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를 지금은 한국인들이 잘 먹지 않지만 조선시대 같은 예전에는 개를 잡아먹었다. 집에서 키우는 소나 돼지, 닭은 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함부로 잡아먹을 수가 없다. 사료가 들어간다는 건 돈이 들기 때문에 잘 키워 내다 팔아야 했다. 소는 밭과 논을 갈아야 하기에 잡아서 먹을 수 없었다. 소를 잡아서 먹지 못하게 했던 왕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개는 어디에나 어슬렁 다녔다. 주인이 있는 개도 있고 없는 개도 있었다. 그래서 단백질 보충을 하기 위해 개를 잡아먹었던 조상을 욕할 수는 없다. 옆 나라 일본도 서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날이 많아서 단백질 보충을 위해 복어를 잡아서 먹었다. 복어는 헤엄을 친다기 보다는 물의 흐름에 따라서 흘러 다닌다고 할 정도였기에 건져내서 먹었는데 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개를 잡아먹었던 예전 사람들도 집에서 키웠던 개는 가급적 먹지 않았을 것이다. 수렵이나 채집이 가능했던 시대였기에 사료를 들여서 키웠던 닭은 먹기가 힘들기 때문에 꿩이나 비둘기 같은 야생 새를 잡아먹듯 개에게서 고기를 보충하는 방법도 그리했을 것이다.


야생에서 잡은 새가 닭만큼 맛이 나느냐 한다면 글쎄, 였을 것이다. 멧돼지 고기를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질겨서 겨우겨우 씹어 먹을 수 있다. 맛에서 크게 벗어났다. 질겅질겅 씹어야 겨우 넘길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돼지고기의 목살이나 삼겹살 같은 맛이 아니다. 맛있다, 맛없다, 가 아니라 맛이 나지 않을 만큼 질기다. 고기만으로는 먹기가 아주 힘겹다. 마찬가지로 야생의 새 또한 역시 그랬을 것이다. 야생에서 자란 야생동물은 사육을 통해서 얻은 고기만큼 부드럽고 많은 살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전통’이라는 말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에 갇히게 되면 매몰되어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 한 예가 전통 한정식이다. 전통 한정식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음식을 파는 식당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이 많이 나온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음식이 큰 상에 쫙 깔린다. 어떤 음식부터 젓가락을 대야 할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전통 한정식이 이랬을까. 전통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검색을 하여 ‘선묘조제재경수연도’라는 그림을 찾아보자. 이 그림은 작자미상으로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4, 5년 정도가 지난 후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왕이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서민들의 부모를 연회에 초청하여 대접하는 장면이다.



여러 그림 중에 두 번째 그림을 들고 왔는데 그림을 잘 보면 궁에서 나온 사람들이 음식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 남자들이다. 궁에서는 대령숙수(조선시대 궁중의 남자 조리사)를 두고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다.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도 보이고 음식을 대접받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그림을 보고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당시 유교문화였던 궁에서는 일 년에 제사가 170회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 많은 제사를 지내야 할 식재료를 이고 지고 나르고 다듬는 일은 여자의 힘으로 할 수가 없었다. 식재료가 어마어마했다. 힘 좋은 남자들이 식재료를 짊어지고 다듬고 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도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남자들이다. 마찬가지로 고기를 부위별로 자르고 다듬는 일도 남자들이 한다.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라간에 들어가는 남녀 비율이 16대 1 정도로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정확한 자료가 있는데 찾아보기가 힘이 들어서 포기했다. 그러니까 드라마였던 대장금은 완전한 허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연회를 하면서 음식을 받아서 대접받는 사람들은 겸상이 없다. 모두가 독상이다. 각각 밥상을 따로 받는다. 그림을 보면 그렇다. 좀 더 확대를 해보면 상 위에 밥그릇이 세 개나 네 그릇 정도 있다. 보통 우리가 몇 첩 반상이라고 할 때는 상 위에 밥, 국, 김치를 제외하고 첩으로 친다. 궁이라 해서 내오는 음식에 사치를 하지 않았다. 전통 한정식 전문점처럼 빙 둘러앉아 여러 명이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먹는 상차림의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각각 독상을 받아야 따뜻한 음식은 따뜻할 때 먹고 시원한 음식은 시원할 때 먹을 수 있다. 한 상 위에 뜨겁고 차가운 많은 음식이 한꺼번에 놓이게 되면 허겁지겁 재빠르게 먹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전통적으로 독상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프랑스 상차림이 보통 그러하고 저녁은 대체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음식을 느끼고 음미하는 시간은 그렇게 길어야 한다.


그건 너무 옛날이잖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전통이라는 말이 예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인데 너무 옛날이라 이상하다면, 그렇다면 가장 최근이라 불리는 전통에 대해서 들여다보자.




대한제국의 고종의 상차림이나 연회 그림을 보면 서양 음식과 한국 음식이 상 위에 같이 놓인 경우도 있고 서양 음식으로만 채워진 경우도 있다. 아관파천 후 고종은 러시아에서 맛있게 마셨던 와인을 식탁에 자주 올렸다. 다 같이 모여 있어도 상은 1인 독상 체재다. 똑같은 음식이 개인에게 각자 주어졌다. 뷔페처럼 상 위에 여러 음식을 올려놓고 한 그릇에 여러 젓가락이 들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요즘도 가끔 티브이에서 한정식이라며 어마어마한 상차림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방송물 먹은 전문가라고 불리는 인간들의 머리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아직도 모를 세상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의사들은 왜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정말 잘하는 명의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지 티브이에 나와서 이런 음식은 어쩌고 저쩌고 하지는 않는다.



이 사진을 보면, 이 사진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사진에 가깝다. 당시 서민의 밥상이라며 이렇게 먹었다,라고 알리는 것 같다. 하지만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상 위에 아주 큰 밥그릇과 국그릇을 놓지 않았나 싶다. 쌀 문화권의 식탁에서 주인공은 반찬보다는 밥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실제로 도정한 지 얼마 안 된 쌀로 밥을 하면 반찬은 정말 필요 없을 정도로 밥 맛이 좋다. 흔히 말하는 건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얀 쌀밥에 대한 공포는 도정을 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쌀을 우리가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도시에서 식당에 도정기를 갖추어놓고 밥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식당 대부분은 줄을 서 있거나 좀 비싸거나 멀거나 그렇다.


그러면 이런 전통 한정식 식당은 어떻게 나왔을까. 왕이 한국에서 사라지고 궁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때 궁에서 일을 하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확한 자료가 있는데 역시 찾아보기가 귀찮아서 대충 기억으로 써 보자면, 그 사람이 먹고살 길이 막막해서 잘 갖추어진 식탁에 술을 놓고 여자들을 불러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그 식당에서 파생된 것이 요즘 접하는 전통 한정식집과 고급 술집, 흔히 룸살롱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룸살롱에도 한정식처럼 음식이 많이 나온다. 북엇국이나 미역국에 고기와 밥도 같이 나온다. 영화에서처럼 양주에 과일 안주 정도로 나오지만은 않는다. 음식이 상 위에 많이 깔려야 부른 여자들에게 우리는 이 정도로 주문해 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위치가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술이 취했기에 음식이 그렇게 맛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를 데리고 대접을 하기에도 이 정도는 우리가 너희에게 대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룸살롱에서도 한정식집처럼 어마어마하게 음식이 올라온다.


그러면 음식에만 전통이 붙어 있는가. 우리가 전통민속춤이라고 알고 있는 승무는 전통인가. 그렇지 않다. 스님이나 비구니에게는 춤이 없다. 이 춤은 생긴 지가 70년대에 탄생했다. 문화재로 인정을 받아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전통적인 춤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덕수 사물패의 사물놀이도 전통놀이로 알고 있는데 김덕수가 만든 사물놀이인 것이다. 사물놀이는 국가에게 인정을 받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사물놀이는 승무보다 더 늦은 79년 거의 80년에 김덕수 외 몇 명에 의해서 만들어진 놀이다. 



본문의 내용과는 무관하나 비건의 닭 한 마리 요리가 한창 뉴스를 장식할 때가 있었다. 아내가 닭 한 마리 요리를 좋아해서 한국에 왔을 때 레서피를 전수받기도 했다면서 한국을 사랑하는 비건, 이라는 식으로 비쳤다.


요컨대 파스타를 너무 좋아한다. 파스타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매일 파스타를 해 먹는다. 밖에서도 파스타를 사 먹고 집에서마저 파스타를 해 먹는다. 파스타는 요리하는 방식에 따라 맛이 천 가지가 넘는다. 면의 모양이나 굵기, 삶는 정도,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렇다고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이 너무 좋아 아이폰3 지에스부터 지금까지 다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을 사랑하냐면 그건 별개의 문제다. 심지어 미국인 남편과 살아가고 있지만 미국을 사랑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네버라고 한다. 무민에 환장하지만 핀란드를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통이라는 말에 갇히게 되면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 역시 전통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버렸다. 정말 전통적으로 예전에는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차례를 올렸을까. 죽은 사람이 뭘 안다고 예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로 죽어라 음식을 한다. 일어서서 음식을 하는 것에 맞춰있는 인간의 신체가 몸을 구부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 굽고 지지고 볶다 보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마련이다. 남은 음식은 또 버리지 못하기에 다 먹어야 한다. 꾸역꾸역 뱃속에 집어넣는다. 많이 먹었다 싶으면 약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배가 아파서 약국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지만 명절만 지내면 머리가 아파서 약을 찾는 사람도 많다.


나도 집에서 지내는 제사의 음식을 반으로 줄이는데 7년이 걸렸다. 어른들에게 처음에 내가 하는 말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들이 봤을 때 나의 말은 정말 이상하고 미친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 나의 말처럼 제사를 지내서는,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상위에 국과 찌개를 없애는데도 3년이 걸렸다. 매일 싸우고 타이르고 달래고 짜증내고의 연속이었다. 국과 찌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국과 찌개가 떨어지기 무섭게 전투적으로 만들어서 상위에 올리는 행위는 정말 쓸모없는 짓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불 앞에서 국과 찌개를 끓일 필요가 없다. 어쩌다 국물이 먹고 싶을 때면 라면을 간단하게 끓여 먹으면 된다. 이렇게 바뀌는데 매일 그 난리통을 쳐서 3년이 걸렸다. 자꾸 티브이에서 엄마의 밥맛, 엄마의 손맛, 엄마의 반찬이라고 음식에 그것을 덮어서 음식을 많이 하는 것이 엄마의 사랑으로 비치는데 좀 벗어나자.


명절의 전통 제사음식이라는 건 대한민국의 어느 시점에서 전통시장의 발전을 꿰차기 위해 어떤 누군가가 그렇게 올가미를 씌워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수박 꼭지와 같다. 옆 나라 일본에는 수박이 출하를 하면 꼭지를 다 뗀다. 수박 꼭지가 수박의 양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전혀 필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수박 꼭지가 붙어 있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수박을 출하하는 농민은 수박 꼭지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붙어 있어야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붙여서 내보냈다.


나는 잘 안 되지만 내가 그동안 알고 있는 것, 내가 투철하게 믿고 있던 것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보가 달라지거나 바뀌거나 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믿는 얕은 지식을 리셋시키고 다시 리부팅하려고 한다. 그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드러내기 때문에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에서 벗어나는 건 참 힘들다. 하지만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사진을 하고 있으니 여권사진이나 민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진은 때가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 규범이 바뀌어 있다. 비자 사진 역시 나라별로 다 다르다. 사람들은 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요?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바뀐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힘겹다. 기껏 준비해왔는데 다르게 촬영을 해야 한다면 일단 짜증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혼자서 살아가는 세계가 아니기에 내가 나를 리부팅하고 전통이라는 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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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2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정말 잘 봤습니다.
항상 ‘리셋’ ‘리부팅’이란 말씀해 공감합니다. ^^

교관 2020-07-29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무지한 인간이라 리부팅이 기간마다 필요합니다 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