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도서관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대책 없고 멋진 할아버지가 자신의 모교인 와세다 대학에 자신이 아끼는 재즈, 클래식 음반과 방대한 책들을 기증하여 만든 하루키 문학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단 야호!


이 도서관은 뭐랄까 일명 이상한 도서관으로 누워서 책을 볼 수도 있고 신나게 떠들 수도 있는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엄청난 건축가인 쿠마가 설계했다. 내가 비록 건축 일은 하지 않지만 건축을 전공해서 안도 다다오와 가우디나 쿠마 같은 건축가는 안다.


하루키 도서관의 공식적인 이름은 ‘와세다 국제 문학의 집’이다. 이 도서관은 하루키가 대학 시절 연극을 공부했던 캠퍼스에 건립되었다.


'40년 정도 소설가 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료가 쌓였다. 대략적인 초안들과 그동안 손으로 일일이 썼던 원고 뭉치들, 소장하기 위해 모았던 레코드판만도 20,000장이 넘고, 이 모든 개인 소장품을 나의 모교 와세다에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 이 소유물을 소중하게 상속받을 자녀가 내게는 없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멋진 할아버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꿀 떨어지는 하트 모양의 내 눈을 어떡하지. 하루키가 운영하던 피터캣에서 연주하던 피아노도, 의자도 그대로 옮겨져 있으며 양사나이는 각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게 삽화가 그려졌는데 그 모든 양사나이를 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하루키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장소도 있다. 이 방은 막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약간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다. 1층 오디오 방에서는 2만 장이나 되는 하루키의 레코드를 럭스맨 턴테이블과 고출력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그 옆의 방에는 갤러리가 있으며 하루키의 책이 대략 1,400권 정도, 그것도 초판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 하루키 도서관이 그제, 10월 1일에 개방되었다. 이제 일본으로 가면 목적지와 목표가 확실해졌다. 정형화된 네모난 책 속에서 굉장한 스토리가 비규정적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걸 찾아가는 재미를 알게 해 준 하루키 영감님.


요즘 태엽 감는 새를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늘 하루키가 더 늙기 전에 새로운 소설을 써내기를 기다렸지만 새로운 소설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하루키의 소설들을 읽고 또 읽지만 읽을 때마다 숨겨둔 보물을 발견하는 느낌을 가진다. 새로운 소설을 써내지 않더라도 그동안 수고했고 고맙습니다, 하며 구십도 인사를 하고 싶다.


나 같은 지루한 한 개인의 삶에 이렇게 개입을 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재미를 알게 해 준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하루키스트들이여, 코로나를 코 풀듯 팽 푸는 그날 하루키 도서관으로 갑시다. 숙소는 알죠? 돌고래 호텔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다른 나라의 이 멋진 할아버지의 행보에 나는 또 기뻐하고, 하루키 씨의 모든 활동을 이웃나라의 작은 바닷가에서 파이팅 외치고 있습니다. 끝까지 분발해주세요.

여름 내내 집 앞 바닷가에서 해를 받으며 몸을 고등어처럼 뒤집어가며 하루키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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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10-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보고 싶네요...조만간 가능할런지...

교관 2021-10-06 13:03   좋아요 0 | URL
저도 정ㅁ말 가고 싶습니다! ㅋㅋ 곧 가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