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시즌 1

이 드라마는 미국만이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라크 전쟁에 나간 미군 브로디가 8년 만에 포로로 있다가 풀려나고, 돌아온 브로디를 미국은 영웅으로 떠받는다. 하지만 국가 정보국 소속 캐리는 브로디가 대통령을 노리는 암살범으로 되돌아왔다고 생각하며 브로디를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존나 재미있다. 주인공 캐리로 나오는 클레어 데인저는 돌아이 미친년 연기를 너무 잘해서 보다 보면 몰입이 되어서 세상 울화통은 다 나오려 한다. 확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캐리는 브로디의 정보를 캐기 위해 브로디에게 접근하여 밤을 같이 보낼 만큼 돌아이다.

할리우드에서 세상 미친년 연기를 잘 하는 건 마고 로비다. 청순과 미친 그 간격을 아주 잘 왔다 갔다 한다. 우리나라에서 마고 로비만큼 미친년 연기를 잘 하는 건 전종서다. 전종서의 미친년 연기는 마고 로비를 뛰어 넘을 수 있다.

홈랜드에서 캐리의 미친 돌아이 연기는 위의 마고 로비와 전종서와는 결이 다른 미친년 연기다. 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난 듯한 마고 로비와 전종서와는 달리 캐리는 조울증 때문에 확 미침이 나타나는데 엄청 몰입된다. 얼굴이 마치 남자의 얼굴 같아 보일 정도로 이상하게 변한다.

8년 만에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브로디 역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 아내는 8년 만에 만난 남편이 반갑고 좋아서 야시시 속옷을 입고 다가가지만 아내를 앞에 두고 아내의 얼굴을 보며 혼자서 해결하는 브로디를 보며 아내는 기분이 이상하다. 집 안에 사슴이 들어왔다고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하는 와중에 총으로 사슴을 죽여 버리기도 한다. 브로디는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데 10대 딸이 그걸 감지한다.

브로디가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건 8년 동안 이라크에 포로로 잡혀 있을 때 자신의 손으로 같이 붙잡힌 동료를 때려죽여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기 때문이다. 캐리는 브로디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계속 여기고 있지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8년 만에 멀쩡하게 풀어줄 리가 없다고 캐리는 생각한다.

그러는 와중에 브로디가 포로로 잡혔을 때 때려죽인 동료가 살아서 돌아와서 미국의 부통령을 노리고, 캐리는 조울증 약을 먹지 않아 더 미친년이 되어가고. 점점 수렁으로 빠지는데. 어떻게 될까. 질퍽한 장면도 꽤나 나오고 시즌 8까지 있는, 아주 재미있는 미드 ‘홈랜드 시즌 1’이었다.









홈랜드 시즌 2

브로디는 알카에다 사령관의 아이를 봐주었다. 8년 중 몇 년을 그의 10살짜리 아들 아이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같이 축구도 하며 그림도 그렸다. 아이샤는 점점 브로드에게 마음을 열고 아버지보다 다 친하게 된다. 그러면서 브로디는 이슬람으로 개종을 하고 알라신을 믿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의 부통령이 허락한 드론 미사일 공격에 아이샤와 함께 12명의 아이들까지 모두 죽고 만다.

브로디는 조국인 미국에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알카에다의 계획하에 테러를 일으키려 하고, 누구도 모르게 부통령을 자살특공대처럼 해치울 수 있었는데 폭탄 조끼가 터지지 않았다. 이후 브로디는 이런저런 풍파를 겪고 정계에 진출을 하여 하원 의원이 된다.

캐리는 자신도 자신이 미쳤다고 믿을 만큼 국가 정보부 사람들에게 쫓겨나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 중에 베이루트 작전에 느닷없이 투입이 되어 생사를 오가는 작전의 건수를 올린다. 그때 캐리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짜릿함과 일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캐리를 비롯한 미국 측이 브로디의 영상을 입수하게 된다. 자살 테러를 한 후 미국인들이 보라고 촬영한 영상이었다. 하지만 조끼의 폭탄이 터지지 않고 브로디 역시 죽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브로디는 부통령과 미국은 거짓과 위선인 자들이라 내가 한 행동이 옳은 것이다.라고 촬영해 놓은 영상을 캐리와 정보부는 보게 된다. 캐리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고 기뻐한다.

브로디는 점점 조여오는 생활 속에서 아내에게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 거짓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을 계속 퍼트려야 한다. 온통 거짓말에 의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하다가 결국 붙잡혀서 모든 걸 잃게 되는 순간, 캐리는 브로디에게 알카에다 사령관을 잡는 걸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면 자살테러 사실도 숨기고, 가족들도 살릴 수 있고 의원도 계속할 수 있다고 한다.

브로디는 결국 수락을 한다. 브로디는 이쪽의 감시도 받고 저쪽의 감시도 받는다. 이쪽 편으로 알고 있는 저쪽을 속이며 저쪽 편인 거처럼 이쪽에게 보여야 한다. 엄청난 괴리와 고민과 스트레스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시리즈는 첩보 시리즈인데 영화처럼 막 갈기고 육탄전을 벌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배는 재미있다. 시리즈 1보다 2가 훨씬 조마조마하며 몰입감이 최고다. 브로디는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뒹구는 걸 알지만 모른 척한다. 아내는 브로디가 모른척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역시 모른척한다. 아내 역시 브로디가 캐리와 뒹군다는 걸 알지만 모른척하고 브로디도 아내가 모른 척 한다는 걸 모른 척한다.

그러는 사이에 이 드라마에도 다른 미드처럼 10대 아이들이 사고를 친다. 브로디의 딸과 부통령의 아들이 차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치면서 이야기는 더 급박하게 돌아간다. 브로디는 사방에서 자신을 포로로 또는 미끼 내지는 중간 계책으로 여기는 집단과 사람들 때문에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연기를 한다.

이 시리즈는 아무 잘못 없는 민간인과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는 미국, 알카에다 같은 경계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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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1이 쿠사나기 소령의 이야기라면 2는 소령의 파트너였던 버트의 이야기다. 이 장면은 공각기동대 2편에 속하는 이노센스 편이다. 사진은 영화 속에서 펼친 책의 모습이다. 한글이라 나는 캡처를 해서 또 다 읽어봤다. 얽어보니 여긴 누구? 나는 어디? 같은 내용이다. 1편의 주인공 쿠사나기가 실종이 되었는데 그 기억만 가지고 있는 파트너였던 버트 버전의 이야기다.


1편에서 쿠사나기는 아마도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버렸을 것이다. 영화 ‘루시’를 보면 그렇게 된다. 오시미 마모루는 인간은 컴퓨터로 모든 걸 전부 할 수 있다. 가상공간으로 만남도 가지고 심지어 육체적 쾌락도 느낄 수 있다. 더 먼 미래로 가면 마우스로 조작만 하면 인간이 활동하면서 하는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음식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사람의 형태가 점점 진화하여 굳이 육체라는 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의 정신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의 점처럼 변하여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서 1초 만에 미국으로 갈 수 있고 여자나 남자를 만날 수 있고 그 안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그 중간 과정에 있는 단계가 인형사, 즉 휴머노이드의 육체를 가지거나 나 아닌 인간의 몸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친 쿠사나기 소령은 마지막에 실종이 되었다고 하지만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시스템 속 정보의 바닷속을 마음껏 다니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쿠사나기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파트너였던 버트가 이번 편에서 주인공이다. 이 영화 이노센스 편에서는 화려한 문구가 대거 등장한다. 전부 철학가 내지는 문학가들이 할 법한 대사들을 내뱉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있다. 2004년에 나온 영화로 1편이 나오고 거의 10년 만에 나왔다.


공각기동대에는 미래에 대한 많은 모습이 나온다. 컴퓨터에 관련된 미래의 형태가 많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각기동대는 이후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관한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매트릭스부터 여러 영화에 까지.


그런데 공각기동대 속 미래의 모습에서 휴대전화는 지금의 스마트폰의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까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 많은 영화들 속에서 미래의 휴대전화 형태가 나왔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의 형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보통 현실의 상상력이 영화 속 상상력을 못 따라가는데 이 스마트폰 하나만큼은 현실의 상상력이 영화적 상상력을 이겨버린 것이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의 앞을 내다보는 생각, 시각은 크고 넓고 깊다. 하지만 잡스의 인간적인 면은 좁고 얕고 불안하기만 했다.


이 공각기동대는 요즘의 웨스트 월드를 보면 다시 생각이 난다. 인간은 왜 인간을 닮은 인조인간,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를 만드려고만 할까. 왜 인간과 더 똑같은 인조인간을 무서워하면서도 인간과 똑 닮은 그런 휴머노이드를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을 할까.


애완용 로봇이나 가이노이드는 공리주의나 실용주의와는 관계없는 존재지. 왜 그들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이며 인체 이상형을 모방해서 만들어지게 됐을까. 인간은 왜 닮은꼴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애들은 늘 인간이란 규범을 벗어나 살아가지. 확립된 자아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게 인간의 정의라면 말이지. 인간의 전단계로서 카오스 속에 살아가는 애들은 대체 뭘까? 내면은 인간과 다른데 모습은 인간이야. 여자애가 소꿉놀이 할 때 쓰는 인형은 실제 아기의 대체물이 아니야. 여자애는 육아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고. 어쩌면 인형놀이가 실제 육아와 비슷할지도 몰라. 즉 육아는, 인조인간을 만들려는 오랜 꿈을 가장 쉽고도 빠르게 실현시켜 주는 방법인거지.


인간과 기계, 생물계와 무생물계를 구별하지 않았던 데카르트는 다섯 살 때 죽은 딸과 꼭 닮은 인형을 프란신느라 이름 짓고 엄청 사랑했지. 이런 얘기도 있단 거야.


공각기동대 2는 2004년도 작으로 굉장한 영상미에 전투씬 역시 멋진 영화였다. 암울한 미래를 이만큼 잘 나타내는 영화도 없을 터. 결은 좀 다르지만 근래에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에서의 대사들도 떠오른다.


공각기동대에는 미래의 전자기기들이 엄청나게 나온다. 이미 공각기동대 1에서 홀로그램부터 기계적 설정이 들어있는 전화기까지, 그 당시에 미래를 이렇게 세세하고 조밀하게 표현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인간이 뇌의 지적능력만 가지고 배설을 하지 않는, 인간과 닮은 안드로이드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면.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공각기동대부터 수많은 미래 영화 속에 나오는 휴대전화기가 아이폰 형태를 띠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영화적 상상이 보통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데 우리가 들고 다니는 이 스마트폰은 영화적 상상을 넘어 버렸다.


현실은 영화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영화도 현실을 예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제 GhatGPT가 핫 한 요즘, 그리고 앞으로 빠르게 증식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요즘, 한 사람의 짧은 문장의 목소리만 듣고 길게 똑같이 에이아이가 말을 하는 요즘 - 그리하여 정치가나 유명인들이 실제로 하지 않은 말들을 가짜가 진짜처럼 말을 해버리는 가까운 미래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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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산골 마을, 쿠게 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을 지키는 파출소에 근무하는 순경은 한 명. 이전 순경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새로 부임한 아가와 순경은 아내와 실어증을 앓고 있는 어린 딸 마시로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마을은 너무나 작고 주민들은 서로 집집마다 그릇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로 친밀하다. 아가와는 부임 첫 날부터 호의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한창 좋은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고토 가문의 사람들이 와서 산속에서 곰에게 당한 시체를 발견했으니 와 달라고 한다.

시체가 있는 장소로 온 아가와는 얼굴의 반이 없어지고 한쪽 팔이 옆에 분리되어 있는 노파의 시체를 본다. 고토 가문의 사람들은 곰에게 당했다고 하지만 시체를 살핀 아가와는 곰에게 물린 자국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다고 한다. 이건 어쩌면?

그러면서 이야기는 점점 수렁으로 치닫는다. 수백 년 이어온 고토 가문은 식인을 한다는 소문이 있고, 이전 순경은 그 증거를 찾아서 수사를 하다가 당했다고 아가와는 생각한다. 그리고 호적 없이 태어난 아기들이 유독 이 마을에서 사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가와는 마음속에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가 있다. 만약 태어난 아기를 어딘가에 잡아 두고 식인을 한다면 이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아가와의 이 들끓는 분노는 형사 시절 범죄자들을 잡을 때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악은 더 큰 악으로 대해야 한다. 자신의 어린 딸에게 접근하는 어린이 성추행범을 잡아서 반쯤 죽을 때까지 폭행을 하는 아빠를 싫어하는 어린 딸 마시로. 그런 마시로가 보호하려는 사람이 바로 성폭행범이다.

어느 날 성폭행범이 마시로에 목에 칼을 대고 나는 마시로를 사랑한다, 우리 같이 죽자.라고 하는데 아가와가 권총으로 성폭행범을 사살하게 되고 그때의 충격으로 마시로는 언어를 잃어버린다. 마시로를 위해 산골 마을로 부임한 아가와에 닥친 이상한 마을의 사람들과 식인을 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비밀들이 드러난다.

스릴러 공포 장르인데 무척이나 재미있다. 이렇게 전개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생각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영화 이끼와 곡성을 잘 버무려 놓은 듯한 전개와 긴장감이 든다.

감독이 실종을 연출한 가타야마 신조로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에서 영화를 배워간 그 감독이다. 어린 딸 마시로의 연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린이의 얼굴을 파먹는 장면이나 친절하기만 하던 마을 사람들이 점점 아가와 가족을 조여 오는 압박감의 연출을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매회 사건을 이루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드라이브 마이카 제작진이 탄탄한 스토리에 힘을 더 실어서 간니발은 재미있다. 카니발리즘을 잘 볼 수 있는 시리즈 간니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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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는 희미하고 모호할 뿐이다. 삶과 종점과 죽름의 출발점을 누가 장담할 수 있나? - 에드가 알렌 포

영화는 베른이라는 형사가 사관생도의 죽음을 에드가 알렌 포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리를 푸는 이야기다.

육사생도들이 한 명씩 실종이 되더니 어딘가에서 심장이 없어진 채로 목매달려 시체로 발견된다. 베른(크리스찬 베일) 형사는 육사생 중에 괴짜로 생도들에게 생각이 달라, 외모가 떨어져 따돌림당하고 수다쟁이에 시를 좋아하는 포의 도움을 받아서 수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범인이 밝혀졌음에도 영화 시간이 20분 넘게 남아 있어서 아 뒤의 이야기가 또 있구나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적어도 바로 앞전에 본 더 메뉴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헤리 멜링이 포를 연기했는데 실제 포와 싱크로 도대체 무엇? 해서 놀랐다. 엑스파일의 스컬리, 질리언 앤더슨도 나오니 잘 봐야 함.

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도망가고 죽고 해서 담배 상인에게 자랐다. 공상에 잠기는 학생이었고 친구의 어머니는 사랑했지만 그녀도 일찍 죽어 버리고 그 상심에 시에 몰두했다.

포는 17세에 부유한 양아버지 덕분에 버지니아 대학에 들어가지만 매일 만취하고 도박에 중독되어 퇴학 당한다. 그럼에도 성적은 상위권.

포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양부 이름과 나이를 속여 미합중국 육군에 들어가고 거기서 임무를 잘 처리하여 특무상사까지 올라간다. 포는 이왕 이렇게 육군에서 잘나가는 거 장교가 되는 게 낫겠다며 뉴욕 주에 위치한 웨스트포인트의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관학교다.

하지만 친형 같은 윌리엄 형의 죽음, 독서조차 금지하던 강압적인 사관 분위기, 예민한 성격으로 상관과 동료와의 마찰이 심해진다. 이런 모습은 영화에서 포의 대사로 드러낸다. 그러면서 포는 다시 술독에 빠진다.

그리고 불명예 제대를 하는 바람에 물심양면 지원해 주던 양아버지는 포와 인연을 끊으며 호적에서 파 버린다. 이후 포는 육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시집을 출판하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한다. 유명한 어셔가의 몰락이 있고, 검은 고양이나 셜록 홈즈보다 더 뛰어난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탄생시켰다.

뒤팽이 사건 현장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뭐더라, 누가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인가? 에이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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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의 서늘한 표정이 좋다. 심지어 웃을 때에도 웃음 밖으로 그 서늘함이 흘러나와 주위가 싸늘한 영하권이 될 것만 같은데 그게 좋아도 너무 좋다.

가해자의 공모와 피해자의 공모 중에 더 나은 쪽은, 더 위험한 쪽은 정말 어디일까.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같은 편 끼리의 배신을 말하지 않을까 싶다.

글로리를 본지 며칠 되어서 봤을 때의 그 짜릿함은 없어졌지만 재미있게 봤다. 기캐 박연진의 모습을 두고 실제 기상 캐스터들이 글을 올렸다는데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지 너무 몰입하면 좀 그래.

최혜정은 그럼 승무원들이 들고일어나야 하고, 갑부집 자식들은 이렇게 내내 눈 희번덕 뜨고 강압적으로 매일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대사들도 함축이 가득한 소설 속에서 할 법한 대사들이라 온통 상징적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자.

시즌 2에서도 서늘한 동은의 잔인하고 호쾌한 복수로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왕자가 나타났으니 동은의 복수극에 로맨스가 들어가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문동은이 복수를 한다고 했을 때 그러면 안 된다거나, 그러다가 다친다거나, 복수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보다 그 양호선생님처럼 18세의 문동은도, 36세의 문동은도 응원한다, 긴긴 시간이 될 테니 복수해서 꼭 이겨,라는 말이 더 낫다.

이모님의 레미안 구운 계란 이마 깨트리기에서 웃음을 참는 동은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선을 넘어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즌 2에서는 더 서늘하고 더 냉정하고 더 하얀 악마가 되어주기 바란다 문동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게 해줘 문동은.

동은의 이야기가 시즌 2까지 쭈욱 늘어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시즌 1로 동은의 서늘하고 태양빛이 바짝 타들어가는 복수로 끝냈어도 되지 싶지만 시즌 2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므로 해서 시즌 1에 떡밥을 많이 뿌려 놨다.

다른 쓰레기 친구들에 비해 기캐 박연진의 집안은 뭘 해 먹고 돈이 많은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지 애매하게 나온다. 박연진은 아버지가 안 나온다. 박연진의 엄마는 돈이 많다. 박연진의 엄마는 점집을 젊은 시절부터 들락거렸다. 박연진이 고등학교 때 사고를 치면 빼내주던 경찰이 있었다.

박연진의 엄마는 경찰이 마련한 모텔에서 모종의 거래를 하거나 알선한다. 경찰은 박연진이 부탁한 것을 말해주려 굳이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전화 통화로도 될 것을 박연진을 불러내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 이 드라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처럼 대조, 대치, 대비로 이루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흑과 백, 미신과 기독교, 진실과 사실, 친부와 생부.

박연진의 딸은 색맹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하도영이 아니라 재준이다. 박연진 또한 엄마와 헤어진 아빠의 딸이 아니라 엄마와 어떤 남자의 딸일지도 모른다. “난 또 울 엄마와 잤는 줄” 박연진은 경찰과 자주 만난다. 경찰은 굳이 박연진의 얼굴을 보려 불러낸다.

다음, 손명오는 죽었다. 재준의 명품 샵에서 죽었다. 죽음을 당했다. 누군가에 의해. 아주 짧은 순간 손명오를 죽인 여자가 녹색 힐을 신고 나가는 장면이 나왔다. 박연진이 녹색 힐을 신는 장면이 나온다. 녹색 힐을 신고 발등의 상처에 밴드를 붙인 장면도 나온다. 그러면 손명오를 죽인 범인이 박연진이겠거니 하게 된다.

재준의 명품샵에서 피떡칠을 하며 손명오가 죽었는데 깔끔하게 뒤처리를 했다. 그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자는 누굴까. 그 첫 번째는 경란이다. 경란은 학교 때 동은의 대체제로 피해자가 되어 시에스타에서 여전히 재준과 박연진의 따까리를 하고 있다. 시즌 1에서 존재감이 덜 하지만 경란의 시선이나 불안한 표정 그리고 동은만큼의 피해를 입은 경란이 뭔가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냈다. 경란은 시에스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동은처럼 마음을 먹고 있었다면 손명오를 죽이고 난 후 뒤처리를 깔끔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손명오를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시즌 1에서 찾기는 애매하다. 동은과 경란은 학생 때 친한 사이였다. 재준이가 자신을 색맹이라고 놀린 반 친구를 떡실신 시킬 때 문밖에서 동은의 팔짱을 끼고 같이 보던 친구가 경란이었다. 동은이가 구두를 신으러 와서 손명오가 시에스타 편집실에 따라오라고 할 때 경란은 동은을 아는 체하지 않는다.

애초에 동은은 경란을 찾아가서 내가 복수를 할 텐데 동참하지 않을래?라고 했을 수도 있다. 만약 피해자의 공모에 경란이 참가했다손 치면 동은의 계획에 쓰레기들을 한 번에 죽이는 계획은 없다. 동은은 피가 바짝바짝 마르게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손명오가 박연진의 자백을 받아서 방송과 인터넷에 그걸 뿌려 매일이 지옥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경란이 손명오를 죽였을까.

사라는 약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손명오를 죽이는 장면은 옷장에서 봤다. 기억을 못 할 뿐이지 그 구두는 무의식이 기억하고 있어서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 녹색 힐을 신을 수 있는 사람. 그 힐이 맞는 사람. 박연진이 그렇고 또 한 사람이 더 있을 수 있다. 그 힐이 맞는 사람은 어쩌면 박연진의 엄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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