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생각은 그 이전에 비해서 조금 단순해졌다. 생각이 단순해진다는 건 생활에 있어서 덜 불행하며, 덜 불편하고, 덜 힘들다. 요 며칠은 잠이 들면 일어날 때까지 아주 깊은 우물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가 일어난다. 그렇게 깊은 잠이 들었다 일어나면 괜히 돈을 벌었다는 느낌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같은 폭력적인 잠이 몰려와 아! 하는 순간 잠의 세계로 끌려간다. 오 분 정도 잠든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이 되어 요란한 뉴스 소리가 들린다.


그런 요 며칠은 생각이 단순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잠이 들지 못해 늦은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들곤 했다. 잠이 들어야 하는데 잠 못 자고 뒤척이는 건 기이한 고통이다. 제시간에 잠들지 못하면 몸도 가려운 것 같고 머리도 지끈거려 책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티브이를 보는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허리에 무리를 주며 뒤척이는 것이 새벽에 할 수 있는 전부다. 하지만 푹 잠들어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은 밝아진다. 


몸도 가볍다. 몸속의 묵직한 무엇인가가 깊은 잠에 의해서 빠져나가 버린 기분이다. 일상에서 생각이 밝아지는 건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비슷한 시간이고 눈뜨면 바로 변기에 앉는 일이 수순이다. 만약 그 시간에 배설을 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면 알 수 없는 미묘한 불안이 뒤따른다. 매일 해야 하는 단순한 반복에서 벗어나면 불안한 생각이 생각 사이를 파고든다.


조깅을 하고 나면 자주는 아니지만 빵을 구입한다. 빵은 달콤하고 달달한 맛으로 고른다. 조깅을 한 후 샤워를 마치고 달콤하고 달달한 빵을 한 입 먹으면 그 순간은 조금은 행복하다. 달달한 맛이라는 건 삶에서 썩 없기 때문이다. 인간인 이상 사람들은 모두 불안하다. 취업이 안 돼서 불안하고 언제 퇴사할지 불안하다. 학교나 직장 내 따돌림당할지 몰라서 불안하고 인연이 깨어질까 봐 불안하다. 인간관계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빚을 떠안아야 한다. 인생에 있어서 달콤함이란 영화 속처럼 자주 있지는 않다. 미래는 언제나 불투명하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계가 펼쳐질 뿐이다.


달달하고 달콤한 빵은 그 틈을 벌리게 만든다. 잠까지 푹 들면 생각은 단순해져 오늘은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난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시나몬 빵은 희망이 없어져 버린 엔과 하워드에게 익숙해지는 것을 알려준다. 엔은 시나몬 롤빵을 세 개나 먹는다.


잠과 식사.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장례식장에서도 죽을 것처럼 힘들어서 잠도 오지 않고 밥도 넘어가지 않지만 구석에서 잠이 들고, 밥 한 숟가락 먹게 된다. 누군가 힘이 들어서 찾아온다면 밥은 먹었냐 물어보고 안 먹었다고 하면 밥부터 먹으라고 하고 싶다. 위로라는 건 어디에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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