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익은 김치를 얻었다. 이런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 정말 씹으면 아삭 하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고기를 삶았다.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하는 식감이 삶은 고기와 몹시 잘 어울린다. 김치가 이렇게 내 입에 맞으면, 김치가 맛있으면 식탁 위에 반찬이 없어도 풍성한 기분이 든다.


나는 밥을 먹을 때 김치가 반드시 있어야 해.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김치가 있으나 없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식당에는 밑반찬으로 김치는 다 나온다. 그런데 어떤 식당은 김치가 말라서 이걸 먹으라고 주는 건지 아니면 그냥 김치라는 걸 알리려고 주는 건지 알 수 없는 김치를 준다.


손님들도 그런 식당에 나오는 김치는 먹지 않는다. 그냥 구색 맞추기의 김치를 왜 올리는 것일까.


나는 김치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다. 있으면 먹고 없어도 김치를 찾지 않는다. 라면을 먹을 때 대부분 김치를 곁들이는데 개인적으로는 단무지하고 같이 먹는 라면이 더 맛있다.


최민식 주연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보면 라면을 먹다가 김치가 없어서 라면 먹기를 포기한다. [선생 김봉두]에서도 라면을 먹다가 차승원이 김치가 없어서 뚜껑을 닫아버린다. 하지원과 임창정의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도 하지원이 임창정에게 라면 있냐고 물어보고, 임창정은 하지원에게 김치 있냐고 해서 같이 왕뚜껑을 김치와 먹는다.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나저나 임창정은 어떻게 되어가나.


아무튼 영화 속에서 김치와 라면 먹방은 아주 맛있게 보인다. 한국 영화 속에는 그런 먹방의 클리셰가 있다. 라면은 김치와 함께 먹고,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꼭 국밥을 먹는다. 그런 기류를 꼭 타는 한국영화들이 있다. 한국영화 속에서 라면에 단무지를 먹지는 않는다.


예전에 박찬일 요리사가 몽로 주점을 열었을 때 거기는 김치가 하나의 요리로 주문을 하면 비용이 따로 들었다. 몽로에서 김치를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 맛있다며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이런 김치는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식당에서 김치는 돈 주고 사 먹는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도 김치를 공짜로 내서 메인 음식의 가격을 올리지 말고, 김치를 주문하면 비용을 따로 받고 메인 음식의 가격은 김치값만큼 빠지면 좋겠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은 천 원 정도 저렴하게 메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나는 김치를 안 먹으니까. 먹지 않는 김치를 식탁 위에 올렸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이래저래 좋은 것 같은데 인식 때문인지 그렇게 하는 식당이 별로 없다.


김치를 그렇게 잘 먹지 않지만 나도 이렇게 잘 익은 김치는 맛있게 먹는다. 갓 지은, 아주 뜨거운 밥에 올려 먹으면 아삭아삭 식감과 함께 톡 쏘는 신 맛이 터진다. 삶은 고기도 그렇게 맛있는 부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김치가 맛있기 때문에 밥이나 고기는 그냥저냥이라도 괜찮다. 고기와 김치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김치가 주인공이 된다. 그런 자세로 김치를 대한다. 어딘가에 곁들여서 주 요리의 맛을 끌어올리는 반찬이 아니라 당당하게 주연으로 대하는 자세로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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