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수습직원이었던 아키코는 작가인 이시키 마사카즈의 원고를 받으러 가서는 첫눈에 반하게 되고, 마사즈키 역시 아키코를 보고 첫눈에 반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가마쿠라의 집으로 가서 살게 된다. 가마쿠라는 여러 신들과 요괴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아키코는 이런 마을의 모습이 그저 축제의 한 부분이고 사람들이 변장을 하거나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 안다. 마사카즈는 가마쿠라의 경찰서에서도 심령 범죄의 고문도 맡고 있어서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마을에서 열리는 요괴 시장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송이버섯을 사 오면서 아키코와 마사카즈는 갈라지는 운명에 서게 된다
.
일본에는 성(姓)이 한국(300개 정도)보다 훨씬 많은 십만 개 정도가 있다. 마찬가지로 집집마다 섬기는 신이 많은 나라이고 신에 대한 이야기가 널려 있는 나라이다. 요괴의 모습도, 신의 형태도 아주 많아서 일본의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기분 좋을 영화라 생각한다. 기분 좋다는 말은 말레피센트처럼 동화 같고, 운명적인 만남에 대해서 영화는 말하고 있어서이다
.
가마쿠라에서는 요괴들이 스스럼없이 다니고 있으며 그런 요괴들과 인간들이 함께 지내는 모습은 흥미 있고 기분 좋다. 가정부 킨 할머니의 나이는 13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같이 살고 있는 마사키즈도 나이를 모른다) 요괴들이 여는 밤의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요괴의 모습도 흥미롭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실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 종족들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이시키 마사카즈보다는 이시키 아키코 역으로 분한 타카하키 미츠키다. 극 중에서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신부로 나오는 타카하키는 약간은 철없고 남편만을 바라보며 신혼 생활과 새로운 가마쿠라의 환경, 요괴와 신들과의 만남도 거부감 없이 즐긴다. 놀라거나 기쁠 때는 커다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고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
집으로 숨어 들어온 빈곤의 신에게조차 잘해준다. 빈곤의 신이 집에 붙어 있으면 점점 빈곤으로 가게 되는데, 아키코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빈곤의 신에게도 식사를 대접하고 가마쿠라의 과자를 나눠먹곤 한다. 송이버섯을 준 요괴 때문에 후에 육체와 영혼이 분리가 되어서 저쪽 세계로 가야 하고 마사카즈는 기차를 타고 저쪽 세계의 아키코를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
영화 ‘운명’에는 유명한 일본.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혼노지 호텔의 츠츠미 신이치가 나와서 개구리 요괴로 변하기도 하고, 어느 가족의 안도 사쿠라, 타나타 민, 카세 료의 여친(아직도 사귀는지?) 이치카와 미카코, 곡성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쿠니무라 준도 등장한다
.
깨끗하고 맑은 동화 같은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는 억지스러움이 있긴 하지만 동화책을 펼쳐서 읽는 기분이 들면서 그런 것 따위 넘겨버리게 된다. 영화는 슬프다거나 복잡한 이해관계도 없다. 다양한 모습의 요괴와 저쪽 세계의 배경,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중간의 기차의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먼저 죽은 자들이 떠나기 싫어서 생명을 연장하려고 하는 설정도 나쁘지 않다. 조금은 비어 보이는 빌런들의 모습도 동화스럽다. 엔딩곡도 좋아서 여러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
이 영화는 너무나 뻔한 플롯이다. 운명 같은 여자가 요괴에 잡혀가고 그곳으로 가서 요괴에게 잡혀 있는 그녀를 구하는 내용, 너무 뻔한 내용의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나는 좋다. 그건 마치 11살 때 대야에 담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꿈같은 동화책을 읽었던 기억을 여지없이 떠올리게 한다