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유치한 이야기다. 너무 유치하고 아주 유치한데, 그래서 유치해서 계속 보게 된다. 판타지 액션으로 중무장했던 유유백서보다 재미있고, 근래에 본(다 보지는 못 했지만) 너무나 심각한 지배종보다 훨씬 낫다.

재덕이와 골룸을 닮은 지질할 대로 지질한 대학생과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가 우당탕탕 하는 뭐 그런 이야기다. 500년 동안 지옥에 갇혀 있던 요괴 공주 이지를 느닷없이 현재 세계로 불러내는 바람에 일어 나는 소동극?이다.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 친구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매 회 보게 된다. 현재 시대에 소환되어 와 버린 500살 예쁜 요괴가 콜라에 빠지고 아이스크림에 환장하고 현재 유행하는 춤을 현대인보다 더 잘 추는 모습이 재미있다. 초 카와이 요괴가 콜라를 코에 대고 아니 흙탕물이 왜 성을 내는 거냐? 같은 카와이한 대사가 이어진다고! 거기에 자신을 불러낸 재덕이 닮은 지질한 대학생과 정을 나누려고 적극적으로 덤비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든다.

설정도 황당하고 유치한데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 그 안에는 심각하지 않지만 진지한 구석이 있다.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는 자신들의 동료를 풀어 주려고 빌런들의 목을 베려고 하고, 재덕이 닮은 주인공은 그런 이지에게 살인은 안 된다며 막고, 형사들이 시체들을 찾아서 점점 사건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아들이 연관되어 있고 하는 등등. 진지하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다.

빌런이 불러낸 시체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녹차 마시며 인간의 말을 듣고,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 앞에서 지질한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니까 요괴 여자 친구가 “얘 죽이까?”라고 하는데 진자 죽이려고 덤벼들고. 현재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생뚱맞은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의 모습이 아무튼 재미있다. 진지하게 죽은 엄마 요괴에게 나에게 힘을 달라고 하는데 새똥을 맞는다던가 하하하.

그러나 이 유치한 이야기에서도 답답하고 갑갑한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재덕이 닮은 주인공이다. 욕 나올 정도로 답답하고 꽉 막혔다. 고구마가 마치 하수구를 잔뜩 막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영화나, 어느 나라든 이런 캐릭터를 꼭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그래야 보는 이들이 짜증 내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고! 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는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의 웃기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요괴 여친이 제일 외롭다. 나중에는 주인공인 남친과 그의 친구들, 빌런들이 전부 한 팀이 되어 초 카와이한 요괴 여친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려 작당을 한다.

회당 35분 정도에 8회까지인가? 시즌 1은 그렇게 끝난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는데 뭐 잘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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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바이스 시즌 1

1990년대, 일본 최대 신문사 메이지 신문에 합격한 1호 외국인 기자 제이크의 이야기다.


한낮 도쿄의 거리에서 칼에 찔려 눈을 뜬 채 죽은 남자의 시신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죽음으로 간 사람들이 야쿠자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취재를 하려고 하지만 신문사의 선배 및 간부들과 경찰들은 사건을 은폐 축소 하려고 한다.


단서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일본의 첫 외국인 신문기자 제이크.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일본 사람들과 일본 경찰의 비협조적인 행태에 지쳐갈 무렵


만나게 되는 강력계 카타기리 형사. 제이크는 카타기리의 도움으로 도쿄라는 거미줄 같은 도심지의 어두운 얼굴을 드러내는데.


미국과 일본의 공동제작 도쿄 바이스는 HBO가 맡았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실제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 최초의 외국인 기자 제이크 아델 스타인이 12년 동안 근무했던 이야기를 지필 한 회고록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정말 재미있다. 묵직한 분위기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제이크 역의 방탄의 엄청난 팬 안셀 엘고트는 이 역할을 위해 미친것처럼 노력을 하지 않았나 싶다. 1990년 대의 일본 문화를 비롯해서 일어를 유창하게 해야 한다.


이 시리즈에 나오는 외국 배우들은 일본어를 잘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다. 그 외 키쿠치 린코, 이토 히데야키, 카사마츠 쇼를 비롯해서 와타나베 캔 역시 영어로도 탁월한 대사 전달을 한다. 이들 대부분이 할리우드 영화에 다수 출연을 했다. 마이클 만이 감독을 맡음으로 제작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22년에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까지 나왔다.


몰입감이 쩐다고 할 수밖에 없는 도쿄 바이스는 1990년대 일본 최대 라이벌 야쿠자 조직의 갈등이 촉발하는 긴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본인이 아닌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어를 일본인만큼 하면서 일본기자로 활동하는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본이라는 사회를 여실히 보여준다.


화려한 불빛을 도쿄거리 그 뒤에 감춰진 어두운 단면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도쿄 바이스 시즌1은 기대이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잔인한 고어적인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어둡고 묵직하고 끈적한 분위기를 이끌고 가는 도쿄 바이스 시즌1이었다.      


https://youtu.be/HbbHMz6cQ8w

https://youtu.be/HbbHMz6cQ8w?si=jA2GKdK2OWb2G0-t




도쿄 바이스 시즌 2

매 회마다 긴장하고 보기는 근래에 들어 처음이다. 도쿄 바이스 2가 제발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 봤다. 미국에서 만든 일본의 90년대 이야기, 정확하게는 일본을 움직이는 거대 야쿠자의 세계를 파헤치는 메이지 신문사의 최초 외국인 기자의 이야기다.


일단 여기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여러 나라 말을 한다. 시즌 2에서는 우리나라 배우 현리가 아주 매력적으로 나온다. 현리는 일본어,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니까 보는데 몰입이 된다.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도 픽업되었고, 얼마 전 열도를 뒤집어 놓은 채종엽이 나오는 아이 러브 유에서도 비중 있는 역으로 나왔다.


신문기자 제이크의 선임 기자로 나오는 키쿠치 린코는 드라마 속에서 한국인이다. 한국인 2세?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조현병 같은 남동생과 사는데 한국말로 대화를 한다. 키쿠치 린코는 이 드라마 속에서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한다. 키쿠치는 기생수 영화 버전의 신이치 역의 소메타니 쇼타의 아내인데 12살인가 10살인가 많다 TMI.


도쿄 바이스 시즌 2는 시즌 1보다 확실히 더 긴장감이 넘친다. 매회마다 그런데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연출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야쿠자들 역시 다른 야쿠자 영화나 드라마보다 현실적이다. 붕 떠 있지 않다.


야쿠자의 최고 보스 토자와 역의 타니다 아유미는 정말 야쿠자의 피가 흐르는 것만 같다. 시즌 2에서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누굴 믿어야 할지, 그리고 누가 당할지 안 돼! 하면서 보게 된다.


90년대 야쿠자의 마수는 일본 정부 총리까지 뻗치게 된다. 그러니 경찰 수뇌부, 신문사의 높은 직책들도 믿을 수가 없다. 야쿠자 식의 칼빵과 칼부림으로 피가 난자하는 영상이 거의 없음에도 야쿠자가 지니는 무게와 공포를 표현하니까 더 빠져든다.


안셀 엘고트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보다 보면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이크를 도와주는 카타기리 역의 와타나베가 주인공처럼 보이면서, 야쿠자 조직이었다가 우두머리로 올라오는 사토 역의 카사마츠 쇼가 정말 매력적으로 나온다. 야쿠자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 보여주는데 인간미를 배척하는 쪽과 인간미를 받아들이는 쪽의 대립 속에서 연기를 하는데 정말 잘한다. 사토가 주인공처럼 보이가도 한다.


또 다른 외국인 주인공 사만다 역의 레이철 켈러가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 토자와의 연인으로 나오는 이토 아유미는 시즌 1에서는 비중에 약했지만 시즌 2로 넘어오면서 주인공 같은 비중이 된다. 시즌 3에서 활약이 기대되는데 아마 죽을 것 같은 예감.


이토 아유미는 아게하로 나왔을 때 대단했다. 이와이 슌지의 SF 판타지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 플라이]에서 애벌레로 나오는데 이 영화가 정말 나의 마음을 후려갈겼었다.


아무튼 시즌 1에서 자신의 병을 속이고 다 죽어가던 최고의 빌런 토자와가 시즌 2에서 아주 건강하게 나타난다. 그가 건강을 되찾는데 일본의 장관, 대사관, 미국의 의사, 출국 관리국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었다. 그가 건강하게 살아 돌아옴으로 완전히 판이 바뀌며 미궁이 되어 버린 일본의 90년대.


https://youtu.be/Ua5JiHDgk9o?si=jL-RR-tzNoVlPmzV




댓글부대

댓글부대와 도쿄 바이스를 보면서 기자와 기래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영화 속 기자는 발로 뛰어다니며 취재를 한다. 그래서 위협을 받기도 하고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불이익에 처맞기도 한다.


하지만 올바른 기사 한 줄을 낼 수 있다면 위험도 감수하고 뛰어든다. 마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의사들처럼 신념을 가지고 불나방이 되어 불 속으로 달려든다.


그러나,


현실 속 기래기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복붙 하여 기사를 낸다. 고작 하는 거라곤 거기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붙여서 올려 클릭질 장사를 한다.


일전에 일본의 겨드랑이 초밥이 열 배는 비싸다는 기사를 온 언론이 너도나도 낸 적이 있었다. 한 언론의 기래기가 이런 기사를 올리면 다른 언론사 기래기들이 너도나도 우르르 따라서 기사를 낸다. 근데 이 기사는 일본에서 낸 것이 아니라 홍콩 발이었다.


무엇보다 홍콩에서 낸 기사는 2016년도에 실린 기사다. 2016년 홍콩 기사를 복붙 하여 마치 요즘 그렇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어 클릭질 장사를 했다. 지금 겨드랑이 초밥이라고 치면 죽 나올 것이다.


댓글부대는 영화도 좋지만 원작 소설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거라 생각된다. 영화보다는, 속이 부글부글 거리며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에 확 빠져들 수 있는 건 소설 쪽이라 생각된다. 또 소설은 10년 전의 이야기라, 그 당시에는 정부 쪽에서 댓글부대를 돈을 줘가며 운영을 하지 않았나. 댓글부대 알바 집 앞에서 대치를 하고, 대치하는 동안 그 안에서 증거를 없애기도 한 사실을 우리는 다 봤다.


댓글부대뿐 아니라 무슨무슨 부대, 아줌마부대, 태극기부대 같은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맨 밑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그저 단순하게 움직일 뿐이지만 체계화되어 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운영을 하는데 돈이 든다.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 경로를 거쳐 이런 부대들이 움직인다.


댓글부대가 무서운 이유는 작금의 시대에는 댓글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도 한 사람을 매몰시켜 죽음으로 모는 건 댓글이 최고다. 자극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자극에 자극을 더하면 그 어떤 총알보다 강력한 무기가 된다.


주진우 라이브쇼에서 정유라 기사 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취재해 보니 기사와 다르던데?라고 하니 기자는 정유라 소셜에서 하는 말을 복붙 해서 올렸다고, 그래서 자신은 잘 모른다고. 그게 무슨 기자냐.


자극에 미쳐있고 클릭질에 미쳐있고 누군가 공격하는데 미쳐있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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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록‘이라는 확고한 예술을 말해주는 사진가 중의 한 명이 최민식 사진가이다. 최민식 사진가의 사진 속에는 그야말로 기. 록. 이 있을 뿐이다.


그 기록 속에는 시대의 처절함이 가득하다. 가난이라는 이념이 한국을 관통하고 있는 모습을 거침없고, 거짓 없이 담아낸 사진가로 유명하다.


최민식 선생의 사진 속에는 요즘의 많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처럼 어떤 이벤트나 이물질이 가미되지 않고 오로지 필름의 사진으로만 기록한 사진이 가득하다.


최민식 선생은 부산 출신으로 살아생전 자갈치 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선생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해운대의 한 갤러리(무료관람)에 최민식 선생의 사진전이 열리면 고운 할머니들에게 사진에 대해서 설명까지 직접 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최민식 사진가에 대해서 설명이 나오는 영상이 아주 많지만, 부산 피난민들의 밥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최불암이 고 최민식 선생에게 부산의 이야기를 듣고 최민식 사진에 대해서도 듣는다. 그리고 둘이 앉아서 부산의 곰장어를 먹으며 소담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12:55 https://youtu.be/4d9__KHgNvA


최민식 선생은 가난을 너무 적나라하게 담는다 하여 공안정국에 끌려가기도 했고 사진도 몰수되기도 했다. 그때의 일화를 말하면 사진집 ‘인간’의 1집을 발간한 후 울릉도에 침투한 무장공비가 인간이라는 사진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중앙정보부는 최민식 선생과 출판한 동아일보를 다그쳐 간첩 내통으로 걸려들어갈 뻔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아주 많이 간첩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살아남아서 사람들에게 역사 속 우리의 모습을 기록된 사진으로 보여준 사람이다.


*경향과의 만남-80 평생 ‘가난한 이웃’ 렌즈에 담기 최민식 사진작가 – 편에서 인터뷰를 발췌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사람들에게 욕도 듣고 쫓겨나기도 하시는데요, 그럴 때마다 기가 죽거나 작업에 회의가 들진 않으셨나요?


-욕해도 상관없어요. 다큐 하는 사람들은 목숨 걸고 해야 하는 거예요.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나오죠. 대담하고 용감해야 해요. 사진은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최민식 선생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숑처럼 사진을 잘라내거나 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특히 포토샵은 혐오했다. 사진은 진실만을 담아야 한다는 주의였다.


가난이 더 이상 가난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가난을 무기로 내세우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져버리면서 최민식 선생은 주류 대접은 받지 못했다. 5, 60년대 생계가 아닌 오로지 생존에 허덕이는 역사를 소명을 가지고 담아낸 기록의 발자취만큼은 오래도록 관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최민식 선생의 사진을 보면 자연스레 신경림 시인의 '이 한 장의 흑백사진'이 떠오른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 그들은 걸어 나온다

어떤 사람은 팔 하나가 없고 어떤 사람은 귀가 없다

얼굴이 도깨비처럼 새파란 처녀들도 있고

깡통을 든 아이들도 있다

모두들 눈에 익은 얼굴이다

아득한 그리움과 깊은 슬픔에 빠지면서 나도 모르는 새

그들 속에 뒤섞인다

어울려 거리를 누비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가 나는 두려워진다

이들을 따라 내가 저 흑백사진 속에 들어가

영원히 갇혀버리면 어쩌나

깨닫고 보니 나는 어느새 흑백사진 속에 갇혀 있다

비로소 나는 안도한다

신경림의 시 속에서 최민식 선생의 사진을 투영하고 최민식 선생의 사진에서 신경림의 시를 관통한다. 그리고 나도 시인의 마음이 되어 시를 쓴다.


사진 속의 그들은 처절하게 삶에 매달린다

옷 다운 옷도 없고 신발 다운 신발도 없다

마지못해 태어난 얼굴을 하고 그들은 전투적으로 삶에 달라붙는다

걷다가 힘들어 누운 곳이 잠자리가 되고,

먹고 죽지 않을 것은 음식이 된다

전쟁 통에 내 준 팔과 다리 때문에 한 팔과 다리 한쪽으로 신문을 파는 사진에서,

볼을 쥐어짜는 날 선 겨울에 장작불을 쬐는 사진에서,

허기에 허덕이다 아이도 엄마도 길거리에 잠든 사진에서,

두 눈을 잃은 청년이 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기타를 치며 용두산공원 입구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진에서

이념과 사상 그리고 역사를 몸에 음각으로 새긴다

살이 찐 모습이 없는 그들은 사진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한다

그 모습이 가슴의 연약한 부분을 건드려 나는 그만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만다

그때 최민식 선생이 고개를 흔든다

나는 선생이 죽기 전 만났던 적이 있다

그 선한 눈으로 강렬한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때 그는 알고 있었다

사진 속 그들에게 손을 내밀면 안 된다

사진 속의 그들은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최민식 선생의 고랑처럼 파인 주름이 움직였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선생의 사진 속 촌스러운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봤다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을


외국에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있다면 우리에겐 자갈치 아저씨, 최민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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