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있는데 저 멀리 유조선이 보인다. 점 같던 유조선이 조금씩 커진다. 13살 딸이 유조선이 점점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며 시선을 떼지 않고 보고 있다. 다른 가족은 해안에서 태닝을 하고 책을 읽고 잠을 자는데 딸은 유조선을 보고 있다. 유조선이 크다며 엄마에게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유조선은 해안으로 오는 것 같다. 점점 커지더니 아파트 몇 백 채를 합쳐 놓은 것처럼 거대한 유조선이 해안으로 올라오며 강렬하게 영화는 시작한다.

이 영화는 아주 영리하다. 테러로 인해 인터넷이 전면 중단된 미국은 와이파이가 끊기면서 하나씩 망가지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상상으로 보게 된다. 유조선이 항로 장치가 고장 나서 바닷가로 올라오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테슬라의 자동차들이 운전자 없이 몇 십대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전부 가고자 하다가 엄청난 충돌을 일으키는 장면은 긴 영화 속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다.

그 속에서 휴가를 즐기는 줄리아 로버츠 가족이 점점 두려워하면서 이런 테러 현상으로 인해 망가지는 현대사회를 이야기할 때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 참극을 상상하도록 영화는 끌고 간다. 곧이어 이 장면 뒤에 어떤 일이 터질 것이다,라는 상상을 계속하게 한다. 음산한 음악과 주인공들의 대사, 연기력으로 관객을 홀린다.

영화는 마치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초현실적 공포를 느끼게 한다. 특히 사슴 떼가 와서 쳐다볼 때는 그 공포가 확대된다. 이 영화의 테러는 총 들고 와다다닥 하는, 밖에서 안으로 테러를 하는 옛 방식이 아니라 전자 펄스 같은 것으로 중요한 공급원을 끊는다. 즉 전기나 인터넷이나 전화망을 끊어 버려 내부에서 밖에서 퍼지는, 자기네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테러를 한다. 영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국가 소멸을 꿰한 영화가 다이하드 4.0이 그랬다.

이 영화에서 테러의 주범이 한국인이라는 말이 영화에서 나와서 읭? 했지만, 영화는 정말 영리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연기력으로 조져 버리니까 빠져서 보게 된다. 얼마 전 카카오 먹통과 유튜브 먹통 때가 생각난다. 고작 몇 시간이었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영화에 서처럼 며칠만 먹통이 된다고 하면 현대국가는 정말 그대로 피폐해질 것이다. 그나저나 아예 방송국처럼 지어놓고 유튜브로 생방송하고 매일 그 시간에 영상 송출하는 곳들은 유튜브가 먹통 되면 어쩌나. 유튜브 먹통 한 번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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