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번에는 카세트를 바꾸었다. 림프 비즈킷이다. 테이크 룩 어라운드가 나온다. 강렬하고 또 강렬한 록 음악이다. 도로 위에서 가끔 이런 노래가 어울리기도 한다. 이 곡은 영화 미션임파서블의 주제곡이기도 하다. 미션임파서블 3편을 보면 애단 헌트는 에클린과 함께 요원들 모두가 반대했던 바티칸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전을 수행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DHL 택배 회사의 트럭이 고장 난 것처럼 길을 막고 그 틈을 타 담벼락을 타고 바티칸으로 침투한다. 영화에서 길을 막아선 트럭을 향해 뒤에 멈춰 선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되려 에클린이 차가 고장이 난 것이지! 내가 고장을 낸 거이냐! 차가 이런 것이 내 탓이야? 라며 오히려 소리친다. 이런 부분을 보면 그 나라의 국민성이나 도민성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다. 하루키의 에세이 ‘먼 북소리’에도 잘 나와 있다. 먼 북소리는 다른 하루키의 에세이에 비해 진중하다. 단추 한두 개를 풀어놓고 볕 좋은 곳에 덱체어를 깔고 누워 미소를 지어가며 읽는 다른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건 아마도 하루키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노르웨이 숲’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하루키식, 하루키 만의 소설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집필하기 위해 좁고 외로운 크레타섬, 더 안으로 기어 들어가 오들오들 떨며 집필하면서 겪은 느낌을 적은 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로마 사람들의, 일종의 천부적인 느긋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재미있다. 요컨대 호텔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도 세월아 네월아 한다든가, 우체국에서 우편 한 번 받아보려면 이러쿵저러쿵하는 일이나 로마의 빽빽한 주차 공간에 차를 밀어 넣으며 앞뒤로 차를 쿵쿵 박아도 자동차의 범퍼는 이러려고 있는 거지, 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화들 말이다. 그리고 한 여성이 낑낑거리며 복잡한 주차 공간에 차를 밀어 넣으면 주위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로마 사람들의 천부적인 느긋함은 로마에 여행을 온 타국 사람들을 당황케 하기도 하고 꽤 흥미로운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도로 한복판에서 자동차가 퍼져도 그건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다. 곧 수리하는 정비차가 올 것이다, 그러니 나의 잘못이 아니니 돌아가든지 기다리든지, 여기서 말하는 ‘곧’은 몇 분 일지 몇 시간 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하루키가 80년대의 로마의 모습을 에세이에 적은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국민성이나 도민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 3편을 봐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각 나라의 국민이 가지고 있는 국민성이나 살고 있는 지역의 도민성은 유전자처럼 사람들의 세포에 들러붙어 끈질기게 이어져 내려온다. 영화에서도 로마인이 가진 느긋함 덕분에 애단과 에클린은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트럭이 아니라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어떨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로에 가장 많이 다니는 차가 트럭이었다. 포터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반대편 차로에서 오는 차들 사이사이에 빠지지 않고 돌진해 오는 포터는 끊이지 않았다. 트럭의 용량 때문에 크고 작은, 차종은 다양하지만 아주 큰 트럭을 제외하고 통틀어 포터라고 단연 도로에 포터가 가장 많았다.               

 도로 위를 용감하게 달리는 포터를 보는 재미가 있다. 포터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형태가 있지만 실은 다양하다. 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포터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택배 회사의 포터뿐 아니라 식재료를 싣거나 편의점에 식품을 넣는 차 역시 포터다. 공기구를 싣고 다니며 관급공사 현장을 오고 가는 차도 포터이며 소를 싣고 다니는 차 역시 포터다.             

  

 승용차는 사람만 실어 나르지만 포터는 실로 다양한 것들을 실어 나른다. 도로에 끊이지 않고 크고 작은 포터가 다니는데 휴일에는 그 숫자가 줄어든다. 그러니 포터가 많이 보이면 이 사회의 경제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포터가 가장 많이 팔린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구조가 빈익빈 부익부가 분명해지면서 그럴수록 포터는 더 많이 도로에 보이게 된다. 자가용보다 인기가 더 할 것 같은 포터는 가장 인기가 많은 차이며 포터가 인기가 많을수록 어쩐지 손뼉을 칠 수만은 없다.      

         

 요즘의 포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포터는 후진하면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러나왔다. 베토벤의 바가텔 A단조인 이 곡은 일명 ‘엘리제를 위하여’로 알려졌고 포터가 후진하면 가장 유명한 부분인 라라라 라라 라라라 하는 음이 나왔다. 포터 열 대가 한 번에 후진을 죽 하면 ‘엘리제를 위하여’가 단체로 나올 것이다. 멋있을 것 같다. 포터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엘리제를 위하여, 을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아주 좋은 곡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포터는 참으로 우아한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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