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며칠 남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캐럴을 듣고 또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어제부터 라디오에서는 캐럴을 많이 틀고 있다. 지난주 미국 빌보드 10위권에는 캐럴이 대부분 차지했다. 거의 예전의 곡들이 역주행을 한 것이고 최신곡으로는 아리아나 그란데 정도다. 영국 차트도 캐럴이 대부분 차지했는데 신기하게도 한 번도 1등을 하지 못했던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가 1등을 차지했다. 감염병의 위협에서도 사람들은 힘겹지만 악착같이 견디며 이겨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사람들은 어쩐지 이렇게 어려울수록 크리스마스에는 캐럴을 들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오늘부터는 질릴 때까지,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세상의 숨어있는 수많은 캐럴을 듣자.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는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데 캐럴이나 듣고 앉아있다고 한다.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에게 코로나로 인해 어떤 도움이 될 만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낫다. 올해 초 1차 대유행이 왔을 때 약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그 이전에 미세먼지(조깅할 때) 때문에 마스크를 한 박스 구매해 놓은 게 있었다. 약국에 줄을 이만큼이나 서있어야 하는 시기라 그 마스크를 동네 어르신들에게 다 나눠주었다. 그리고 나는 약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 줄 서는 게 귀찮아서 그냥 집구석에서 한 10일인가 나가지 않고 있었다. 여름 이후로는 자주 가는 동네의 작은 카페에도 가지 않고 있다. 누구와도 약속도 하지 않고 약속을 잡지도 않았다. 식당에도 가지 않았고 헬스클럽이나 여타 술집에도 아직 가지 않았다. 고작 들리는 곳은 자주 가는 동네 빵집 정도다. 누군들 어딘가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지 않을까. 자동차가 밉다고 술 마시고 차가 싱싱 달리는 도로 중앙을 소리 지르며 거닐다가 차에 치이면 그냥 본인만 손해다.

요즘 코로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 가지 말라는 곳에 갔다가 동선이 겹쳐 이 추운 날 검사를 받으면서 왜 빨리 안 되느냐고 소리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왜 아이까지 대동해서 가지 말라는 호텔 수영장을 가고 스키장을 가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갔다가 되레 빨리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칠까. 그건 어떤 면으로 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감염병에 걸린 사람 대부분이 나는 걸리지 않는다고 확신하며 지낸 사람들이다. 조심하면서 지내도 어딘가의 틈으로 들어와서 감염시키는 게 바이러스인데 가지 말라는 곳에는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지금은 바람직하다. 캐럴이나 들으며 동선을 줄이고 만남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그런지 라디오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캐럴이 지치지 않고 나오고 있다.


오래전 ‘뉴키즈 온 더 블록'도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매했다. 근래에는 뉴키즈라는 말보다는 유키즈로 사람들은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다. 헤비메탈에 빠진 중학생인 나도 이상하게 뉴키즈의 노래를 많이 듣고 좋아했다. 아무래도 음악감상실에서 뉴키즈의 음악을 많이 틀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스크린으로 뉴키즈 멤버들이 나와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시끄러운 록음악이나 록시트 같은 밴드, 프린스나 시네이드 오코너에  빠져있었는데 뉴키즈 온 더 블록은 신선한 타격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혼술 하고 싶은 밤'을 들으면 이게 노래가 뭔가 좀 그래!라고 하면서 지나면 그 후렴 부분이 계속 잔상이 되어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뉴키즈의 음악이 머리 주위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뉴키즈 같은 음악이 어떻든 한국에는 없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뉴키즈의 음악, 그들의 패션, 스타일에 홀딱 반해버렸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빠지는 건 지구의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어릴 때는 조나단 나이트, 대니 우드, 조이 맥킨타이어 같은 멤버의 이름은 다 외우고 다녔으면서도 할머니, 아버지 이름을 한문으로 모른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종이에 한문으로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이름을 적어서 외웠던 것도 생각난다. 뉴키즈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좋은 것 같다. 투나잇, 커버걸 같은 노래들은 지나간 것들의 기운이 묻어 있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다.


한창 활동 당시에 가장 막내였던 조이 맥킨타이어의 목소리는 정말 아이 같다. 아직 제대로 된 성장기를 겪기 전의 그런 목소리다. 이들은 다시 뭉쳐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된 데는 팬들의 힘이 클 것이다. 팬들이 없었다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다. 뉴키즈 온 더 블록 하면 한국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한국 상륙을 했을 때 한국은 그야말로 난리 났었다.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마이클 잭슨이 왔을 때 보다 더 들썩였던 것 같다. 공항이 마비가 되었고 공연 관람 도중 사망사고가 있었다. 불행한 일이었다. 팝이라는 게 마치 선진문물의 최상위에 있다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로 BTS가 뜨면 그 나라의 공항이 마비가 되고 그 나라의 아미들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난다. 방탄의 노래는 듣는 이들에게 꼭 힘내라고 하지 않는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위로해준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그만큼 문화의 개념이 바뀌었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뉴키즈 만의 스타일로 부른다. 캐럴이라는 느낌보다 팝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아무래도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만든 노래 ‘디스 원스 포 더 칠드런’이 아닐까 싶다. 역시 조단 나이트의 섹시한 목소리가 큰 몫을 차지한다. 당시의 조난 나이트는 얼굴, 몸매, 목소리 모두 겸비했다. 요즘도 예전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이그룹의 캐럴 송을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그중에서 캐럴 같지 않지만 좋은 노래 ‘디스 원스 포 더 칠드런’을 들으면서 조용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자. 매년 이렇게 끄트머리에 오면 후회보다는 올해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나 자신을 높게 평가하려 한다. 매일 행복하게 잘 보낼 수는 없으니 불행하지 않게 올해도 잘 견뎠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도 잘 나와 있지만,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일어난다. 


https://youtu.be/xtSbedMeF6s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행복한책읽기 2020-12-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지막 문장 굿이요^^. 님의 음악 세계는 광범위하고 깊군요^^

교관 2020-12-24 12:51   좋아요 0 | URL
과분한 칭찬입니다.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