈가 트윈 픽스다.

25년이 지난 시즌 3에도 최면적인 오프닝 곡은 나온다. 이 곡은 정말 최면을 거는 것 같다. 매 회마다 마지막은 로드 하우스 클럽에서 실제 가수나 밴드가 노래를 하면서 끝이 난다. 크로매틱의 새도우도 좋고, 나인 인치 네일스의 쉬즈 곤 어웨이도 나오고 뭐 그렇다. 좋다는 말이다.

25년 만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사만다 사이프리드가 있다. 그녀는 트윈 픽스 시즌 1, 2에서 가장 예뻤던 셀리 존스와 보비 브릭스의 딸로 시즌 3에서 25살의 베키로 나온다. 하지만 베키는 남편에서 약물과 폭력으로 시달리는데 이는 트윈 픽스라는 세계가 끊임없이 고통과 비극을 반복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리버데일 시리즈와는 다르게 다음 회가 너무 궁금하며 짜증 나는 연출 없이 흡입력이 굉장하다. 영상은 시즌 2에서 젊은 고든 콜 요원의 데이빗 린치와 셀리 존스의 매드첸 아믹과 데일 쿠퍼의 카일 맥라클란의 모습이다. 고든 요원은 청각장애가 있어서 보청기를 끼는데 셀리의 말은 들리는 기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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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가 연출한 작품으로 영화는 실패작이다. 류가 [식스티 나인]과 [오디션]의 연출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식스티 나인]은 이상일이 감독했다. 이상일의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 빠져든다. 류는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손을 대는 바람에,,,

류의 엄청난 창작욕구는 인정하지만 영화 연출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류역시 하루키처럼 전공투세대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기치촌 근처에서 자신의 파괴를 마약과 섹스와 폭력으로 찾으려 했다.

그의 모든 소설이 하루키 소설처럼 다 좋은 건 아니었다. [한없이 투명한 블루]에 이어 [교코]부터 단편집까지 왕성하게 읽다가 [코인로커 베이비]에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소설은 천재적인 그의 능력이 미친 듯이 발휘되었다. 초반은 김영하 소설가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거의 비슷하다.

류의 단편집과 에세이까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키의 글이 자아를 찾아서 숲 저 안쪽을 겁 없이 들어간다면 류는 인간의 민낯을 보기 위해 파괴를 선택하는데, 그 트리거가 약과 섹스, 폭력이었다.

그러다가 고래 이야기에서 나는 멈추었다. 그때부터는 머리를 굴려가며 어렵게 이해의 도움을 받아야 읽을 수 있었다. 그저 예전처럼 몸으로 흡수되는 소설이 아니라 머리로 애써 받아들여야 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몹시 메조틱한 영화다. 그러나 아주 느리고 지루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에세이 [자살보다 섹스]에 잘 나와 있고, 2004년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류를 만나서 왜 그런 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전공투 세대로 번듯하고 잘 나가는 기성세대의 민낯을 까발리고 싶었다고 한다.

돈과 권력 그리고 행복한 가정이 있지만 유아기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메조틱클럽의 여성을 불러 촛농을 떨어트리며 기저귀를 차고 채찍으로 맞으며 그저 아기처럼 의태어와 의성어를 써가며 성적욕구를 푸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나카이도 미호가 이런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류의 에세이 [자살보다 섹스]에 잘 나와 있다. 류는 아무튼 묘한 사람이다. 비슷한 종류의 인간으로 릴리 프랭키가 그렇다.

류는 음식도 인간의 성과 밀접하게 바라보는 관점인데, 인상 깊은 건 삼계탕에 관해서 쓴 글이다. 류의 삼계탕만큼 삼계탕을 잘 표현한 작가는 아직 못 본 것 같다.

기괴극 [오디션] 역시 류의 작품이니 영화보다는 소설을 읽는 게 낫다. 한국인도 좋아하는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딱 영화 한 편에 출연했는데 그게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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