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류가 연출한 작품으로 영화는 실패작이다. 류가 [식스티 나인]과 [오디션]의 연출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식스티 나인]은 이상일이 감독했다. 이상일의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 빠져든다. 류는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손을 대는 바람에,,,
류의 엄청난 창작욕구는 인정하지만 영화 연출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류역시 하루키처럼 전공투세대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기치촌 근처에서 자신의 파괴를 마약과 섹스와 폭력으로 찾으려 했다.
그의 모든 소설이 하루키 소설처럼 다 좋은 건 아니었다. [한없이 투명한 블루]에 이어 [교코]부터 단편집까지 왕성하게 읽다가 [코인로커 베이비]에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소설은 천재적인 그의 능력이 미친 듯이 발휘되었다. 초반은 김영하 소설가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거의 비슷하다.
류의 단편집과 에세이까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키의 글이 자아를 찾아서 숲 저 안쪽을 겁 없이 들어간다면 류는 인간의 민낯을 보기 위해 파괴를 선택하는데, 그 트리거가 약과 섹스, 폭력이었다.
그러다가 고래 이야기에서 나는 멈추었다. 그때부터는 머리를 굴려가며 어렵게 이해의 도움을 받아야 읽을 수 있었다. 그저 예전처럼 몸으로 흡수되는 소설이 아니라 머리로 애써 받아들여야 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몹시 메조틱한 영화다. 그러나 아주 느리고 지루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에세이 [자살보다 섹스]에 잘 나와 있고, 2004년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류를 만나서 왜 그런 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전공투 세대로 번듯하고 잘 나가는 기성세대의 민낯을 까발리고 싶었다고 한다.
돈과 권력 그리고 행복한 가정이 있지만 유아기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메조틱클럽의 여성을 불러 촛농을 떨어트리며 기저귀를 차고 채찍으로 맞으며 그저 아기처럼 의태어와 의성어를 써가며 성적욕구를 푸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나카이도 미호가 이런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류의 에세이 [자살보다 섹스]에 잘 나와 있다. 류는 아무튼 묘한 사람이다. 비슷한 종류의 인간으로 릴리 프랭키가 그렇다.
류는 음식도 인간의 성과 밀접하게 바라보는 관점인데, 인상 깊은 건 삼계탕에 관해서 쓴 글이다. 류의 삼계탕만큼 삼계탕을 잘 표현한 작가는 아직 못 본 것 같다.
기괴극 [오디션] 역시 류의 작품이니 영화보다는 소설을 읽는 게 낫다. 한국인도 좋아하는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딱 영화 한 편에 출연했는데 그게 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