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산일보에 꽤 읽을 만한 기사가 나왔다. 돼지국밥에 관한 기사인데 역사라든가 종류 같은 이야기는 여러 매체에서 다뤘기에 넘어가고 공깃밥을 제외하고 돼지국밥 일반 성분에는 수분이 제일 많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단백질이다. 지방과 탄수화물은 3. 46%, 1%정도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걱정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물론 밥을 말고 양념이나 새우젓이나 김치를 왕창 곁들인다면 또 달라지지만 돼지국밥 자체에게 잘못을 은근슬쩍 넘기지는 말아야 한다

 

요리사 박찬일의 책에서도 말했지만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돼지국밥의 추억이 뇌의 어떤 기능, 서번트가 흘러나오는 뇌기능과 만나게 되면 그 맛이라는 건 극대화가 된다. 돼지국밥집은 조금씩 다르나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테이블마다 고개를 숙이고 뒤질세라 열심히 숟가락질을 하는 아버지들과 돼지국밥집을 가득 채우는 연기와 돼지국밥만의 냄새가 있다. 포장을 하거나 집에서 해 먹으면 따라갈 수 없는 돼지국밥집만의 분위기가 있다

 

기사에서도 말하지만 돼지국밥은 소울푸드다. 누구나 돼지국밥에 관한 추억을 하나정도씩 전부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덕분에 한 시즌에는 매일 건축모델을 만드느라 밤을 지새웠다. 밤을 지새우는 일은 참 힘들지만 대체로 재미있다. 10대에서 갓 벗어났으니 체력도 체격도 강력한 모터였다. 게다가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고 그리는 것을 지치지 않아 했던 나는 우리 조의 희망이어서 모두가 잠 들어도 어떤 작은 책임감 때문인지 열심히 밤새도록 나무를 만들고, 건물을 만들고, 사람도 만들었다. 그러다가 해가 뜰 때 그대로 어딘가 구석에 구겨져 꼬꾸라져서 잠들어 있으면 누군가 발로 깨워서 나를 훌렁 들어서 차 속에 집어넣고 어디론가 붕 데리고 간다. 정신을 차리면 새벽부터 문을 여는 돼지국밥집이었다

 

그때 졸업을 못 할 뻔 했는데 모두가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건축사 자격증을 거머쥐어야 했기에 그걸 준비하느라 대단했다. 미리 건축회사에 들어가서 실무를 경험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모두가 단면도나 평면도 같은 도면을 그리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학생이 40명이라면 나 혼자 투시도 같은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을 그려서 집어넣고 컬러링을 했다. 그러니까 시험이라든가 졸업과는 무관한 그림이나 그리고 있었다. 교수가 기막혀했다. 걱정이나 고민은 있었지만 미래에 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건축일이라는 건 나처럼 술렁술렁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건축에 관련된 자격증을 따서 회사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아마 시키는 일만 입을 다물고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에도 하루키의 소설을 열렬하게 읽었다. 옆에는 본조비나 할로윈 같은 시끄러운 음반과 함께 하루키가 있었는데 그때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이 ‘일각수의 꿈’이었다. 그 상상력에 매료되었다. 세계를 둘로 나누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 마음을 잃어버린 세계에서의 사람들은 이런 식이라는 것, 몇 년 지나서 느낀 거지만 주인공이 아주 정리 벽 같은 것이 있는데 꼭 하루키 같다는 것에 홀딱 빠져서 열심히 읽었다

 

그 소설에는 지도가 나오는데 나는 학과의 모델링을 하면서 옆에 자그마하게(라고 해도 16절지 정도) 그 지도에 나오는 마을을 모델링 하기 시작했다. 그 마을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는 시계탑이 있고 도서관, 광장도 있다.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건물들과 주인공이 그림자를 떼어 놓고 지내는 관사 같은 것들을 스티로폼 같은 것들로 조금씩 만들어 갔다. 당연하지면 졸업에 관련된 모델링보다 개인적으로 만드는, 일각수가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조원 중에 한 명과 다툼이 있었다. 뭐 여러가지 과정이 있지만 생략하고 후에 그 녀석과 악수를 했고 조원끼리 돼지국밥을 먹으러 갔다. 지금은 모두가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그때는 나 정도를 제외하고 하루키에 시큰둥했다. 돼지국밥을 먹으며 소주를 반주로 곁들여 먹다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오는 그 마을에 대해서 술이 취해 이러쿵 저러쿵 설명했던 것이 아직도 튼튼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녀석 지금은 건축감리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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