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거의 대부분 카메오로 나온다. 거의 대부분이라는 말은 내가 샤말란 감독의 모든 영화를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꽤 많이 본 샤말란 감독의 영화에는 캡처에서처럼 샤말란은 영화 속에 모두 등장한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마블의 할아버지처럼

 

이번에 개봉한 글래스를 보려면 앞의 두 영화를 봐야 한다. 보통은 앞의 영화들은 보지 않아도 된다,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샤말란 감독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소적이고 지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영화 속에 일일이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하지 않는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좋은 건, 하루키의 글이나 이창동의 영화처럼 굴곡 없이 그 음험한 분위기를 죽 끌고 가는 것이 좋다. 어째서 그렇지? 같은 설명은 하지 않는다. 샤말란 영화의 미장센에는 보는 이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장면이 대부분이다

 

감독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묘한 경험을 안겨 준다. 언브레이커블에서는 샤말란 식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여 샤말란 식의 방식으로 영화가 이어지는데, 기차가 부서지고, 호텔이 타버리고,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것 역시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보는 이들의 상상 속에서만 폭발과 액션이 나타난다

 

23아이덴티티(그냥 제목을 원제 그대로 스프릿이라고 하지)에서 역시 샤말란은 카메로오 등장한다. 이 미친 영화 속에는 악당은 우리 주위에 있고 영웅은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을 절감하게 한다. 맥어보이의 연기는 과히 칭찬받을만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했을 때 주욱 돋는 소름은 멋진 타격이었다

 

비스트가 되어 케이시의 친구인 클레어를 뜯어먹는 장면은 샤말란 식의 공포로 역시 상상의 세계를 공포로 확 덮어 버린다. 언브레이커블은 개봉했을 당시 외면받았다. 지루하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유였지만 샤말란의 영화 방식을 좋아한다면, 상상력을 가동하여 본다면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 히어로의 고뇌와 공포에 몰입할 수 있다

 

이 영화들의 종지부를 찍는 글래스가 개봉했다. 앞의 두 영화 포스터를 이번 글래스와 이어 붙으면 금이 간 부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제목이 언브레이커블, 스프릿(23아이덴티티), 글래스인지도 알 수 있다. 좋아한 영화 싸인, 빌리지에서도 그렇지만 샤말란은 언제나 현실 그 너머의 초현실을 상상하게 만든다. 19년만에 완성된 샤말란 식 슈퍼히어로물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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