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첫 소설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출판사에서 당신의 글에는 문제가 많지만 일단 해보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하루키는 일본에서, 일본 문단에서, 일본 문단과 비평가들에게서 문제가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자신에게도, 자신이 쓴 소설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간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선가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아도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쯤 마음이 편해진다.


하루키도 많은 공격과 비난 속에서 탄탄하게 단련되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해변의 카프카의 다무라가 자라서 일큐팔사의 탄탄한 덴고가 된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에서 독일에서 하루키 씨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문예 비평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는데 독일의 한 비평가가 ‘이런 것은 문학이 아니다, 문학적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에 사회자가 하루키를 뜨겁게 변호하니 킹 받고 그 자리를 나가버렸다. 이 문제에 대해서 무라카미 씨는 어떻게? 같은 편지를 받았다.


하루키도 참 인생 쉽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루키는 술렁술렁 청탁원고 따위 전혀 받지 않고 쓰고 싶은 소설이나 쓰며 달리기나 하고 두부나 먹으면서 보내는 줄 알았는데 힘들다 힘들어. 하루키 씨는 '그러니까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요, 정말로' 하고 나는 모든 사람에게 충고해 주고 싶다.라고 했다.


이 말을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은 보통 지내면서 허무하거나 허망해하는 경험을 한다. 그때 미쳐버릴 것 같다. 왜 내게 이런 일이? 같은 심정이 된다. 그런데 왜 그러냐 한다면 자꾸 답을 찾으려고 해서 그렇다. 답이라는 게 애초에 없는데 답을 찾으려고 하니, 없는 답에 접근을 하지 못해 허망한 것이다. 옳은 것에 대한 답이라는 게 있을까.


어릴 때부터 주야장천 답을 찾는 것에만 훈련을 하고 교육을 받고 자라다 보니 답이 없는 것, 옳은 것이 무엇인가, 접근하면 그게 답이 아니니 좌절하고 쓰러지는 것이다. 대체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 소설을 쓰지 않을까. 문제가 없는 사람은 자기 개발서를 쓰겠지. 그러나 그것 역시 옳은가 한다면 글쎄다.


소설은 문제를 제기할 뿐이지 그 안에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하루키 음악은 무라카미 라디오 45화 방송 중 페티 페이지 노래다. 이날은 크리스마스인데 하루키 씨는 쏴리, 하면서 오늘은 크리스마스 송은 틀지 않겠습니다.라고 시작을 한다. 그날은 하루키 씨가 보유한 오래된 LP를 들고 와서 선곡을 해서 들려준다.


그중에 영화의 주제곡이었던 '허쉬, 허쉬, 스윗 샬롯'을 페티 페이지 버전이다. 고전 영화로 고전 영화의 팬이라면 잘 아는 배우 베티 데이비스와 존 크로포드의 '제인의 말로'의 속편 같은 영화인데 스릴러이며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음악은 아주 편안하고 상냥하기까지 하다.


무라카미 라디오 45회에는 하루키가 애정하는 레코드앨범을 설명하고 영화도 이야기를 하니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Hush, Hush, Sweet Charlotte

https://youtu.be/wYPIf7d6v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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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8-1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제가 하루키 소설중에서도 참 좋아하는 소설인데 문학적 패스트푸드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군요 ㅎㅎ

교관 2023-08-16 11:44   좋아요 0 | URL
독일의 한 비평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전세계 독자들은 소설을 좋아하니까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ㅎㅎ

호시우행 2023-08-1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남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자기만의 시야에서 재단하는 행위는 옳다고 볼 수 없지요.ㅠㅠ

교관 2023-08-16 11:45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바라보니까 이런 일은 자주 있는 것 같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