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는 우리가 자주 먹어서 꽤 친숙한 물고기처럼 느껴지지만 갈치의 얼굴은 우리가 먹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포악하게 생겼다. 밑의 턱이 위의 턱보다 더 튀어나왔고 그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버어져 나와있다. 먼바다에 사람이 빠지면 찾지 못하는 이유가 갈치 떼가 달려들어 뜯어먹는다는 소리도 있다. 그만큼 갈치의 이빨은 영화 속 괴생명체의 모습처럼 보인다. 갈치는 마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생선처럼 느껴진다. 갈치를 먹는 장면을 외국 영화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갈치를 많이도 구워 먹었다. 어린 시절의 밥상을 떠올리면 일주일에 한 번은 갈치구이가 올라온 것 같다. 하지만 근래의 밥상에서 갈치구이를 보는 것은 어려워졌다. 어린 시절에 갈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아니, 안 좋지만 행복한 기억이다. 갈치 뼈가 목에 걸려 큰 고생을 했었다. 어린 시절 갈치구이를 떠올리면 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갈치의 맛있는 부분을 발라서 동생과 나의 밥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 맛있게 갈치를 먹고 놀다 보니 목이 따끔거리고 이내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팠다. 


가시가 목에 걸린 것이다. 어머니는 가제에 물을 적셔 손가락에 감아서 목에 넣어 살살 돌렸다. 그럼에도 가시는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난처한 얼굴로 이거 큰일이구만, 하는 표정으로 물김치를 들고 와서 먹기 싫은 물김치를 계속 먹였다. 씹지 말고 삼켜야 한다면서. 국물도 꿀꺽 마시게 했다. 두 사람은 중간에 나를 두고 입을 벌리게 하고 마치 미립자를 연구하는 연구원처럼 보이지도 않는 갈치 가시를 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요즘도 가끔 생선을 먹다 껄끄러운 가시가 느껴지면 그때의 행복한 기억을 되살린다. 내일이면 세상에 끝날 것처럼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입안으로 물김치와 가제를 넣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하얗게 변한 가시가 나오고, 시간이 좀 지나니 큰일일 것 같았던 그 일은 너무나 쉽게 잊히고 흘러가 버렸다. 얼마 전에 생선을 먹다 작은 가시가 목에서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라 누워 잠을 자다가 몸을 살짝 돌려 침을 한 번 삼켰다. 약간 따끔거리는 기분이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목보다는 마음이 따끔한 느낌. 피부가 따끔거리면 연고를 바르면 되는데 마음이 따끔거리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이 따라온다. 어른이 된 지금은 생선 가시도 어릴 때만큼 목에 걸리지도 않는다. 신기하게도. 

 

이런 시절에 먹었던 갈치는 계절과 상관없이 전통시장 생선장수의 집에 가면 언제나 넥타이처럼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의 갈치는 그때만큼 보기는 힘들다. 잡히지 않아서 인지 비싸졌다. 사진으로 보이는 저 3등분이 16,000원이 넘는다. 게다가 토실토실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집에서 갈치를 구워서 먹기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집에서 어머니나 아내가 생선을 구워주면 잔말말고 감사히 먹겠습니다!하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요즘은 구워진 생선을 파는 곳이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있으니 간단하게 사 먹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좋다. 굽고 난 후의 튄 기름과 뒤처리의 일이 많다. 그럼에도 집집마다 갈치구이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다. 갈치구이만큼 밥상을 풍성하게 하는 반찬이 있을까. 아마 외국 친구에게 갈치구이를 내놓으면서 위에 레몬을 뿌려주면 어메이징,라고 할 것이다. 


의외로 갈치가 일어서서 헤엄을 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갈치는 다른 물고기 같은 유영을 하지 않는다. 소설가 한창훈의 에세이에 갈치에 대한 부분이 있다. 한창훈의 소설 '홍합'을 읽어보면 개인적으로 정말 한국적인 소설, 이렇게나 흡입하게 적다니, 하면서 봤다. '정서'라는 것을 대화와 배경으로 이렇게나 상상하게 만들다니! 읽으면서도 신나서 큭큭 했던 기억이 있다. 한창훈 소설가는 글을 너무 잘 쓰는데 어디 대학교에서 교수 같은 것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바닷가에서 온갖 갯것과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놀고, 그에 관한 글을 쓴다. 한창훈의 바다생물? 에세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떠나라'를 보면 갈치에 대한 부분도 있다. 


-갈치의 모양은 긴 칼과 같고 큰 놈은 8, 9자이다. 이빨은 단단하고 뻑뻑하다. 맛이 달고 물리면 독이 있다. 이른바 꼴치 종류이나 몸은 약간 납작하다. 낚을 때 이빨 조심은 필수. 여차하면 살을 벤다. 낚고 나면 미끼를 토해 네게 해야 한다. 이 녀석은 좀 독특하고 이동한다. 서서 헤엄을 친다. 꼬리 지느르미가 없는 탓에 등지느러미로 움직이기 때문- 


갈치를 보면 은빛의 색이 아름답다. 어떻든 접시 위에 오르면 맛있는 갈치일 뿐이다. 밥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갈치를 집중해서 발라먹는 저녁상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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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0-11-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 더 아늑한 것 같습니다.

교관 2020-11-28 12:11   좋아요 0 | URL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 했는데 정말 그러한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