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창 시절에 다운타운에는 음악감상실에 두 곳이 있었다. 한 곳은 규모가 꽤 되고, 지방의 라디오 디제이들이 돌아가면서 음악을 틀어주는 곳으로 주로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조지 마이클 같은 세계적인 팝 가수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다. 비교적으로 맨트와 음악적 소개가 전문적이었고 떠들썩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곳에 가면 뮤직비디오를 영화관처럼 큰 대형 화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에어로 스미스의 ‘겟 어 그립‘ 앨범의 곡들 뮤직비디오를 볼 때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쌍벽을 이루었던 건스 앤 로지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우리끼리는 누구의 뮤직비디오가 더 좋은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
에어로 스미스의 '겟 어 그립'의 앨범 뮤직비디오는 모든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이어진다. 그래서 영화와 비슷했다. 아니 영화였다. 뮤직비디오 속에는 주인공 알라시아 실버스톤이 나온다. 당시 최고의 하이틴 인기 배우였다. 그리고 리브 타일러도 나온다. 근래에는 리브 타일러는 꾸준하게 활동을 하지만 알라시아 실버스톤은 인스타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리브 타일러는 에어로 스미스의 스티브 타일러의 딸인데, 리브 타일러가 훌쩍 큰 다음 티브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세계 최고의 록스타가 자신과 너무 닮아서 찾아가서 따져 묻고 이런저런 우당탕탕 해보니 스티브 타일러의 딸이 맞더라, 그래서 그 후로 스티브 타일러는 리브 타일러의 길을 열어 주었다? 같은 이야기를 음악 감상실의 디제이 입을 통해야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디제이들의 입을 통해서 쏟아져 나왔다.
미국 록 스타들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하면 머틀리 크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더 디트’를 보면 당시 미국 록그룹 들은 미국 투어만으로 1년에 100회 이상 공연을 한다. 세계를 돌면 엄청난 공연을 하는데 그들의 공연하는 스타일이 밤 10시에 공연해서 새벽 2시까지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고 3시부터 광란의 술 파티다. 그 속에는 여자 팬들도 있고 난장판이다. 누가 누구와 자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눈 뜨면 오후 5시 정도. 그리고 밥 좀 먹고 밤 10시가 되면 또 미친 듯이 공연을 하고 새벽에 광란의 약과 술 파티를 한다. 그들의 피지컬은 한창 20대 초반이며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 체격과 체력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너의 자식이 저기 어디, 막 브라질 같은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근래에는 록 스타뿐 아니라 호날두 녀석의 아들도 그렇게 얻었다.
그리고 또 한 군데가 중앙시장에 있는 한 군데 음악 감상실이다. 이곳은 경남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디제이도 전문적인 디제이들이 하지 않고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좀 좋아하는 녀석들이 돌아가면서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재미있었다. 엉망진창이지만 시끌벅적했고 난장판 같았지만 우리는 그곳을 거의 집처럼 들락거렸다.
그곳은 보통의 음악이나 록에서 벗어난 음악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데쓰 메틀이라든가, 요컨대 바쏘리의 음악이나 판테라, 알파타우루스 같은 깊이가 꽤 되고 기기묘묘한 록들을 들을 수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뮤지션이 히데였다. 묘하지만 히데의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게 되는데 얼굴도 모르고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히데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어떤 연대가 느껴졌다.
히데는 나방 같았다. 마치 불 속으로 뛰어들어 오늘 타버리고 나면 더 이상 미련도 없을 것처럼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보니 학창 시절에 어딘가 폭발해버릴 것 같은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히데는 액스재팬의 기타였고 더불어 액스재팬의 음악도 그곳이 아니면 들을 수 없었다. 히데의 노래를 들으면 뭔가 마음 저 밑에서 두구두구두구 하며 드럼을 치며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듣게 된 히데의 음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히데의 음악, 히데의 스타일, 히데의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아직 히데는 여기 현실에 어떤 끈을 남겨두어 우리가 그 끈을 잡을 수 있게 한다는 말들을 하곤 했다.
일본에서는 히데의 유전자를 이어받으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의 음악이나 그의 개성 같은 것들. 음악적으로는 일본의 어떤 그룹이나 가수가 히데의 유전자를 이어가는지 모르겠지만 히데의 얼굴은 일본의 배우 나리야마 히로키가 닮았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흡사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히데와 얼굴이 가장 닮은 사람은 슈주의 김희철이다. 김희철은 아직까지도 소년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메이크업을 한다면 히데의 얼굴과 거의 같아진다. 또 스타일과 목소리(긁어서 내는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이런 목소리는 20대까지 밖에 하지 못한다)는 지드래곤이 아주 닮았다. 지드래곤의 탁월한 스타일을 보면 자연스럽게 히데가 떠오른다. 지드래곤은 이대로 60까지 나이가 들면 아마도 데이빗 보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적으로 닮은 유전자는 서태지다. 액스재팬의 베이스였던 타이지의 기타가 현재 서태지에게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진실인지는 모른다. 그만큼 서태지가 정현철이었던 시절 액스재팬의 스타일을 동경했을 것이다. 시나위 4집 활동 당시 김종서와 함께 베이스로 서태지가 있었는데 흡사 액스재팬의 이미지가 있다.
가수라는 건 노래를 잘 불러야 하지만 노래만 잘 불러서는 슈퍼스타는 될 수 없다. 가창력? 기타 연주?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히데의 여러 노래 중에 다우트라는 노래가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이게 20년이 넘은 스타일이라고? 그렇게나 된 노래라고?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강력한 해비 메틀은 서태지의 탱크를 들어보면 이 강력함이 서태지의 버전으로 또 나타나는 것 같다. 뭐 이건 물론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밑으로는 내가 그려본 히데의 그림과 다우트 뮤직비디오를 올려본다.
https://youtu.be/2fv812v6TQ4
이렇게 목을 긁어서 내는 소리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30대를 넘어가면 이런 목소리가 대부분 사라진다. 본 조비도 이런 목소리였다가 이제 나이가 들면서 이런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록그룹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아직도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서태지와 지드래곤이다. 하지만 한계가 온다. 사람이니까. 그때까지는 실컷 듣자라는 주의다.
히데의 큐포스켓
두근거리는 거야. 굉장히 두근거렸지. 보들레르에 취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어. 다른 노래도 그렇지만 말이야 다우트를 부를 때 히데는 뭐랄까 카타스트로프적인 섹시함을 지니고 있어. 마치 양의 하얀 뇌로 만든 카레를 떠먹는 기분이 드는 거지
류가 그랬어. 양의 뇌로 만든 카레는 입과 혀와 목을 자극하면서 매끄럽게 내려가서 내장 전체를 뜨겁게 달군다고 말이야. 그리고 위장에 가서야 서늘하게 느껴지지. 아주 사치스런 불쾌함 말이야. 히데의 다우트는 마치 그래. 그런 느낌이라구. 두근거리게 만들어
아주 두근거렸어. 히데의 다우트를 듣는다는 건 말이야. 첫 시작부터 데커던스적이지. 히데는 섹시해 섹시해.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섹시해. 그런 속살이 아니야. 날에 베이면 벌어지는 살갗의 속살에 빠져드는 거야. 벌어진 살 속에 농염하게 숨어있는 붉은 형질의 표피와 세포 말이야. 농축된 섹시함을 히데는 다우트를 부르며 물처럼 흘려버려
히데스라는 토플리스 바에 가면 바의 상단에서 히데의 다우트가 퇴폐적으로 나왔어. 그곳에 오는 손님 중에는 이빨이 하나도 없는 여자도 있고 혀에 피어스를 24개 한 게이도 있어. 그리고 혈액과 골수 소스 위에 놓은 터키를 좋아하는 50살의 남자도 있어. 채찍으로 너무 맞아서 옷이 맞지 않아 항상 큰 사이즈의 옷을 입고 오는 외국인도 있어. 모두가 히데의 다우트를 들으며 데쳐진 시금치처럼 몸을 흔들어
자기혐오의 젤리 피시와 머릿속에서 소리치는 쌍둥이와 산산조각 나버린 카오스를 목에 쑤셔 넣으라고 히데는 노래를 불러. 다우트 다우트. 두근거릴 수밖에 없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서태지의 테이크 시리즈와 탱크에서 다우트의 오마주를 느꼈더랬지
97년까지 퇴폐적 섹시함으로 무장을 하고 다우트를 불렀어. 5월에 카오스로 가버리다니. 살이 부러지고 뼈가 줄어드는 기분이야. 너무 크게 틀었나 봐. 옆에서 욕을 하네. 히데는 어딘가를 향해,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다우트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
- 히데의 다우트를 듣고 든 기분을 적었다. 히데에게는 퇴폐미라는 것이 있다.
이제부터는 허리 고 라운드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히데의 다큐영화다. 일본의 20대 청년의 배우가 히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히데를 추억한다. 그러면서 히데가 죽기 직전까지 히데와 관계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히데와의 일화를 회상한다.
히데의 다큐는 거의 다 봐서 이거 뭐 별거 있을까 싶지만 팬심으로 보다 보면 또, 늘 그렇듯이 마지막에 가면 영화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비슷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 영화는 히데가 죽은 지 20년이 되던 해, 2018년에 제작이 되었고 일본의 청년 배우 야모토 유마라는 녀석이 히데의 자취를 따라 과거로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허리 고 라운드는 히데의 마지막 노래이며 가사가 묘비에 새겨져 있다. 야모토는 히데가 활동할 당시 욕 들어가며 일을 배우던 히데의 로드 매니저인 히데의 동생(현 히데 소속사 대표)을 찾아가 히데가 엘에이에 머물며 음악 작업을 했던 곳으로 가게 된다. 그러면서 히데가 다녔던 거리를 현재의 야모토가 걸어간다. 그런 장면에 교차 편집되어서 나온다.
핑크 스파이더를 촬영했던 골목을 찾아가서 회상을 하다가 그 골목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히데가 다니며 남긴 끈을 찾아서 추억여행을 한다.
히데의 이전 다큐들을 보면 히데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엘에이에서 음악 작업을 하며 술을 마시고 지내는 모습이 가득하지만 이 다큐는 교차편집으로 과거와 현재를 히데의 끈으로 이어준다.
히데가 좋아하던 바 ‘랠리’에 다시 모여 히데가 죽기 전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은 정말 옆에서 히데에 대해서 조근조근 말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마지막에 가면 야모토에게 한 통의 메일이 오고 거기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히데의 허리 고 라운드의 오리지널과 다른 버전이 들어있다. 20년 동안 누구도 듣지 못하고 잠들어 있던 노래, 히데의 목소리로 부르는 다른 버전의 허리 고 라운드를 팬들에게 들려주라며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노래가 나온다.
히데를 좋아한다면 볼만한 다큐영화 ‘허리 고 라운드’였다. 가사의 말미에는 봄에 다시 만나요, 봄에 만나요, 봄에 만나요.라는 후렴구가 있는데 봄이 되면, 5월이 되면 히데를 다시 만나게 된다.https://youtu.be/mwriPOK3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