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레옹을 봤다. OCN에서 해줬는데 레옹을 틀어주는 이유가 ‘식목일엔 화분, 화분 하면 레옹! 보기 좋은 영화’라고 했다. 마틸다가 마음을 억누르며 우유를 들고 레옹 집 앞에서, 제발 문 좀 열어 달라고 할 때,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연기 때문에 입이 짝 벌어졌다.

나탈리 포트만이 이제 나이도 찼고, 후속작으로 레옹에게 전수받은 암살법으로 청부살인으로 쓰레기들을 쓸어버려도 될 것 같은데. 요컨대 쓰레기 트럼프라든가.

나는 레옹을 극장에서 봤다.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레옹의 마틸다를 좋아하는 애가 있었다. 영화 보는 내내 울고 웃고 감정 몰입이 대단한 애였다. 그 애 때문에 보기 싫은데도 끌려가서 레옹을 봤다. 그 애는 마틸다와 비슷하게 생겼다.

무엇보다 머리길이가 비슷했다. 그 외 비슷한 점은 말라깽이라는 점이 닮았다. 눈코입도 닮았는데 결정적으로 얼굴은 전혀 닮지 않았다. 마틸다 같은 속눈썹도 없고, 각진 턱이 마틸다와는 너무 멀었다. 그러나 그 애는 마치 자신이 마틸다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다.

영화 속에서 마틸다가 가장 귀여울 때가 마돈나를 흉내 낼 때도 아니고, 먼로를 흉내 낼 때도 아니고 채플린을 흉애낼 때였다.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애는 귀여운 채플린을 흉내 내는 마틸다를 따라 하지 않고, 걸핏하면 마돈나의 라커 버질 터치 포 더 베리 버쓰타임 하며 마틸다를 흉내 냈다.

그 애는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마틸다 같지 않았다. 나는 좀 더 노래를 못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 애는 경연대회를 나갈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다.

마틸다는 깡이 있는 여자였다. 그 사달이 난 집에 가서 돈을 찾아오기도 하고, 택시기사를 노려보며 게리 올드만이 탄 차를 따라가자고 한다. 그 애가 마틸다를 향한 애정은 크고 깊었다. 마틸다가 자기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진짜 죽으려 했다며 그 애는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마틸다를 밀어내던 레옹은 마틸다를 받아들인다. 받아들인 다음 2인 1조가 되어 마틸다의 복수를 하러 다닌다. 복수하러 마지막 빌런 집 앞에 왔을 때 그 안에서 총을 발사할 거라는 걸 알고 레옹은 마틸다를 안아서 몸을 돌린다. 그때 마틸다는 정말 레옹을 사랑의 대상자로 믿어 버리는지 모른다. 모두가 나에게 등 돌렸지만 이 남자만은 목숨을 걸고 나를 지켜주는구나.

마틸다는 점점 레옹처럼 하고 다니고, 그 애는 마틸다처럼 하고 다녔다. 날이 추워지자 그 애는 그 죽일 놈의 국방색 점퍼를 내내 입고 다녔다.

붙잡혀 있는 마틸다를 레옹이 구해 낼 때, 마틸다가 울먹이며 레옹에게 가서 안길 때 그 애는 눈물을 쏟아냈다. 세 번 볼 때마다 다 울었다. 그리고 점점 더 크고 강하게 울었다.

마지막에 레옹이 사라진 마틸다의 공허한 눈을 보았다. 마틸다는 악질 경찰에게 가족을 다 잃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과 도망쳤지만, 그 사람은 죽고 말았다. 이제 마틸다에게 남겨진 건 레옹이 사랑한 화분뿐이었다. 마틸다를 좋아했던 그 애는 현재 한 아이의 엄마로 피아노 학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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