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걸 쓰고 또 거절을 당하고 그다음 또 다른 거, 거절, 또 다른 거, 안타깝게도,라는
거절의 편지. 샐린저는 출판을 하고 싶지만 출판사에 끊임없이 거절을 당하고 교수(캐빈 스페이시)는 왜 글이 쓰고 싶냐고 묻는다. 제리는 화가
나는 일이 많은데 글을 쓰면 그것이 풀린다고 한다. 그리고 교수는 그걸 글에 녹아내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한다
.
평생 출판을 못 할 수도 있다. 영원히 출판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신에게 물어봐,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할지라도 평생을 글 쓰는 데에 바칠 수 있느냐,
아니다 싶으면 밖으로 나가서 먹고 살 딴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왜냐면 진정한 작가가
아니니까
.
샐린저는 전쟁에 차출되어 나가게 되어서도 홀든을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홀든 덕분에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글 쓸 때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가 그거다, 마음은 계속 이야기를 써 나간다는 점이다, 손에 펜이 들렸던 총이 들렸던 창작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샐린저는 장편을 쓰기 위해 막사에서도 훈련을 받으면서도 홀든을 썼다
.
샐린저는 전투에 참전하게 되고 거기서 포탄으로 전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제리 제발 날 죽여줘, 샐린저는 그 악몽 같은 시간을 홀든을 생각하며 보낸다.
‘계속 쓰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 정말이다. 펜도 타자기도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홀든 이야기를 계속
해나갔다.비록 혼잣말이라도’
추위에 양말을 챙겨주던 친구는 동사하고 샐린저는 점점 홀든과 자신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
홀든 콜필드는 반 정도 쓰고 못 쓰게 된다. 제대를 한 후 교수를 만나서 이제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되살려서요. 이미 샐린저는 홀든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미 현실의 한 사람처럼 되어 버렸던
것이다
.
유대인의 학살
나치를 잡는 순간
고문
다리가 잘린 전우
얼어 죽은 친구
무엇보다 실수로 그 지점에 늦게 도착하여 혼자만 살아난 샐린저
.
영화는 제리가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비화와 홀든 콜필드의
출간 이후 샐린저가 겪은 변화를 보여준다
.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이탈이라에서는 한 남자의 인생, 일본은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 노르웨이는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 덴마크는
추방당한 젊은이, 독일이 호밀밭의 남자 등이다. 영화는 단편만 쓰던, 단편만 쓰고 싶어 하던, 단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샐린저가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 역시 샐린저와 같은 전쟁에 참전했으며 유진 스미스도 정신병력이 심했다. 그 심한
정도가 그의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 속 암부와 명부가 자신의 생각에서 한치라도 벗어나면 조수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다시 버리고 다시
인화하고 스프레이로 후보정을 하고, 또다시 버리고 다시 인화에 후보정에. 마치 샐린저가 스토리지에 투고하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하듯이
.
유진 스미스는 샐린저와 같은 전쟁에서도 포탄이 날아들어 아군에게 폭격이 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극적이지 않은 사진이 담길 때면 위험을 무릅쓰고 포탄이 터지는 장면을 연출해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한 마디로 미친 것이었다. 정신병원에 갇힌
새린저처럼.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2010년에 죽었다
.
샐린저의 평전에는 막사에서 포탄이 터지는데도 침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글을 썼을 정도로 홀든 콜필드에
미쳐있었다고 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는 다르게 표현된 것이 흥미롭다. 어쩌면 평전은 좀 더 축소되거나 보다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안도현의
백석평전도 읽어보면 안도현이 얼마나 백석을 사랑하고 좋아하는지가 평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찬가지로 쏟아져 나와 있는 육영수 여사의 여러 평전
중 하나를 읽어보면 마치 소설 같고 육영수는 소설 속의 인물처럼 신화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평전은 아니지만 하루키에 대해 쓴 김연수의 글
역시 그렇다
.
편견이지만 아마 대부분 샐린저의 소설은 호밀밭의 파수꾼만 읽어봤으리라 생각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도 나머지 단편들도 읽고 싶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영화리뷰#호밀밭의반항아
#목소리가아니라이야기가사람을끌어당긴다
#멋진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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