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바닷가이고 곳곳에 카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다. 스벅은 작은 바닷가에 두 곳이나 있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바글바글한다. 작년에 들어선 스타벅스는 앉아서 바다가 다 보이니까 늘 사람들이 많다. 커피가 비싸니 물가가 오르니 해도 스타벅스는 흥 하며 굳건하다.


개인이 하는 로컬카페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많았는데 서서히 없어지더니 싹 소멸했다. 작은 카페라면 빽다방과 컴포스 정도다. 카페는 좀 이상해서 사람이 너무 없어도 별로고, 너무 많아도 별로다. 적당히 있는 카페가 좋은데 이 적당히가 늘 어렵다. 우리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프랜차이즈를 피해 바닷가를 어슬렁 거리다가 포구 쪽까지 가게 되었다.

해변을 벗어나 바닷가를 걷다가 작은 카페를 한 군데 발견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옛날 기분이 물씬 나는 카페였다. 작은 공간에 테이블도 4개뿐이었다. 한쪽에는 책장이 있고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카페 주인이 친절하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과일도 주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커피 빵도 주었다. 아이스 아ㅁ[[ 두 잔 주문했을 뿐인데. 그러나 거절하지 않고 맛나게 다 먹고 왔다. 이런 분위기의 카페는 예전에 아이팟터치 3세대를 한창 사용을 하던 기분이 떠오른다.


그때는 노트북 아니면 투지 폰 시대였던 터라 아이팟터치를 가지고 메모를 하고 있으면 신기하게 보곤 했다. 초기 아이팟터치의 문제점이라면 메모장만 사용하는데도 배터리가 광탈이었다. 그러나 그게 올바른지 그렇지 못한 지 구분을 하지 못할 때라 배터리가 금방 떨어지면 충전을 했는데 또 금방 충전이 되었다.


단지 그때는 테이블 근처에 충전을 할 수 있는 돼지콧구멍이 없어서 충전기를 들고 카운터에서 충전을 좀 시켜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주 가지 않는 카페의 카운터에서 충전을 해 달라고 하기에는 머쓱하고 어려운 문제여서 자주 가는 카페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주인이나 직원에게 부탁해서 충전을 하곤 했다.


늘 가던 카페가 있었다. 동네 카페로 노란 조명의 분위기가 아늑한 카페였다. 커피가 맛있었다. 그 크레마의 맛, 그 맛이 좋았다. 이전에는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했지만 아이팟터치 3세대가 나오고 난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근데 내가 들고 다녔던 노트북은 현재 아이패드미니보다 적은 사이즈였다. 소형 노트북 종류 중에 유미드라고 하는 노트북으로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였다.

마우스가 생각만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컴퓨터라 꺼진 상태에서 전원을 누르면 시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요즘 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켜서 글을 입력할 수는 없었다. 이 노트북 전에는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모를 했다. 그냥 막 떠오르는 것들을 다 적었다. 뭐 잘 적고 못 적고를 떠나서 일단 적고 보자였다.

아무튼 아이팟터치 3세대가 나오고 난 후에는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아주 홀가분하게 다녔다. 그렇다고 해서 주머니가 가벼워졌다는 건 아니다. 아이팟터치에는 카메라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주머니에 투지폰, 아이팟터치 3, 캐논똑딱이 익서스 85를 넣고 다녔다. 똑딱이로 오만 것들을 다 사진에 담았다.

당시 똑딱이로 담은 사진


사진은 실내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거쳐 트위터나 인터넷에 올렸지만 그때는 사람들이 아무튼 아이팟터치를 신기해했다. 아이팟터치 3세대는 지금 들고 다녀도 너무 신기하게 볼 걸 ㅋㅋ. 생각해 보면 투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때마다 요금이 나갔는데, 아이팟터치로 트위터로 대화를 하는 건 요금이 전혀 나가지 않았다. 문자를 자주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트위터에 가입을 하라고 그랬지만 전부 시큰둥해서 트위터로는 모르는 이들과 대화를 했는데, 그게 올바른 거였다. 만약 가족과 트위터를 매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직장 상사와 트위터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아이팟터치 3세대를 처음 하고는 신세계였다. 게임도 돌아가지 트위터도 할 수 있지 메모장에 마음껏 글을 적을 수 있었다. 물론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당연하게도 인터넷을 할 수 있었는데 모든 카페가 와이파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와이파이가 뭔지 생소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니는 활동반경 내에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 두세 곳을 알아두고 번갈아가며 다녔다. 여자친구들도 다행이지만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카페에서 책을 보고 글을 끄적이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여행이나 어딘가를 형해 가야 하는 분위기가 우리에겐 소극적으로 있었다. 내가 글을 죽 적을 수 있었던 건 여자 친구들이 나의 글을 대체로 좋아해 주었다. 여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무척 흥미로워했다. 여자 친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소설 속에서 죽여버리거나 파리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니지만 호러블 하게 소설 속에 등장시키면 시큰둥하는 얼굴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자주 갔던 카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노란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카페였다. 카페의 주인도 책을 좋아해서 구석에 책장을 마련해 두고 거기에 많은 소설을 꽂아 두었다. 그리고 기억자로 된 공간이라 거기에는 책을 읽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저녁의 그 자리는 늘 우리가 앉았다. 매일 저녁 8시경에 우리는 카페에 들러 한 시간 반 정도 커피와 조각 케이크 따위를 먹으며 소설을 읽거나 메모를 신나게 하거나. 주인은 우리에게 카페에서 만든 머그컵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 머그컵은 지금 내 양치질 컵으로 사용하고 있다.


카페는 그러더니 2호점, 3호점으로 늘어났다. 기쁜 일이었다. 여기도 광역 시니까 도시가 크다. 곳곳에 그 카페의 분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다. 문자요금으로 주머니를 털어 갔던 각 통신사들은 이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아이폰이 주머니에 들어오면서 캐논 똑딱이와 아이팟 터치, 투지폰을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고 바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세대는 이런 짜릿함을 모르겠지.

보고 싶은 우리 곱슬이.


 아이폰. 아이팟터치. 아이팟셔플. 아이패드. 아이도그. 맥북. 나도 사과밭을 만들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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