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의 영화 버전 ‘아이엠 히어’는 딱 요즘의(코로나를 소거하고) 이야기다.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중년의 스테판은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한국 여인 ‘수‘와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자신만의 상상을 하게 된다.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로 대화를 하다 보니 수가 좋아지고 무료하고 자신만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진 스테판은 한국은 벚꽃이 지금 예쁜 시기고 같이 보면 참 좋겠다는 수의 한 마디에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기분이 하늘 끝까지 오른 스테판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에게 메시지를 넣는다. 비행기 시간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아이엠 히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수의 아이디를 단다.


그렇게 8시까지 만나기로 한 수는 나오지 않고 스테판은 공항에 머물며 수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한국인들과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술을 마신 한국인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단다. 그러기를 일주일이 지난다.


스테판은 그동안 공항에서 먹고 자며 수를 기다리지만 수는 나타나지 않고 스테판의 사진은 점점 인스타그램을 채우고, 그럴수록 몇 명 없던 팔로워들이 삼천 명이 넘어가며 스테판의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프렌치 러버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한국 여인을 찾아서 무작정 서울로 와서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린다며 뉴스에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간다고 느낀 스테판은 그녀가 일한다는 건물을 찾기 위해 공항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 수.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늘 일탈을 꿈꾼다. 일상에서 일탈을 맛보게 하는 것이 렌선이다. 렌선 속에서 우리는 마음껏 일탈을 즐긴다. 터트릴꼬얌게이트를 연 주인공의 인스타그램도 인터넷 사진을 퍼 와서 마치 자기가 그 카페에 간 것처럼 적어 넣고, 피자 사진, 화장품 사진도 다 인터넷 사진을 퍼 온 걸 마치 자기가 그걸 사용하고 먹은 것처럼 올렸다가 지금은 폐쇄되었다. 일탈에 미치게 되면 정말 그렇게 다 들통날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까.


스테판은 수를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일탈 속에는 일상에서의 편안함이 없다는 걸. 그리고 일상 속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정말 행복에 도달하는 길이라든 걸 깨닫는다. 영화를 보면서 든 두 가지의 생각. 하나는 인천공항의 여러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정말 크고 넓구나, 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배두나는 영어, 일어, 프랑스어까지 도대체 못 하는 게 무엇일까. 킹덤 3에서 전지현과 배두나는 또 어떤 모습일지 빨리 보고 싶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한 단어는 ‘눈치’다. 눈치가 전혀 없는 스테판은 눈치 없이 그저 보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한국으로 수(배두나)를 찾으러 와서 매일 인스타그램에 수의 아이디를 태그 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수에게 눈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눈치가 없어서 스테판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조차 모른다. 그저 만나기만 하면 좋을 줄 알았던 스테판과 달리 수는 그저 넷 상으로만 연락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일상에서 일탈을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실지로 눈치가 없으면 사회생활이 힘겨울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미용사는 손님에게 눈치 없는 게 인간이야?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사회생활이라는 건 그 안의 인간관계를 말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평행 관계가 아닌 그 외의 인간관계에서 눈치가 없다는 건 사회생활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눈치가 너무 없으면 그 마저도 알 수 없으니 어쩌면 일말의 눈치도 없는 게 그냥 눈치가 없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지도 않을까 싶다.


언젠가부터는 눈치가 없는 걸 허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허당이라 불리며 귀여움을 받지만 실생활에서 허당은 주위를 힘들게 한다. 눈치가 없고 허당인 사람은 아부가 없다. 아부가 없다는 말이 윤리적으로는 도덕적으로 들리는 말이겠지만 타인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다. 아첨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첨이란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리는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와는 다르게 아부는 뭐랄까, 아부를 잘한다는 말은 눈치가 있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런 허당인 사람은 회사생활보다는 혼자서 하는 일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눈치가 없다면 분명 일을 하는 도중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어쩌면 자기만 모르고 따돌림당할 수도 있다. 회사의 상사는 오히려 눈치 없이 상사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 바랄지도 모른다. 박연준 시인도 에세이에서 자신은 허당이라서 어쩌도 저쩌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허당인 박연준 시인은 혼자서 글을 쓰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생활의 인간관계에 금이 갈 일은 없다. 아무튼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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