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잘생긴 남자 배우도 늘씬한 여자배우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이라 불리는 리키는 뚱뚱하고 이모부 헥은 늙었고 이모인 벨라는 덩치가 크다. 또 다른 주인공인, 리키를 쫓는 사회복지사 파울라 역시 산만한 덩치에 비포장도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는 흥행에 도움 될만한 캐릭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빠져들어 보게 되는 묘한 영화다

 

추운 뉴질랜드의 기후에 따뜻한 핫팩처럼 느껴지던 벨라 이모의 갑작스런 죽음에 리키와 헥은 졸지에 또 다시 고아가 되어 버린다. 벨라는 가족도 없는 헥과 리키를 줍다시피 해서 가족의 울타리 안에 넣어준 사람이었다. 리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사격도 가르쳐주고 무엇보다 따뜻함, 그 안온감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장엄한(영화를 보면 이 단어에 리키와 헥의 옥신각신?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다) 뉴질랜드의 숲속을 누비며 특별한 여행을 한다. 정말 특별한 여행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존을 위해, 그러다 자신을 알아가며 여행을 한다. 여행을 죽 따라가면 썩 웃기지 않은 것 같은데 큭큭 하며 웃음이 나오고, 요컨대 리키가 말에서 굴러 떨어져 땅바닥에 철퍼덕 붙어버리는 착지와 리키를 잡으러 다니는 사회복지사 파울라와의 설전? 같은 것이 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벽 너머의 숨을 그 무엇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가족이 없거나 가족 중 누구 한 명을 잃었거나 뭐 그렇다. 소년원에 가야 할 판인 리키와 다시 노숙자가 되어야 할 헥은 숲속을 같이 다니며 서로를 알아간다

 

모든 걸 ‘시‘로 말해버리는 리키의 시를 듣고 헥은 문맹이었는데 글자를 알고 싶어 한다. 리키와 헥이 숲 속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혼자지내는 사람이거나 엄마를 잃은 가족이거나 그렇다. 거대한 숲을 배경으로 했는데 이 숲이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라는 게 가장 작은 단위의 집합이지만 그 속에서 엄청나고 희귀하고 괴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집이 어쩌면 숲 같을지도 모른다. 목사로 나온 감독이 설교 한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이 이 영화를 가장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가끔씩 인생에는 출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마치 늑대의 덫에 걸려버린 양처럼 말이에요. 우리에겐 항상 선택의 문이 두개 있어요. 첫 번째 문을 통과하면 이건 통과하기 쉬운 문인데 그 너머에는 수많은 보상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죠. 판타, 도리토스, L&P, 버거링, 제로코크, 그런데 또 다른 문이 있어요. 버거링문도 판타문도 아니죠. 그 문은 통과하기 까다로운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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