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혈쌍웅에는 제니가 나오고 첩혈쌍웅을 계속 보는 것은 제니를 보기 위함이다. 제니는 누군가와 닮았다. 큰 눈에서 곧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은 여린 모습은 누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봄눈처럼 쏟아지는 벚꽃 같은 여자였다. 박정대 시인은 달력 속의,, 누구더라? 제니퍼라고 해두자. 제니퍼가 예뻐서 늘 쳐다본다는데 제니퍼보다는 제니가 더 예쁘다

 

큰 눈에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표정에

곁에 있어 줘야만 할 것 같은 여자

 

첩혈쌍웅은 킬러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실명을 한 여자를 지켜주는 한 킬러의 이야기. 비싼 가격에 사람을 죽여 실명한 여자의 눈을 떠 주게 하고픈 한 남자의 이야기. 클리셰에 통속적이고 너무나 뻔한 이야기 그래서 이보다 더 멋진 이야기가 있을까. 그리고 그를 쫓는 한 형사의 또 다른 이야기

 

주윤발은 제니를 떠올리며 하모니카를 분다. 하모니카는 바이올린만큼 슬픈 영혼의 소리를 실처럼 뽑아낸다. 제니는 눈이 멀어도 계속 노래를 부른다. 서글프고 구슬픈 노래를. 제니는 한 사람을 위해서만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눈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위한 노래를. 슬프고 또 슬픈 이야기.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제니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는 남자의 이야기. 두 사람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찾지 못하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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