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시로 간 처녀’의 감독은 김수용이다. 김수용은 문예 감독으로 한국의 문학을 영화로 만들었다. 예전에는 보통 일본의 영화를 다시 한국영화로 만드는 일이 많았다. 프랑스나 유럽의 흑백영화도 한국식으로 만들기도 많이 했지만 김수용은 무진기행 같은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회고발 영화의 시초가 이 영화가 아닌가 한다. 이 영화의 각본은 김승옥이 썼는데, 당시 버스 안내양의 부당함이라든가 삥땅하는 일 때문에 알몸수색을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김승옥이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그녀들을 취재를 한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에서 부당한 대우와 모욕감 때문에 유지인이 투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에는 난리 났었다. 김수용 이전의 영화에서는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마네킹이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옥상에서 떨어지는 연출을 했는데 김수용은 실제로 유지인이 투신하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을 했다

 

이 영화는 33일 밖에 상영하지 못했다. 실제 일어나는 사회고발 영화이기에 기득권이 조취를 취했다. 그리고 영화는 몇 번이나 삭제를 하고 또 해서 나오게 되었지만 군사정권이라 마음껏 상영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배움을 위해 유지인을 비롯해 남녀가 천막에서 야학을 하고 금보라와 유인숙의 스무살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죽고 없어진 왕년의 배우들도 잔뜩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상영되고 지금까지 시간이 몇 십 년이 흘렀는데 조직이나 단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 게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상하다

 

그렇게 핍박당하고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순수함을 지키려하고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는 것 역시 예나 지금이나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마지막에 유지인, 극중 문희는 투신을 하지만 살아난다. 희망을 주며 끝이 나지만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는 뭣하다. 김수용 감독은 2005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무슨 사회성이냐, 폭로 항변 메시지는 잠시 접어두고 좋은 세상 만날 때까지 사랑하고 정사하고 눈물 짜는 영화나 찍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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