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어렵고 힘들수록 지치지 않고 호텔 풀 사이드 수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호러블 한 곳곳에 유머가 있어야 한다. 여자에게 어떤 남자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유머가 있는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라 한다. 늘 심각하고 매일 진지한 사람이 답답하기까지 하면 맙소사다. 재미없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재미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더러 있다

히트맨은 권상우와 황우슬혜의 대환장 코미디 영화다. 물이 빠진 임창정 식 코미디보다 낫다. 권상우 식 코미디는 가능성을 열었다. 꼭 심각하고 멋진 모습의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짐 캐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보면 된다

이병헌과 하정우가 백두산의 폭발을 막고 하정우와 김남길이 벽장에 갇힌 아이를 구하는 심각한 영화보다 권상우의 코미디 선택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코미디언들이 무대에서 했던 공개방송이 공중파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다. 공개방송의 코미디언들이 왜 공중파에서 사라져 버렸을까. 공개방송에 무대 하나를 올리려면 대학로 같은 곳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거기서 먹고 자고, 생활을 한다. 보통 집은 잠만 자러 간다

다행히 공채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이 집이 서울이면 괜찮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단체생활이 편할 수 없다. 하루 종일 회의하고 리허설하고 잠이 오면 쪽잠 자고,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고 짜장면 배달해서 먹고. 집은 대체로 남자 대학생의 자취방처럼 퀴퀴하다

그러다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의 무대에 오르게 되면 몇 주는 티브이에 얼굴이 나오게 된다. 인기가 오르지 못하면 무대를 내려와야 하지만 인기가 죽 올라가 대박이 터지면 몇 달을 그 무대를 하게 된다. 요컨대 MBC 개그야에서 김미려의 ‘사모님’이나, SBS 웃찾사에서 ‘그런 거야’나 ‘화상고’ 등이다

이렇게 전 국민에게 인기를 받으면 광고가 들어오고 행사가 들어온다. 공개방송의 무대에 오르는 몇십 배에 달하는 돈을 거머쥐게 된다. 거기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1도 없을 것이다.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배고프고 힘든 단체생활을 하며 보냈다. 서로 안스럽고 딱하고 돈이 없어 차비에 벌벌 떨다가 이곳저곳에서 부르면 다음을 준비하는 무대 회의를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 사모님이 무대를 내려올 때 그만큼 대박을 터트리는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 그저 그런 무대만 공중파에 오른다. 이렇게 인기가 대체로 떨어지면 시청률이 곤두박질 친다. 그러면 공중파에서는 마지막으로 자본을 풀어 거대 게스트를 섭외한다. 가령 해외 유명 배우나, 도저히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스포츠 스타, 잘 나가는 걸그룹 중 한 두 명을 부른다

그 이후에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으면 방송국에서 할 만큼 했다며 프로그램을 폐지하게 된다. 자본이 손을 내밀었을 때 뿌리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걸 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단지 다른 코미디언들, 후배나 다른 선배 또는 동료가 그 무대를 대처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기에 시청자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공중파에서 사라진 코미디언들은 유튜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시트콤을 제작해서 방송하는 팀이 있고,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개그를 펼치는 팀도 있다. 같은 동료들끼리 뭉쳐서 개그를 하기도 한다. 물론 베끼기식 주작 몰카나 ‘미녀 여사친’ 같은 말을 앞세워 내내 몸매 드러나는 식상한 방송만 하는 개그맨도 있다

흔한 남매 같은 경우는 유튜브로 이동해서 정말 대박을 친 케이스다. 흔한 남매는 꾸준하게 티브이에서 하던 콘셉을 유튜브로 옮겨와서 제작을 하더니 EBS에서 방송을 타고 결국에는 책까지 나왔는데 재미가 좋아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흔한 남매의 캐미가 좋은 건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튜브에서는 코미디언들은 서로의 집에서 방송을 담기도 하는데 남자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개그맨들의 방은 대체로 위에서 말한 대학생의 자취방 같다. 유민상의 집 같지는 않다. 썩 깨끗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유스럽다. 널브러져 있고 음식물 찌꺼기가 곳곳에 있다. 이들은 여전히 힘들어 보이지만 그들 전반에 깔린 기저는 타인에게 웃음을 주면 그만이야, 같은 분위기다

어떤면으로 티브이에서 매주 한 번씩 보던 코미디언의 프로그램을 서울에서는 운 좋으면 카페에서, 공원에서, 길거리에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친구끼리 유머가 사라지면 암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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